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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9월 7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에 찬성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상정안을 드디어 통과시켜 줬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무능,” “검찰의 조직적 저항,” “조국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 …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적나라한 특권사회의 모습”을 차례로 비판하고는, “그럼에도 …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최종 결정 이전에 …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 어떤 선택이 진정 사법개혁을 위한 길인가 깊이깊이 숙고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하고 물으면서도, 한국당과 검찰의 반격을 고려해 문재인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현재 조국 임명 문제로 정의당이 안팎에서 좌우의 압력에 시달리는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조국 딸 문제로 불공정에 분노한 청년들은 조국 임명 지지에 항의하고, 친문 지지자들은 임명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 않은 점을 비난한다.

당 지도부 안에서도 의견이 날카롭게 갈렸다는 보도가 있었고, 대학생 당원 일부가 조직적으로 조국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표출·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좌우 양쪽의 눈치를 보다가 시점도 늦고 명백히 진보적이지도 않은 입장을 내놓은 탓에 정의당의 이번 논평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신중함의 미덕보다는 우유부단과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더 많이 평가되는 듯하다.

실제로 정의당의 입장 표명은 시기도 늦었고 내용도 부적절하다. 첫째, 노동계급을 분노케 한 조국 임명에 따른 정치적 결과는 문재인이 책임질 몫이다. 그 책임을 정의당이 나눠지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둘째, 한 달 가까운 의혹 제기와 해명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판단을 어느 정도 굳혔으므로 때늦었다. 이 판단 형성 과정에서 정의당이 한 구실은 없다. 셋째, 정의당은 자신의 주요 지지 기반인 다수 노동조합과 다수 청년층의 정당한 분노와 항의를 공식 정치의 영역에서 대변하길 회피했다.

개혁의 동력

정의당 지도부가 조국을 방어하는 것은 민주당을 지지해 선거법을 개혁하고 이를 지렛대로 표와 의석을 최대한 늘리는 게 무엇보다 중차대한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의석수 늘리기 자체를 지고의 선으로 보는 의회주의의 발로다. 사실 올봄 경남 창원 여영국 의원 당선 과정이 이 전략의 모순과 위험성도 보여 줬다.

경제 침체기에 진정한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 의회를 포함한 제도권 정치인들의 구실은 이에 비해 부차적이다. 그래서, 더디고 길이 좁아 보여도 진보·좌파가 묵묵히 수행해야 할 우선적인 책무는 노동계급 대중의 의식과 자신감을 높이는 일이다. 이는 지배계급 정당과 시스템을 폭로하는 일, 공식 정치 영역에서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는 집단(노동자, 학생 등 청년,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의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에서, 지난 대선에서 노동자·청년·여성·성소수자 등을 대변해서 지지를 늘렸던 정의당이 대표적인 원내 진보정당으로서 자기 임무(지지층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를 방기함으로써, 오히려 우파가 청년층 다수의 불만을 가로챌 기회를 제공했다.

정의당의 실용주의가 현재 정의당이 빠진 함정을 놓은 면도 있다. 한국당이 싫으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정의당이 도전하지 않고(오히려 민주당과 유착하고) 상황을 추수해 오면서 지지층의 의식을 혼란시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의당 내 일부 의견그룹들인 진보너머, 모멘텀, 학생위원회 등이 계급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노동운동과 좌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이런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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