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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증가:
위험의 ‘이주’화 낳는 고용허가제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차별과 억압, 죽음으로 얼룩진 15년: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폐지하라”를 읽으시오.

한국에 온 지 2주 만에 목숨을 잃은 네팔 이주노동자의 사고 현장 ⓒ제공 이주노조

이주노동자들의 소리 없는 죽음이 늘고 있다.

공식 산재 통계에 따르면,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수가 2016년 71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1~6월 사이 발생한 산재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사망에 이르지 않은 질병과 부상까지 합하면 한 해에 이주노동자 산재는 7300여 건에 달한다.

이조차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여러 보고서들은 산재의 실제 규모가 정부 통계의 13~30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2008년 이진석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등). 이주노동자의 경우 산재 은폐가 훨씬 더 많아 그 숫자는 더 커질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한국인의 6배가 넘는다.

언론을 통해서도 이주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10월 12일에는 한국에 들어와 일한 지 2주밖에 안 된 23세 네팔 이주노동자가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7월 31일 목동 빗물 저류시설 참사에서 미얀마 노동자가, 9월 10일 영덕에서는 오징어 가공 공장에서 베트남 노동자 1명과 태국 노동자 3명이 질식사했다.

죽음의 족쇄

8월 14일 속초 건설 현장에서는 승강기 추락으로 한국인 노동자 4명과 이주노동자 2명이 크게 다쳤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대신 몸을 숨겨야 했다. 미등록 상태였기 때문에 병원에 가면 신상이 드러나 강체 추방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미등록 노동자들은 심각한 산재를 당해도 침묵을 강요받는다. 법적으로 산재 신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도 높다. 애당초 “산재”가 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영세한 작업장의 경우 미납한 산재보험금을 몰아서 내야 한다거나,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한 데 대한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사장들은 절대 산재 신고를 안 하려 한다. 사장들은 일하다 다친 이주노동자에게 “불법 체류자로 신고할까?” 하고 협박하고, 산재 신청은커녕 치료비조차 월급에서 공제해 버리기 일쑤다.

경찰을 불러 “불법체류자니 데려가라”고 한 사례도 있다. 싼 값에 힘들고 위험한 일을 시키다가 다치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이주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버리는 것이다.

고용허가제에 등록된 노동자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로 조직돼 있지 않으면, 언어가 서툰 개별 이주노동자가 사장과 싸우고 법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산재를 입증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후 일자리를 부지하기도 어렵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내 손가락을 잘라간 저 기계가 무섭다. 제발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고 사정해도 사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 2017년 한 네팔 노동자는 병을 치료하러 고국에 다녀오게 해 달라는 부탁을 사장이 거부하자 좌절한 끝에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장애를 얻거나 시체가 돼 고향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