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쟁에 관심이 있거나 지지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조승진

11월 20일 고려대학교에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개최한 토론회 “홍콩 운동: 연대가 중요하다”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인과 홍콩인, 중국인 학생까지 함께 연단에 서서 홍콩 항쟁의 정당성과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청중석에도 여러 한국인, 홍콩인 학생들 뿐만 아니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몇몇 중국인들이 있었다.

11월 20일 오후 ‘홍콩 운동:연대가 중요하다’ 공개포럼이 서울 고려대학교 4·18기념관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한국인, 홍콩인, 중국인 등이 포럼에 참가했다 ⓒ조승진
연사들의 연설을 듣기에 앞서 11월 19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 지지 기자회견 영상을 시청했다 ⓒ조승진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의 한수진 씨는 고려대학교에서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붙인 것으로 시작된 연대 활동 경험에 대해 말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인 저를 조롱했지만 … 전남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서울대, 연세대 등 많은 대학에서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기에 저는 당당합니다.”

그리고 모든 중국 본토인이 홍콩 시위를 헐뜯는 시진핑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며, 중국 본토인 사이에서 홍콩 항쟁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대자보를 훼손하고 제게 험담을 퍼부은 것은 중국 본토 유학생이었지만, 대자보 훼손을 가장 먼저 알리고 저를 방어해 준 것도 중국 본토 유학생이었습니다. … 홍콩 청년·학생·노동자가 겪는 극심한 불평등과 빈곤을 중국 본토 청년·학생·노동자·농민공들도 겪습니다. … 공통의 적은 시진핑과 캐리 람 정부입니다. 중국인들도 연대해서 싸울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뒤이어 이화여대 홍콩 유학생 모임 회장인 등가원 씨가 연설했다. 등가원 씨는 경찰 폭력에 굴하지 않고 이공대에서 끝까지 점거를 지키고 있는 학생들이 쓴 유서를 들려주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을 하는 등가원 씨(오른쪽) ⓒ조승진

“이 유서를 쓴 학생들이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릅니다. …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 죄가 아닐진대 어째서 이 학생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시위에 나서야 하는 것입니까?”

등가원 씨는 홍콩 사람들이 항쟁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허울뿐임을 비판하고, 홍콩 청년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쟁에 대한 흔한 왜곡도 반박했다.

“저희는 이번 시위로 홍콩을 독립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캐리 람 정부는]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저희를 모욕적으로 제압해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나섰을 뿐입니다.”

세 번째로 연단에 선 연사는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분명한 언어로 홍콩 항쟁을 지지해 발언 중간 중간에 박수가 여러 번 쏟아졌다.

연설을 주의 깊게 듣는 참가자들 ⓒ조승진

그는 “중국 유학생들을 대표해, [홍콩 항쟁 지지에 훼방을 놓은] 문명적이지 못한 중국 학생들을 대신해 사과를 드린다” 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홍콩 운동이 중국 본토인들의 지지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본토 학생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중국인 유학생은 “많은 중국인들의 오해를 깨고 싶다”고 하면서 홍콩 항쟁의 요구가 결코 독립이 아니고, 시위대 ‘폭력’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폭력을 사용하냐 마냐는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릅니다. … 독재에 맞서는 사람들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독재자에게 압력을 결코 넣을 수 없습니다.”

중국인 유학생은 홍콩 대중이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요구가 결코 아니”며, 홍콩 항쟁은 “단지 홍콩만의 자유와 민주가 아니라 본토 중국인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사람들도 언젠가는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그날 홍콩은 우리의 모범이 될 것입니다.”

