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대학생 4명이 구속됐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명재권이다. 그는 얼마 전에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주목받았다. 

구속영장에 이어, 10월 22일 경찰은 평화통일단체인 평화이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구속된 학생의 주소가 이 단체 사무실이라는 핑계로 말이다.

앞서 10월 18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 19명은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들어가 기습 시위를 했다. 이 학생들은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지원금) 인상을 요구한 것에 항의한 것이었다.

조선·중앙·동아 등 우파 언론들은 일제히 이날 시위를 ‘친북 학생들이 벌인 반미 난동’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 국무부도 직접 나서서 유감 입장을 내놓았다. 모두 시위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적극 호응했다. 경찰은 시위 학생 19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9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 중 7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부와 검찰이 갈등하느니 마느니 하고,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갈등이 있다 해도 미국 제국주의(와 그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틀어막고 친미 우파의 기를 살려 주는 데서는 그들 모두 찰떡궁합인 것이다.

미군 지원금 인상 반대

그러나 주한 미국대사관저 시위 학생들은 비폭력적 방법으로 정치적 항의 제스처를 했을 뿐이다.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부각하려고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에게 주한미군 지원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주한미군은 백해무익하다. 주한미군은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을 위해 한국에 주둔한다. 그래서 주한미군 자체가 한반도와 그 주변에 긴장을 부르는 요인의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근본에서 뿌리치지 않고 있다. 이미 3월에 주한미군 지원금을 8.2퍼센트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추가 인상을 요구하자, 9월에 문재인은 트럼프를 만나 한국의 대대적인 미국 무기 수입 계획을 설명했다. 트럼프는 “한국은 우리의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큰 고객”이라고 한국을 ‘칭찬’했지만, 주한미군 지원금 추가 인상은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는 트럼프 정부를 대표해 문제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지원금을 기존보다 5배로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종료는 한국 정부의 “실수”라며 협정 연장도 종용했다. 이 발언은 한·일 갈등에서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일본을 두둔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는 11월 말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국무총리 이낙연을 일왕 즉위식에 참석시켜 아베를 만나게 하는 등 일본과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진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는 “견인”할 대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제국주의와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운동을 계속 탄압하고 있다. 올봄에 정부는 1년 반 전인 2017년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를 이유로 최영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과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을 기소했다.

이번 시위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서 정치적 상징성이 큰 주한 미국대사관저를 택해 비폭력 시위를 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르지도, 누구를 다치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은 경찰이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제국주의에 대한 자국 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정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속 학생들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

10월 18일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시위를 하는 학생들 ⓒ출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10월 20일 연행 학생 석방 촉구 기자회견 ⓒ출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