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출범한 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첫 본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의결했다. 1주 최대 52시간 근로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개악이다.

지난 3월 개악 실패 이후 파행을 겪다 7개월 만에 재개장하자마자 한 일이 노동개악 합의인 것이다. 2기 경사노위는 올해 상반기에 개악 합의에 반대했던 위원들을 해임하고 정부 입맛에 맞게 물갈이 했다.

ⓒ출처 경사노위

경사노위가 노동개악을 위한 ‘답정너’ 기구였음이 다시 한 번 선명히 드러났다.

문재인은 최근 경제적·정치적 위기 속에서 기업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최근 잇따라 경제단체장 간담회, 삼성 이재용 만남 등 급속히 친기업 행보를 강화하하며 노동개악과 규제 완화 추진에 힘을 쏟는 이유다.

청와대는 이날 경사노위 본회의에도 경제부총리 홍남기를 보내 “사회적 대화의 재개”를 환영하며 “경제 활력을 위해 노동 현안의 매듭을 풀어 달라”고 했다. 각종 노동개악 추진에 사회적 합의를 명분 삼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는 주문이다.

대국민 사기극

올해 초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각종 개악안들은 정부와 경사노위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단체행동권을 약화시키는 방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 등을 경사노위에서 통과시키려 했다.

노동자들의 항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동운동 좌파들이 이런 불만과 분노를 대변해 공동으로 벌인 경사노위 반대 운동이 효과를 발휘해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밀어붙이자, 이번에는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던 여성·비정규직·청년 등 계층별 위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했다. 정족수 미달 사태로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최종 의결하지 못했다.

이렇게 경사노위가 장기간 파행을 지속하자, 급기야 문재인은 지난 8월 반대자들을 해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전원을 해임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는 계층별 위원 3인을 제거하기 위한 꼼수였다.

그 자리를 정부 친화적인 인물들로 빈자리를 메워 2기 경사노위를 출범시키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의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 대화의 재개”, “새로운 도약” 운운하니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이래 놓고 민주노총에게 “사회적 대화의 책임을 다 하라”고 훈수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이 정도면 위선과 사기극의 새로운 도약이라 할 만하다.

임금 양보 압박

앞으로 2기 경사노위는 사회 양극화와 산업구조 개편을 핵심 의제로 다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은 특히 “양극화 심화에 따른 임금 문제를 중점 논의하겠다”고 했다.

진정으로 경제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노동과 자본 간의 막대한 소득 격차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그뜻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와 정반대로, 노동자들 내부의 임금 격차를 “양극화 심화”의 주된 원인인 양 부각하면서 정규직의 임금 양보와 임금 인상 억제를 강요하려 한다.

가령, 문성현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직무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문성현은 또,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일부 사업장의 임금 인상 자제-생산성 향상 합의, 정규직의 임금 양보를 “연대”로 포장한 연대임금(기금) 조성 합의 등을 가리켜 “노사 상생의 사회적 대타협”의 모범으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2기 경사노위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기구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2기 경사노위(나 산하 위원회)에 미련을 두지 말고 불참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노동개악에 맞선 대정부 투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