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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정중학교 폐교 저지 앞장선 진영효 교사: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폐지 위한 첫 발을 떼다”

1982년부터 역대 정부는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와 ‘교육재정 운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폈다. 2019년 10월 현재 5623개 학교가 통폐합됐다. 
그런데 최근 교육 당국이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송정중학교를 폐지하려던 시도가 좌절됐다. 폐교 저지 투쟁에 앞장선 송정중학교 진영효 교사(전교조 조합원)를 만나 투쟁의 과정과 의의를 들어봤다.

송정중 폐지 저지 투쟁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교육운동에서 승리 경험이 필요한 시기에 송정중의 승리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 같습니다.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투쟁 과정이 궁금합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승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송정중은 공항동의 “마을 속 학교”로 마을의 중심과 다름없습니다.

송정중 학부모들은 2015년 이미 통폐합에 반대해 한 번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청이 학교 통폐합 진행을 위해 방문한다는 소식에 학부모 20~30명이 쇠사슬을 감아 교문을 막았고 관계자들에게 통폐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은 통폐합을 계속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죠. 학부모들의 분노는 대단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이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 하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이것만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2019년은 2015년과 달랐습니다.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모이고 송정중의 전교조 분회가 함께 결합한 것입니다. [교사] 35명 중 7명이 전교조 조합원인데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학부모들의 분노와 싸우고자 하는 의지에 전교조의 조직적 결합을 이끌어낸 조합원들의 노력이 모여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어요. 학부모들은 에너지이자 힘이고 전교조 교사들은 무기였던 것이죠.

‘주민큰잔치’라는 이름으로 마을에서 송정중 폐교 저지 집회도 치렀습니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송정중 폐교 반대” 현수막을 가게마다 걸며 마을과 함께 투쟁을 했죠. 그리고 지역의 싸움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 ‘송정중 폐교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학부모 단체, 교육시민단체,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조합 등이 공대위에 함께했습니다.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하고, 3년치 시의회 회의록을 뒤져 우리 싸움의 근거를 찾았어요. 사람들에게 송정중 폐교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꼼꼼히 설명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송정중 폐교를 반대하는 31가지 이유”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전국에서 송정중 폐교 저지에 함께하기를 호소하고 반대의견서를 조직했고요.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서명을 조직했지요. 그런 노력으로 반대 의견서를 1만 3000명 이상에게 받아 냈습니다.

정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학교구조조정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학령기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더욱 가속화하는 정책을 폈어요. 소규모 학교 규정을 확대하고 학생수를 기준으로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2015년 시행규칙을 개정했어요. 그리고 ‘적정규모학교 육성 방안’으로 1개 학교를 신설할 때 3개 학교를 없애는 정책(이하 ‘1-3정책’)을 만들었어요.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어요. ‘1-3 정책’에 따라 마곡2중학교 신설을 위해 송정중이 폐교 대상이 되었던 것이죠.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2017~2019년 3년 동안 이뤄진 통폐합이 2013~2016년보다 36.4퍼센트 증가했다는 보도자료도 냈습니다.

정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제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현재 우리 나라 교육재정은 GDP 4퍼센트대입니다. 이 중 70퍼센트가 인건비입니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학교를 줄이고 교사수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1-3정책’을 만든 것입니다. 교육에 재정을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경제 논리에 따라 학교를 짓고 없애는 것이죠. 학교가 없어지면 그 지역은 더욱 공동화하게 됩니다. 지역 간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의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이죠.

‘작은 학교 살리기’가 자신의 지향이라고 밝힌 조희연 교육감이 마곡2중 신설을 위해 송정중, 공진중, 염강초 폐교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의 모순적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음에는 교육감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적인 관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2015년 교육감 선거 시기 조희연 당시 교육감 후보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선거를 위한 슬로건이었죠. 시의회 회의록을 통해 이미 폐교 관련한 계획을 교육감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1-3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어요. 그러나 교육부는 ‘1-3 정책’은 강제가 아니고 교육청에 선택권을 줬다고 합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마곡2중 신설을 위한 교육부의 [교부금] 200여억 원을 선택한 것입니다. 심지어 시도교육감협의회의에서는 교육부의 1-3 정책 개선을 위한 논의를 예정하고 있는데 조희연 교육감은 이 정책을 받아들이고 집행한 것입니다.

결국 선거공약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 교육보다 돈을 선택했다는 것 등에 대해 여론의 비판을 받자, 조희연 교육감은 송정중 폐교를 철회했습니다. 그나마 ‘민주적’ 교육감이라 그 정도에서 멈춘 것 같아 다행입니다.

송정중 폐교 저지 투쟁의 승리가 갖는 의의는 무엇입니까?

우선 서두에 말한 것처럼 교육운동에서 소중한 승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실질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체험했습니다. 피켓 시위에 참여하고 서명을 조직하고, 폐교 저지 투쟁에 나선 부모님들을 달리 보게 되었죠. 그리고 학부모, 교사, 교육 단체, 노동조합들이 함께 대중운동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송정중이 유지되고 마곡2중이 신설됨에 따라 송정중 학급당 학생수는 20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의 또 다른 시범의 장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 ‘1-3 정책’ 폐지를 위한 투쟁의 첫 발을 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학령인구의 감소가 학교·학급·교사의 감축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교육 개혁의 발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대위에 참여했던 교육단체협의회 등에 폐교 예정인 학교 전수조사를 비롯해 ‘1-3 정책’ 폐지 투쟁을 해야한다고 요청했어요. 학교 존폐와 관련된 이 문제는 특목고, 자사고 문제보다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 역시 경제 논리, 자본의 논리에 따르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싸움에 전교조가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