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가 전년 대비 86만 7000명이나 대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정규직은 35만 3000명(2.6퍼센트)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저질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난 것이다. 역시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은 가증스러운 거짓말이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민간 부문 비정규직은 아예 방치했다.

물론, 정부는 이번에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수용해 조사·통계 방식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정규직인데도 비정규직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정규직으로 분류된) 기간제 노동자를 추가 반영했다고 해명한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급증은 과장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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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주장이 구차한 변명임을 보여 주는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ILO가 제시한 기준조차 비정규직 규모를 과소 집계해, 실제 현실보다 비정규직이 적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부는 8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748만 1000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36.4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대로 집계해 보면 비정규직 규모가 지금보다 작았던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보더라도 비정규직 규모는 이미 820만 명을 넘었고 전체 비중도 40.9퍼센트나 됐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기간제 노동자의 일부가 새롭게 통계에 잡히기는 했지만, 평생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최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에 따라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곳곳에서 무기계약직·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보다 못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데, 이런 노동자들의 현실을 통계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무엇보다 (정부 통계만 놓고 봐도) 정부가 통계 기준이 변경돼 추가 반영했다고 하는 35만~50만 명을 제하고도 비정규직 규모는 최소 36만 7000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의 단기 일자리와 보건·사회서비스·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 것이 이유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증가를 자랑했던 바로 그 분야다. 정부는 이를 두고 “고용 개선 효과”라고 치장하지만,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이 낮은 저질 일자리만 늘렸다고 봐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는 1년 사이 무려 44만 7000명이나 늘었다. 문재인은 시간제 일자리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케 하는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지만, 나쁜 일자리를 그렇게 포장하는 것뿐이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낮은 임금, 공짜 노동 강요 등에 맞서 투쟁하는 것만 봐도 시간제 일자리는 노동자들의 바람과 거리가 멀다.

셋째, 이번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전체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지난해 대비 3.3퍼센트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에서 임금 인상률이 5.3퍼센트였던 것보다 하락한 수치다. 임금 인상률은 지난 몇 년간 거의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소폭 상승했는데 올해 들어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조사·집계 방식의 변화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이 하락하는 동안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은 십중팔구 더 떨어졌을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소득층을 위한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도 산산조각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