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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생과 사망률도 계급에 따라 불평등하다

암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다는 보고가 발표됐다. 5월 1일 보험개발원은 생명보험 가입자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2008년 1만 8140여 명에서 2017년 2만 494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암 치료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지만 발병의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 위기 하에서 노동조건 악화, 환경 악화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보다 한 달 앞선 4월, 한화생명은 자사의 보험가입자 520만 명 중 2000~2017년 18년간 암 보험금을 수령한 30만 명의 정보를 토대로 ‘빅데이터로 본 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에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었는데,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발병률과 사망률에서 큰 차이가 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직업별로 차이가 있었다. 직업이 없거나 1차 산업,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폐암 사망률은 25~26퍼센트 정도로 전체 평균(19.3퍼센트)보다 높았다. 깊이 따져보지 않아도 분진과 유해가스에 오래 노출되는 환경, 장시간 노동, 저임금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빈부격차

암 환자의 사망률은 소득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가구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5년 이내 사망률이 12퍼센트에 머무른 반면, 3000만 원 미만인 경우 그 수치는 39퍼센트나 된다.

민간보험사의 통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통계 결과는 현실의 일부만 보여 주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누구를 상대로 보험 가입을 늘려야 할지, 어떻게 하면 보험금 지출을 줄일 수 있을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일 듯하다. 그럼에도 직업과 소득 등 사회적 불평등이 암 발생률과 사망률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얼핏 보여 준다.

좀 더 객관적인 지표는 통계청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9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통계원인’을 보면 2017년 암 사망자는 7만 8863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약 27.6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암 사망률도 인구 10만 명 당 153.9명으로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질병관리본부와 통계청의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소득·교육 수준에 따라 암 검진율과 사망률에서 큰 차이가 난다.

소득 수준을 다섯 단계로 나눴을 때 최상위 그룹의 위암 검진율은 65.3퍼센트였던 반면 최하위 그룹은 47.2퍼센트로, 큰 차이가 났다. 간암도 최상위 그룹(36.9퍼센트)과 최하위 그룹(22.4퍼센트) 사이의 차이가 컸다. 교육 수준별로는 유방암에서 그 차이가 크게 났는데 40세 이상 인구에서 ‘전문대졸 이상’(69.5퍼센트)과 ‘초졸 이하’(56.3퍼센트)의 검진율 차이가 매우 컸다. 암 사망률도 교육 수준에 따라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단지 정보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검진을 준비하고 받는 일에는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피로에 절은 몸을 이끌고 검진을 받아 봤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미루고 미루다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좀 더 체계적인 보고는 2008년 손미아 강원대 교수(예방의학)가 작성한 ‘암 발생과 사망의 건강불평등 감소를 위한 역학지표 개발 및 정책개발연구’에서 볼 수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기록이 있는 3259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연구가 이명박 정부 시절 완료됐지만, 어쩐 일인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한겨레21〉 등이 보도해 널리 알려졌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상위 1퍼센트의 전체 암 발생 위험을 1로 봤을 때 최하위(의료급여대상) 소득계층의 암 발생 위험은 1.07로 조금 높았다. 위암의 경우 1.33, 폐암 1.66, 간암 1.61, 대장암 0.96 등이었다. 여성암(자궁경부암과 유방암)의 경우 그 비율이 2.15로 사회경제적 조건이 여성들의 암 발생률에 끼치는 영향이 특히 컸다.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더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상위 1퍼센트의 암 사망 위험을 1로 봤을 때 최하위층의 사망 위험비는 1.93이나 된다. 위암 2.18, 폐암 1.78, 간암 2.14, 대장암 1.62, 여성암 2.22 등이다. 당연히 생존율은 그 거꾸로다.

물론 이 지표들은 보험료 납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보니 소득 격차도 제한적으로만 반영한다.(보험료 상한제가 있고 소득 파악도 제대로 안 된다.)

그럼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것을 보면 암 발생 위험과 이로 인한 사망률에서 계급 간 불평등이 존재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