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8일 민주노총 주최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 ⓒ조승진

“페미니스트 대통령” 운운한 문재인 집권 2년이 지났지만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커녕 대기업에서는 그 격차가 도리어 확대됐음이 최근 드러났다.

올해 1분기 대기업의 남녀 임금격차는 1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 대기업 집단 내 상장 계열사 202곳의 올해 1분기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537만 원으로 남성(2420만 원)의 63퍼센트가량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에는 여성 평균 급여(1564만 원)가 남성(2420만 원)의 64.64퍼센트 수준이었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OECD에서 관련 통계를 낸 2000년대 초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해 왔다. 올해 3월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보고서도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34.5퍼센트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은 대선 공약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퍼센트로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질적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금융권 성차별 채용 관행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과 금융권 채용 성차별 의심 기업들에 ‘자료제출 요구’ 외에는 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한국노총 금융노조 출신의 여성 관료)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금융기관의 이윤 보호를 우선시한 것이다. 

성별 임금공시제

문재인 정부는 성별 임금공시제를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지만 이마저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가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10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3개 투자·출연기관에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표준(안)’을 8월에 마련해 9월 사회적 합의를 거쳐 10월에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시하겠다고 한다. 현재 ‘성별임금격차개선 TF팀’이 여성·노동학계, 시민단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임금공시가 차별 임금 실태 파악에는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여성 노동자 다수의 저임금과 임금 차별을 해소할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임금 차별이 확인돼도 고용주 처벌 같은 규제는 없다. 

서울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와 더불어 공공기관 직무급제를 도입하려 한다. 서울시는 공공기관에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인사혁신처도 공무원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의 상당수가 직무급제를 더 평등한 임금체계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용자들의 직무 평가는 결코 ‘공정’할 수 없다. 직무급제는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임금 억제를 위한 것이지, 차별 해소와는 별 상관이 없다. 역사적 경험을 볼 때, 직무급제는 오히려 여성들이 집중된 직무 가치를 낮게 평가해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고착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노조 간부들이나 페미니스트들이 사측의 직무 평가 과정에 개입한다고 해서 자본주의에서 구조화된 성별 직종 분리나 여성의 저임금이 해소되진 않는다. 직무급제가 확립된 서구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저임금 직종이 다수인 산업에 몰려 있다.

여성의 저임금이 유지되는 이유는 남성들의 ‘가부장적 의식’ 때문이 아니다.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지배계급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지배계급 여성도 여성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기는 매한가지다. 

노동개악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단지 말로만 ‘성평등’을 외친다는 데만 있지 않다. 이 정부는 노동계급 여성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성평등’ 수사는 흔히 이런 공격을 감추는 데 활용된다. 

여성 노동자 다수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데,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제를 개악했고 또 개악하려 한다. 문재인은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아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뻔뻔하게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2022년부터 실질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6월 4일 한국노총 토론회). 특히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100퍼센트 산입되는 2024년부터는 대폭적인 실질임금 하락이 발생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처럼 여성 노동자들을 값싸게 착취하려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거의 지키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 지난해 8월 여성 시간제 노동자 수가 200만 명에 육박했다. 여성 임금노동자의 22.2퍼센트나 된다.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지난해 75만 6000명으로 임금 노동자의 3.8퍼센트를 차지했는데, 그중 73퍼센트가량이 여성이었다(《노동리뷰》 2019년 3월호).

여성가족부는 페미니스트 진선미가 장관이지만 관할 기관 여성 노동자들의 임단협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아이돌봄 노조는 이에 항의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여성운동 지도자들과 노동운동의 온건파처럼 문재인 정부와 대결하기를 회피하거나 이 정부와의 협력에 기댄다면 성평등 실현은 요원해질 것이다.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을 위한 남녀 노동계급의 단결된 투쟁이 더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