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동자들이 오늘(11월 20일) 파업에 돌입했다.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자회사) 노동자들도 함께 파업에 들어갔다.

언론은 “KTX 운행률이 70퍼센트 밑으로 떨어지고, 화물열차의 경우 3대 가운데 2대는 멈춰 설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마침 전날(11월 19일) 경기도 고양시내와 고양-서울을 오가는 버스 노동자들이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차질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와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이 철도에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11월 20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파업 출정식 ⓒ조승진

이번 파업의 주요 요구는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4600여 명)이다. 또, SRT와 KTX 통합,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공사 사측은 노조의 4대 요구에 정부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난색이다. 임금은 고작 1.8퍼센트 인상한다면서 연차보상비 일부를 무급화 하고 수당을 삭감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사실상 임금 인상은 거의 않겠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개악안을 들이밀며 미래 임금도 공격하고 있다.

인력 충원은 요구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865명을 증원안을 내놨다. 그것도 사업소 통폐합, 외주화를 통한 대규모 전환배치, 변형근로제 도입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 등과 한 세트로 말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3조2교대제를 4조2교대제로 바꾸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요구들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금과 인력 충원 요구에 완강하게 반대하며 철도공사 사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실 공공기관 경영진이 자신의 인사권을 가진 국토부와 기재부의 승인 없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만만찮은 투쟁의 압력 없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건비 증액을 수반하는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금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행정조처를 강행하고 연일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개악안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월 19일 노동자들이 “철도공사의 경영 상태와 정부의 재정 여건도 고려”해 줘야 한다며 파업 철회를 압박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은 ‘전체 공기업 중 초과 노동과 산재 발생 1위’일 정도로 나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은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필수 공공서비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도대체 정부는 누구더러 사정을 봐 주라는 말인가?

역대 정부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철도 정원을 대폭 줄이고 외주화를 확대하고 인력 충원을 억제해 온 탓에 철도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밀양역 인근 선로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정부는 “철도공사 적자”, “재정 여건” 운운하지만, 공공서비스 영역에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더구나 수서발 KTX(SRT)를 철도공사에서 떼어내 분할 민영화 한 것이 지금 철도공사의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철도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문재인 정부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역대 정부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으로 임금·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임금·조건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분명히 해야

노동시간 단축은 철도 노동자들의 오랜 바람이다. 4조2교대제로의 전환은 야간 노동을 줄이므로 안전에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충원, 임금 보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철도 파업이 시작되자 〈한겨레〉 신문은 사설에서 “정부와 노사의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즉, 사측이 제안한 ‘인력 충원 최소화 + 노동조건 개악(역무 인력 축소와 외주화, 사업소 통폐합, 변형근로, 노동강도 강화 등)’ 방안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수준에서 협상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인력 충원을 최소화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가 오히려 사라진다.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도 고강도 노동에 녹초가 돼 퇴근 후 다음날 노동을 위해 휴식하는 것 말고는 여가를 즐길 수도 없다. 외주화가 확대되면 열악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결국 정규직의 노동조건도 악화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근무체계 개편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인력이 충분히 늘어야 한다. 사측이 제시한 각종 개악안, 노동강도 강화 시도에 반대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시간이 단축될 때 임금 삭감도 없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가뜩이나 임금이 억제돼 불만이 높다. 더구나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이 삭감되면,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다시 초과노동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연월차를 쓰거나 병가를 내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고, 휴일 대체근무를 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철도노조 지도부는 불가피하지 않은 후퇴를 단호히 반대하고, 임금·노동조건 악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만큼, 온 힘을 다해 싸워 정부와 철도공사를 압박해야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

ⓒ조승진

파업 파괴자(대체인력) 투입 반대해야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문재인 정부는 군 인력을 포함한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파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파업권을 억제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이용해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할 수 없도록 발을 묶어 놓았다. 또, 이것도 모자라 군 인력을 동원해 대체인력까지 투입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과 2016년 철도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했던 것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설비·장비 등을 중단시키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철도 파업은 전면화되기만 한다면 국가 기간산업을 마비시키는 것을 통해 정부를 크게 압박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을 파괴하려 한다. 대체인력 투입으로 열차 운행이 완전히 정상화될 수는 없지만, 파업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수는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2016년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때는 철도노조의 일부 지부들이 대체인력에 항의하는 행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물론, 아쉽게도 당시 노조 집행부가 노조 전체 차원으로 이를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저지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대체인력 저지는 이미 1백 년 전부터 국제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문제였다. 역사적으로 노동자들은 대체인력을 저지하고,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파업 대열 이탈을 막기 위한 활동인 ‘피켓팅’을 발전시켜온 전통이 있다.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참가한 피켓라인은 파업의 경제적 효과를 진정으로 높이고,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고무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금 적잖은 철도 노동자들도 파업 효과가 떨어져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런 우려가 커지면 노동자들이 확신을 갖고 투쟁에 열의를 발휘하는 게 제한될 수 있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군 인력 투입을 규탄하는 데 머물지 말고 대체인력 투입 전반에 항의하는 행동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 그런 항의 속에서 기층 노동자들의 투지가 커지면 실질적인 대체인력 저지로 나아갈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철도 자회사 노동자 - 직접고용, 처우개선 합의 이행하라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이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뻔뻔스럽게도 철도공사 사측은 자신들이 합의한 사항조차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KTX 승무원의 직접고용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고,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임금이 제자리고, 그조차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자회사에 대한 거의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실제 사용자인 철도공사가 책임지고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자회사)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나선 만큼, 철도노조는 비정규직 직접고용·처우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함께 연대해야 한다.

또, 철도공사가 정규직 인력 충원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로 업무 외주화를 확대하려 하는데, 함께 싸워 외주화 확대를 막고 자회사의 처우도 개선하는 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