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세계경제에 다시금 큰 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며 국채 가격이 치솟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디폴트 위기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금리는 80퍼센트가 넘었다.

세계 주요 경제의 산업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산업 생산 증가율은 지난해부터 하락 추세인데 올해 7월에는 4퍼센트대로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중국에 고급 기계류를 판매하는 독일과 일본 등에 연쇄적 파급 효과를 낸다. 독일의 연간 산업 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11월부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의 산업 생산도 올해 들어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올해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도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 기업들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순수익은 줄어들었다. 특히 비금융 기업들의 이윤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산업 전망을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에서 50 이하로, 향후 산업 생산이 축소될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산업 부문에서 이윤 하락이 계속된다면 다른 부문들의 성장도 계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 보복, 세계 산업 생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과 반도체 수출 등이 감소하며 수출은 9개월째, 투자는 5분기째 감소했다. 7~8월 원화 가치는 아르헨티나와 남아공 다음으로 크게 떨어졌다.

제조업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해 8월까지 17개월 연속 하락했다.

친기업 경기 부양책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예산안에서 노골적으로 친기업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일본과의 갈등 속에 핵심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이뤄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방향과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정책들이 매우 강조됐다.

가장 큰 예산 증가를 이룬 부분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인데, 27.5퍼센트나 늘었다. 부품 기술 산업들, 데이터·네트워크·AI·5G 등 4차 산업혁명 산업들,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헬스, 미래자동차 등 삼성, 현대, LG, SK 등 재벌 대기업 지원 사업 등에 큰 돈이 투자된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12.9퍼센트나 늘었다.

촛불 도둑 정부 ⓒ출처 청와대

보수 진영은 보건·복지·노동 예산도 12.8퍼센트가 늘었다며 너무 많다고 불평하지만, 그중 70퍼센트는 공적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등 이미 정해져 있는 지급 기준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구직급여가 2조 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는 대중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향후 거세질 구조조정을 대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의 노인 일자리를 예년보다 13만 명 더 늘리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 외 일자리 예산들은 기업에게 고용 장려금을 주거나 직업 훈련 비용을 보조하거나, 창업하라고 권유하는 등의 시장주의적 방향에 맞춰져 있다.

국방비는 올해도 7.4퍼센트 늘었지만, 교육 예산은 2.7퍼센트만 증가했다. 그나마도 경제 성장을 위한 “혁신인재” 등 고등교육에서 친기업적 인재 양성이 강조됐고, 유아·초중등 교육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으로 인해 확대되는 예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예산들은 제자리걸음이다. 대량 해고된 강사들의 처우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관련 예산 등도 찾아 보기 힘들다. 소방 예산은 오히려 19.1퍼센트가 삭감됐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보호무역주의적인 국가 간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 이윤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제도 개악, 노동법 개악 등 반노동 악법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이윤 경쟁 몰이에 노동자들이 협조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의 자본주의 위기는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들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다 해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일본이 지난 20년간 매해 GDP의 3~10퍼센트에 이르는 재정 적자를 감수하며 기업을 위한 경기 부양을 하고 노동자들에게 불평등을 강요해 왔지만, 여전히 경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정책은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부자들을 살리고,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경제 살리기에 협조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위해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