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채용성차별 기업 항의 시위 ⓒ출처 전국여성노조

최근 여성가족부가 채용 성차별 기업인 KB국민은행(관련 기사)과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 협약”(이하 ‘자율 협약’)을 맺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율 협약’ 정책은 정부가 “유리천장 깨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성 임원 확대”를 약속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성평등 우수 기업’으로 홍보해 주는 사업이다.

6월 7일 KB국민은행이 ‘자율 협약’ 4호 기업으로 참여했고, 여가부는 이를 환영했다. 여가부 진선미 장관은 협약식에서 “KB국민은행의 사례가 성별균형 확보를 위한 우수사례로 공유되고, 더 많은 금융기업이 동참하여 우리사회 전반에 성평등 조직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한다”며 덕담을 늘어놨다. KB국민은행장은 “양성평등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여성 임원 찔끔 확대 계획만 내놓고, 채용 성차별 시정 조처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여가부가 KB국민은행의 성차별에 면죄부를 줬을 뿐 아니라 버젓이 ‘성평등 기업’ 행세를 할 수 있게 이미지를 세탁해 준 것이다. 

계급적 본질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채용 성차별 문제에 매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해당 기업들의 전수 조사도 거부한 바 있다. 여가부의 행보도 성평등 운운하며 차별해소에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잘 보여 준다. 

이런 모순은 문재인 정부의 계급적 본질에서 비롯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주의 국가를 이끄는 지배 계급의 수장으로서 기업 이윤에 타격을 주는 개혁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 노동계급 여성들의 성차별 해소 염원보다 기업 이익 보호가 우선인 것이다.

문재인은 ‘여성 고위직 임원 확대’ 같은 지배계급에게 부담되지 않는 상징적인 조처만 추진하려 한다. 물론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부당한 차별이고 사라져야 마땅하다. 더구나 한국의 여성 임원 비율은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쳐 유리는커녕 “콘크리트”라고 불릴 정도다.

문재인은 최저임금 개악 등 모든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하락시키는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공격하면서 ‘성평등 정부’라니, 위선적이다.

진선미 장관이 이끄는 여가부도 문제적이다. 여가부는 KB국민은행을 ‘성평등 조직문화’ 선도 기업으로 추켜세웠고 ‘자율 협약’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비판 목소리를 일축했다. 

반면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 부당하게 해고돼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레이테크 코리아, 신영 프레시젼, 성진 씨에스 여성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에 여가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또한 여가부는 돌봄 서비스 사업 주무 부처임에도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요구에 ‘관할 기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소수 엘리트 여성들(페미니스트일지라도)이 고위직에 진출한다고 해서 저절로 노동계급 여성들의 조건이 개선되거나 차별이 완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성별보다 계급적 이해관계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를 지렛대 삼는 방식으로는 성차별 해소나 노동계급 여성의 조건 개선을 이룰 수 없다. 여성 차별은 자본주의에 체계적으로 뿌리 박혀 있고, 자본주의 국가는 이윤 시스템을 지탱하는 데서 핵심적이다. 육아, 간병 등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고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이유다. 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등 착취를 강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노동계급 여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양질의 일자리, 공공서비스 대폭 확충 같은 실효성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남녀 노동계급의 단결된 투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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