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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자회사 노동자 투쟁:
자회사가 정규직 일자리라며 최저임금 강요하는 철도공사

9월 2일 서울역 농성에 들어간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노동자들 ⓒ이재환

철도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자회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9월 2일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노동자들(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은 서울역 농성에 돌입했다. 철도공사의 처우 개선 합의 이행과 인력 충원, 호봉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역무, 매표, 주차관리, KTX특송, 셔틀버스 운행, 고객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대부분이 자회사 무기계약직이다. 과거에는 철도공사 정규직이 하던 일이었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맡기거나 외주화했다. 현재도 정규직이 하는 일과 중복되거나 긴밀히 연결돼 있다. 광역전철 회기역은 철도공사 역무원이, 신이문역은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이, 과천역은 민간 용역회사 SJ파워가 운영하는 식이다.

같은 일을 하지만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은 철도공사 정규직 대비 40~45퍼센트 수준이다. 심지어 10년을 일해도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고 철도공사가 부족분을 보전해 주는 실정이다.

지난해 철도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공사와 동일·유사 업무에 일하는 자회사 직원의 임금 수준을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한다”고 합의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는 올해 자회사와 맺는 위탁계약에서 실제 일하는 인원보다 적은 계약 인원을 책정하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인건비를 책정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철도공사 핑계만 대고 있다.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현실에서 호봉제 도입도 노동자들에게 절실하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의 사정상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라며 지난해 합의를 헌신짝 취급한다.

좋은 자회사?

인력 부족도 고질적 문제다. 2017년 12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전국 574곳 지하철 안전감찰 결과에 따르면 역마다 최소 5명의 역무원이 상시 필요하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코레일네트웍스가 역 한 곳당 평균 2명을 배치하고 16곳에는 1인 근무를 시키게끔 하고 있다. 2018년 9월에는 혼자 근무하던 역무원이 쓰러져 안전 관리 담당자가 부재한 일이 벌어졌다.

한 여성 노동자는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어느 역에서는 버리기 아깝다고 새마을호 침대 칸에서 10년 넘게 쓰던 침구류를 [노동자 숙소에] 주기도 했습니다. 또, 비정규직 여직원이 쓰던 숙소를 정규직에게 내주고 비정규직에게는 현재 쓰지 않는 매표창구 공간에 방을 만들어 줄 테니 숙소로 쓰라는 것입니다. … 녹물이 나오고 자주 막히는 세면대가 있는 여직원 공용 화장실에서 씻고 생활하라는 비상식적인 처우에 저는 황당하고 서럽고 화가 났습니다. 저는 사람입니다. 비정규직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고 사람답게 노동하고 싶습니다.”(코레일네트웍스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 〈2019년 임단협 속보〉)

이런데도 철도공사는 문재인 정부 방침대로 자회사 직원도 정규직이라며 자회사 노동자 대부분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했다. 심지어 지난해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전환된 청소 노동자들은 임금이 더 깎였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좋은 자회사’ 운운한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보여 준다.

철도공사는 용역 노동자들의 자회사 전환을 관철시키고 기존 자회사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정당화하려고 ‘코레일네트웍스 업무는 생명·안전 업무가 아니다’라고 핑계를 댔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생명·안전 업무라고 인정한 KTX 승무원 553명, 전기원·차량정비원 등 296명에 대해서도 아직 직접고용을 하지 않았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직접고용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이기 전에 사람이다”

“십수 년간 자회사 노동자로서 처참하게 살아왔습니다. 정규직화한다면서 용역 자회사를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평생 최저임금 강요하는 기획재정부, 생명·안전 업무라고 판단한 업무에 대해서 직접고용을 미루고 있는 국토교통부, 우리에게 불공정한 계약서를 들이대며 그동안 갑질과 협박을 해 온 코레일, 그리고 코레일 갑질에 알아서 긴다는 식으로 노동자를 억누르고 희생만을 강요해 온 모든 자회사들에 맞서야 합니다.”(조지현 철도고객센터 지부장)

철도노조 자회사 지부들은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모두 90퍼센트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최근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로 가입한 수서고속철도 승무원들도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여러 자회사 노조들 중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9월 11일 하루 파업을 예고했다. “추석 대수송” 기간에 파업을 하는 것이 철도공사와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을 압박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이 파업에 대비해 대체 인력 투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철도노조는 사측의 대체 인력 투입 요구를 거부하고 파업 연대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철도노조 정규직 조합원들도 9월 초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철도 활동가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도록 설득하고 조직해 가야 한다. 이런 활동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투쟁 조직에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철도공사는 정규직과 자회사 노동자들 모두의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우는 것이 사측의 이간질과 책임 전가 시도를 막고 요구를 쟁취하는 데 이로울 것이다.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9월 2일 철도노조 자회사지부 결의대회에서 삭발하는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