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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가 압도적 지지를 받다

8월 31일 전교조 임시 전국대의원대회가 조치원에서 열렸다. 대의원과 활동가 등 300여 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여러 현안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지만, 대의원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사안은 바로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부당한 직위해제와 경찰 수사였다.

배이상헌 교사는 도덕 교과 ‘성윤리’ 단원 수업의 일환으로 성평등 교육을 했다. 그런데 광주시교육청은 학생 일부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성 비위’로 몰아 배이상헌 교사를 부당하게 직위해제했고, 경찰에 이 사건을 넘겼다. 배이상헌 교사는 경찰에 불려가 ‘성범죄’와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성평등 수업을 경찰 수사로 넘긴 광주시교육청 규탄한다 — 경찰은 배이상헌 교사 수사 중단하라’ 참고)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대의원대회장에서 적극적인 배이상헌 교사 방어 활동을 펼쳤고 대의원 압도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전교조 대의원대회 장소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 활동을 하는 전교조 조합원들 ⓒ조수진

전교조 광주지부는 대의원대회 장소에 “교육권 침해 사과하고 직위해제 취소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소속 전교조 교사 10여 명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리플릿을 반포하고, “배이상헌 사건파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제목의 대형 걸개를 설치했다. 걸개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Q&A와 팩트 체크, 관련 읽을거리 등을 담아 대의원들이 핵심 경과와 쟁점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대회 참가자들은 배이상헌 교사 방어를 호소하는 노동자연대 교사모임의 리플릿도 꼼꼼히 읽으며 관심을 보였다.

참가자의 80퍼센트가 참여한 배이상헌 방어 서명

대회 시작 전부터 대의원들은 삼삼오오 다가와 리플릿과 걸개에 실린 내용을 읽었다. 참가자의 압도 다수는 광주시교육청과 경찰에 분노와 우려를 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평등 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교사들’ 명의의 서명운동에 235명이나 참가했다. 경찰 수사 중단과 징계 철회 요구 서명에 대회 참가자의 약 80퍼센트가 동참한 것이다.

그만큼 성평등 수업을 ‘성범죄’ 취급한 교육청과 경찰의 부당 탄압에 대한 전교조 대의원과 활동가들의 항의가 컸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교조 본부의 태도는 달랐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전교조 본부와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방어에 나서지 않았다. 최근 전교조 중집에서도 배이상헌 방어 입장 채택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대의원대회가 열리기 전 시민모임 측은 배이상헌 교사의 특별발언을 요청했지만 전교조 본부 집행부는 이마저 거절했다. 야박하게도 부당 징계의 피해 당사자에게 5분 발언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배이상헌 교사는 대회에 참가해 “성평등 교육 침해하는 교육청을 규탄한다”는 팻말을 들고 대의원을 한 명 한 명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많은 대의원들이 배이상헌 교사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조수진

빗발친 문제 제기

상당수 대의원들은 이 사안이 단지 배이상헌 교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서지 않는 본부에 대한 대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터져 나왔다.

광주 여성위 활동가이기도 한 이건진 광주지부 전국대의원은 광주시교육청의 부당한 조처를 비판하고 전교조 본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오늘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성 비위자 규정 53일째, 직위해제 38일째 되는 날이다. 성과 관련된 수업은 누구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학생이 불편함과 수치심을 느꼈다 해서 교사의 소명도 듣지 않고 곧바로 성 비위자로 규정해 수업 배제, 직위해제하고 경찰 수사하는 것은 너무 폭력적이지 않은가.”

“광주시교육청은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와도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으]로 파면, 해임한다. 엄벌주의다. 나를 비롯한 초등 교사들은 15시간 성교육을 해야 한다. 겁이 난다. 국어, 역사, 미술, 보건교사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의 직을 걸고 성평등 교육을 의무로 해야 한다는 것이 놀랍다. 학생들의 민원과 불편함이 학교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교사와 학생이 교육적 만남을 할 수 있도록 스쿨미투가 진행돼야 한다. 배이상헌 교사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전교조 본부는 광주시교육청의 스쿨미투 처리방식을 규탄해 주시기 바란다.”

이에 대한 장관호 전교조 정책실장과 권정오 위원장의 답변은 옹색해 보였다.

“1차적으로 조직 내부 토론회를 하고, 그 이후 대응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제기되는 매뉴얼 관련해서는 검토해서 추후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본부가 현 시기에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꼬이게 할 수 있다 ... 본부는 어떻게 하면 학교 내 성평등 교육을 더 활성화할지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과 토론에 집중하기로 결론을 냈다.”

