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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기자회견:
분노한 이주여성들이 안정적 체류 보장을 요구하다

“우리는 동물로 태어난 게 아니다” 7월 15일 오후 법무부 앞에 모인 100여 명의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의 권리 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출입국관리법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7월 15일 법무부 앞에서 ‘이주 여성의 권리 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주여성 약 100명이 참가했다.

익산시장의 다문화가족 자녀 비하 발언에 분노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지난달에도 국회 앞에서 500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을 남편이 폭행한 사건이 터지자 결혼이주여성의 불안정한 체류자격 문제 해결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을 금지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이혼 사유 · 자녀양육 여부 · 한국인 배우자 가족 부양 여부와 관계 없이 이혼한 후에도 체류 보장, 결혼이주민의 가족 초청과 가족결합권 전면적 허용, 물리적·정서적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체류자격 보장, 비자 갱신 시 배우자 동의 요구 금지, 귀화심사 과정 개선 등을 요구했다.

주한베트남교민회 원옥금 대표는 법무부가 결혼이주여성의 현실이 개선된 것처럼 홍보한 것을 반박했다.

“결혼이주여성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비자 연장하러 가면 남편이 동행해 줘야 하고 동행하지 않으면 남편의 동의서,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 출입국사무소가 [결혼의] 진정성을 조사하는데 한국 남편이 이주여성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하면 비자 연장이 안 된다.

[남편이]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적으면 100만 원 많으면 300만 원이나 된다. 부부 사이에 돈을 요구해서 비자 연장하는 것이다.”

이혼을 할 경우 그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결혼이주여성이 입증해야 체류허가와 귀화신청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입증자료를 폭넓게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원옥금 대표는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배우자의 폭력을] 경찰에 신고하면 가정사라고 입건을 안 해 준다. 입건한다 해도 [검찰에] 송치를 안 한다. 결혼이주여성이 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서를 떼야 하는데 잘 모르고 일반 진단서를 떼면 증거가 안 된다. 증인이 있어야 하는데 법원에서 증인을 두 명 데려 오라고 한다. 남편이 협박하면 증인을 안 서 준다.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서 이혼 시 귀책사유 입증 책임을 한국인 남편이 지도록 해야 한다.”

"인종차별 아웃" 7월 15일 오후 법무부 앞에 모인 100여 명의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의 권리 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출입국관리법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기자회견장 한켠에서 “이주여성 친정 부모 자유로운 왕래 보장”이라는 현수막을 든 참가자들도 있었다. 중국 결혼 이주민 장시엔 씨는 똑같이 아파도 시어머니는 돌볼 수 있는데 친어머니는 돌볼 수 없는 현실을 폭로했다.

“98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반면] 건강이 좋지 않은 친정 엄마는 체류 문제로 같이 모시지 못할 상황이 됐다. 이주여성이 친정 어머님도 모실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달라.”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는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인 자녀 양육과 노인 돌봄의 역할을 떠넘겨 왔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결혼 이주 여성에게 내맡겨 온 것이다.

정부는 이주민의 자유로운 왕래를 가로막고 통제하며, 본국의 가난에서 벗어나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해 국제 결혼을 한 방편으로 선택하는 것은 “위장 결혼”이라며 비난한다. 법무부는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폭행 사건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러저러한 해명을 하면서도 “국제 결혼으로 국내 입국이나 체류·국적 취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위장 결혼이나 내국인 피해자가 존재”한다며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혼의 자유, 이주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가짜’, ‘위장’ 운운하며 전체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정부는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라.

7월 15일 오후 법무부 앞에 모인 100여 명의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의 권리 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출입국관리법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7월 15일 오후 법무부 앞에 모인 100여 명의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의 권리 보장과 인종차별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출입국관리법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