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트럼프는 이란 폭격을 승인했다가 실행을 직전에 취소했다.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 무인기를 격추했다.(이란은 무인기가 자국 영해로 넘어왔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폭격은 그 대응으로 논의된 것이었다.

트럼프는 민간인 사망자가 150명일 것이라는 보고를 듣고 폭격을 취소했다고 한다.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안보보좌관 볼턴은 폭격을 지지했다고 한다. 물론 트럼프가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진심으로 걱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지르는 온갖 잔혹 행위에 눈 감지 않았던가. 이란에 부과한 강력한 제재도 무고한 이란 민중을 도탄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이 낳을 정치적·군사적 파장을 우려했을 것이다. 대선 때 중동에서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로서는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위협을 멈추지 않았다.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전쟁을 한다면 이란을 “말살”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는 폭격을 취소하고 사이버 공격을 지시했다. 24일에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와 고위 인사들을 특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을 당분간 취소했을 뿐이다.

트럼프가 6월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이란 추가제재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중동 불안을 키워 온 트럼프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큰 낭패를 본 미국 지배자들은 중동 개입을 줄이고 중국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중동 상황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졌다.

트럼프의 전임자 오바마는 이란과 핵협정을 맺고 제재를 해제해서, 이란을 달래고 중동 상황을 안정화하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일당은 핵협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핵협정은 기껏해야 핵무기 개발을 한시적으로 막을 뿐이고, 이란이 중동 곳곳에 개입하고 경제를 성장시켜 미국의 중동 패권을 잠식하게 내버려 둔다고 이들은 봤다.

트럼프는 직접적 군사 개입을 하지 않으면서 기존 동맹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이용해 이란을 견제하려 했다. 이들은 자체 이해관계에 따라 이란과 격렬하게 경쟁해 온 지역 강국들이다.

2017년 말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천명하고 2018년 5월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겼다. 이는 이스라엘을 크게 고무한 반면 중동 전역에서 분노를 자아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만만한 왕세자 빈살만이 벌이는 각종 외교적·군사적 모험을 지원했다. 그리고 거액의 무기 거래 계약을 맺어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를 무장시켰다.

그럼에도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진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교 관계를 단절한 카타르는 이란과 점점 가까워졌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단기간에 끝내리라고 기대하고 개입한 예멘 내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과 맞선 예멘 후티 반군과 이란의 관계는 더 깊어졌다. 한편 시리아에서 내전에 개입해 아사드 독재 정권을 지켜낸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의 전후 복구 과정에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는 대선 때 공약한 대로 핵협정을 파기하고 제재를 부활시켜 이란 압박을 강화했다. 올해 5월에는 항공모함 전단을 증파해 군사적 긴장을 높였고 그 긴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쟁 위험

이라크 전쟁의 악몽 때문에 미국 권력자들 내에는 이란과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는 자들이 많다.

트럼프 정부 내에도 이견이 있는 듯하다. 이번에 폭격을 승인했다가 취소한 것도 그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가 볼턴과 폼페이오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서 상황은 끝난 것은 아니다. 또, 이란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데에선 이들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런 정책이 바로 전쟁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란은 핵협정에 참가한 유럽 국가들이 협정을 되살리지 못하면 7월 7일부터 핵협정 이행 수준을 낮추겠다고 위협했다.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핵협정 유지에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지만, 이들이 미국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9년 1월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려 개설한 결재 채널 ‘인스텍스’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중동은 지역 강국들과 온갖 집단들이 격렬하게 충돌을 벌이는 곳이다. 미국은 상황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면 상황은 트럼프의 의사와 상관 없이 급격하게 심각해질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가 패권을 지키기 위해 중동에서 벌이는 도박은 자칫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는 중동 민중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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