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이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 수업을 터무니없이 성범죄로 몰아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3개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졸지에 ‘성비위’ 교사가 돼 기소될 상황에 처한 배이상헌 교사에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수사 상황은 답답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피해는 해당 교사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교사들이 이번 사안으로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

억압기구인 수사기관에 성평등 수업에 사용된 영상의 위해성 여부 등을 판단하게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검찰이 이번 사안을 성교육과 진보 교사를 공격하는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안은 교사들은 물론, 성평등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국가기구의 성평등 수업 탄압에 맞서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하는 활동이 지속·확대돼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얘기할 수 없다”며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무책임할 뿐 아니라 위선적이다. 경찰에 넘긴 장본인이 광주시교육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광주시교육청은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교사들에게도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를 요구해 왔다. 

10월 19일 시민모임 주최 토론회 전국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하며 결의를 다졌다 ⓒ출처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방어 운동을 확대하자

그간 광주시교육청의 관료적인 ‘스쿨미투’ 대응에 많은 교사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 특히, 성평등 수업마저 성희롱으로 낙인 찍는 야만적 행태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분노하며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했다. 당사자와 광주 교육단체·노동단체 활동가들이 연대해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매일 항의시위를 하며 이 사안을 전국적으로 알렸다. 〈노동자 연대〉는 8월 10일 성명을 처음 발표한 뒤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배이상헌 교사 방어 운동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시민모임과 전교조 교사들이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 활동을 펼친 것은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대의원의 압도 다수가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정서는 전교조 지역별 대의원대회로도 이어졌다. 이는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서지 않는 전교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교조 지도부의 회피는 계속됐다. 9월 21일, 전교조 지도부는 면피성 토론회를 열었고, 며칠 뒤 당면 핵심 문제는 회피한 채 향후 매뉴얼 개선만 얘기하는 성명서를 냈다. 진보교육감과 충돌을 꺼리는 노조 지도자들의 개량주의적 이해관계가 핵심적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교육청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 조합원들을 보호해 주길 바라는 기층 조합원들의 염원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배이상헌 방어 운동이 확대되자, 광주시교육청은 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10월 14일 광주시의회 시정질의 답변에서 광주시교육청은 앞으로 성비위 관련 ‘객관적이고 엄정한 조사심의위(가칭)’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배이상헌 교사의 사건 처리는 매뉴얼대로 했다고 관료적으로 발뺌했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안 지겠다는 것이다.

배이상헌 교사 방어 운동이 더 커져야 할 이유이다. 광주시교육청과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는 활동이 더 확대돼야 한다.

10월 19일 시민모임 주최 토론회에는 전국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모여 이 사안의 본질과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전교조 지도부 주최의 면피성 토론회와 달리, 당사자인 배이상헌 교사도 패널로 참가해 토론했다. 

이번 주 화요일에는 배이상헌 교사가 재직한 H중학교 학생 다섯 명이 시민모임이 받고 있는 서명에 처음으로 동참했다. 학생들은 “도덕쌤 돌아와주세요” “나의 위대하신 선생님을 성비위 교사로 몰락시킨 교육청은 반성해라” 등의 문구를 남겼다. 이런 “학생들의 목소리”가 많은 교사와 활동가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배이상헌 교사 탄압에 항의해 10월 30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수업권 침해 규탄, 성평등한 학교 만들기 광주교사결의대회’를 연다. 광주 교사 3500여 명은 배이상헌 방어 서명에 동참했다. 

시민모임은 광주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토론회를 열며 방어 운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11월 중순에 서울에서 수도권 토론회를 여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교찾사가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서다

10월 19일 전교조 내 주요 의견그룹 중 하나인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교찾사)이 “배이상헌 교사의 성교육 수업을 성비위로 처리한 광주교육청의 겸허한 자기 반성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배이상헌 교사의 성평등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수치심과 불편한 감정을 성적 학대 행위로 확대해석”하며 경찰에 넘긴 광주교육청의 행위를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폭력”으로 옳게 규정했다. 

교찾사는 다음의 정당한 요구도 제기했다. “최종 결재권자인 광주교육감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잘못된 결정 과정에 참여한 교육청 간부와 담당자들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 “직위해제 취소 등 원상회복”. 

교찾사가 토론 끝에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이런 정당한 요구를 외면 말고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