이는 당면 요구와 전교조 본부의 책임을 회피한 채 9월 7일 전교조 여성위 주최 토론회로 공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

성평등 교육에 자행된 당면한 탄압에 맞서 방어하지도 않으면서 추후에 매뉴얼을 개선하고 “성평등 교육을 더 활성화할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회피일 뿐이다. 이는 경찰 수사기간 동안 침묵함으로써, 성평등 교육을 국가의 억압기구인 경찰의 검열과 처분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위원장의 답변에 박동준 경기지부 전국대의원이 항의했다.

“배이상헌 선생님 건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교사가 다 걱정하고 관심 가질 만한 사건이다. 수십 년째 성평등 교육에 헌신해도 이런 일을 겪는 마당에, 나처럼 헐렁한 교사가 그간 보여 준 수업자료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이 사안이 벌어지고 오랫동안 중앙에서 많은 토론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한 달이 다 되도록 중앙차원에서 그 흔한 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고, 오히려 [방어 성명 발표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데 나와 다른 선생님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위원장은 ‘민원을 제기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묻혀버린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것이다.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는 대의원들의 핵심 문제 제기는 ‘학생의 목소리를 묻히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항의의 초점은 광주시교육청과 경찰 탄압에 맞춰져 있다.

배이상헌 교사는 은밀한 곳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개인적 성희롱이나 성적 접촉, 성적인 요구를 한 게 전혀 아니다. 그야말로 공개적인 수업 공간에서, 그것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 ‘성윤리’ 단원을 가르칠 때 전교조 여성위가 추천한 자료로 성평등 교육을 한 것뿐이다. 이것을 두고 ‘성 비위’, ‘아동학대’ 운운하는 사용자와 국가기구를 교사노동조합인 전교조가 용인하고 탄압을 묵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인 것이다. 성평등 수업에 대한 탄압을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스쿨 미투의 정당한 취지를 훼손한다.

위원장은 전교조 여성위 측에 반론 기회를 줬으나, 여성위 측은 반론하지 않았다. 위원장이 문제 제기를 계속 무마하려 해 대의원들이 재차 항의하려 했으나 위원장은 ‘관련 사안을 더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논의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대의원들의 관심과 토론 열기는 식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대의원들은 앞다퉈 시민모임 측이 건 대형 걸개 앞에 몰려가 Q&A와 팩트 체크 등을 꼼꼼히 읽고 동료 대의원들과 토론했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이 붙인 유인물을 유심히 읽고 토론하는 전교조 조합원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한편, 전교조 본부는 9월 7일 전교조 여성위 주최 토론회에서 이 쟁점을 다루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공지된 토론회 주제에는 관련 쟁점이 드러나 있지 않다. 이 사안과 무관한 스쿨미투 주제로 토론회를 열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심지어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고 광주시교육청의 조처에 비판적인 발표자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여러 교사들 사이에서 토론회 기획의 적절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비열하게도 9월 2일 전국시도교육청에 긴급 공문을 보내 “수사가 완료되어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해당 교육청에서 어떠한 의견이나 담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협조”하라며 토론을 가로막으려 한다.

이런 공문이 이른바 ‘진보교육감’ 아래 “민주시민교육과”의 이름으로 보내진 것이 개탄스럽다. 교육청은 이간질과 입막음 시도를 중단하고,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 의뢰도 철회해야 한다.

전국대의원대회가 끝난 뒤 시민모임의 단체 SNS 소통방 가입자 수가 230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만큼 이번 대의원대회를 계기로 전국의 활동가들의 관심과 지지가 확산된 것이다.

시민모임은 꿋꿋이 광주교육청 앞 항의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배이상헌 교사가 출석조사를 받는 9월 3일에는 경찰서 앞에서 경찰 수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광주를 넘어 전국의 전교조 활동가들이 광주시교육청의 징계와 경찰의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을 조직해, 이번 대의원대회의 성과를 이어 가야 한다. 각 지부별 대의원대회 등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 캠페인을 함께 확산해 나가자.

성 평등 수업을 이유로 직위해제 당한 배이상헌 교사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조수진


참고 자료와 사이트

● “배이상헌 사건파일, 그것이 알고 싶다”

http://srook.net/pixeli/637009463902942373

● ‘성평등 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 모임’ 카페

http://cafe.daum.net/ChaliceGuard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