청중석에 앉은 한 중국인 유학생이 손팻말에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적었다 ⓒ조승진

현지에서 싸우고 있는 홍콩인의 목소리를 전화 연결을 통해 직접 듣는 시간도 있었다. 최근 홍콩 경찰이 여러 대학 캠퍼스를 야만적으로 침탈했음에도 홍콩 사람들의 투지가 전혀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연설이었다. (이 연설은 영어로 이루어졌고 그 전문은 아래에 있다.) 참가자들은 그와 함께 “Victory for Hong Kong”(홍콩 항쟁 승리), “5 Demands, not one less”(요구는 다섯 개, 하나도 빼지 말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국제 연대와 홍콩 사람들의 투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청중 토론 시간에서도 국제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청중은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캠퍼스에서 받는데, 홍콩과 마찬가지로 저항이 일어난 레바논에서 온 학생이 지지 메시지를 남긴 경험을 공유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홍콩 항쟁에 연대한 활동을 공유한 청중도 있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홍콩 항쟁에 지지를 표하며 “중국 경찰도 아닌 홍콩 경찰이 민주주의를 외치러 나온 홍콩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런 상황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무리하며 연단으로 모여 구호를 외치는 사진을 찍었다. 홍콩으로 보낼 사진이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8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토론회에서도 홍콩 항쟁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설을 한 등가원 씨와 중국인 유학생은 유학생 신분으로서 연단에 서기 위해 상당히 용기를 내야 했을 것이다. 최근 홍콩 항쟁 지지 활동으로 한국 내 광범한 지지를 확인한 점이 연단에 서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중국 본토인들의 연대는 홍콩 항쟁에서 중요한 문제다. 중국 정부가 홍콩 대중의 끈질긴 저항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것도 중국 본토인들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둘 사이를 이간질해 왔다. 그런 만큼 이런 연대의 중요성은 중국 본토인들은 물론 홍콩인들에게도 설득이 필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번 토론회처럼 연대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확인하는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다.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조승진

홍콩 항쟁 참가자의 연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서 홍콩 현지의 항쟁 참가자가 전화 연결을 통해 연설한 내용이다.


1.

홍콩은 지금 돌이킬 수 없는 내전 중이라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은 송환법 때문에 시작됐지만 이후 온갖 쟁점이 터졌습니다. 정부가 시위대를 폭도로 비난하고, 경찰이 잔혹 행위를 일삼고, 삼합회와 경찰·정부가 손잡고 시민들을 공격했습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사상자가 발생해도 정부는 증거가 버젓이 있을 때조차 거의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습니다. 외려 시민들과 시위대 탓만 하고 진상 은폐 공작을 벌입니다.

홍콩은 무시무시한 상황입니다. 그저 거리를 걷는 사람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그야말로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연행합니다.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람들만이 경찰에 맞선 균형추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대등한 싸움이었던 적이 결코 없습니다. 경찰이 여러 차례 실탄을 발사해 여러 명이 총에 맞았고 사망자가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경찰은 대학 캠퍼스와 평화적 시위대를 습격하고, 응급구조요원과 기자들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습니다.

지난주 저는 중문대와 이공대 봉쇄 현장에 있었습니다. 우리 측과 경찰 사이에서 공공연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폭발물, 물대포, 화기가 난무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 병력을 물리치고 캠퍼스를 지키기 위해 전략을 짜고, 요새를 쌓고,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공대 상황은 재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캠퍼스 전체를 봉쇄하고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습니다. 경찰은 아무도, 아무것도 들이지도, 내보내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시위대는 오늘(11월 20일)까지 나흘째 캠퍼스에 갇혀서 엉성한 방패와 화염병 등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나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전면전의 전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을 가둬놓고 약해지고 항복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최후의 일격을 날릴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런 해명이나 대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구조대가 캠퍼스에 진입해 구조 행위를 하는 것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체제는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더는 이 정부 체제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미 홍콩 경찰은 홍콩 시민을 홍콩의 적으로 봅니다. 투쟁이 분출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무직 노동자들, 노인들, 공무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지금 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2.

저는 처음에 그저 평화적인 시위 참가자였습니다. 그때 저는 평화적 수단과 거리 행진만으로도 상호 이해에 도달해 정부가 우리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번 정부가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하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정부는 과도한 폭력, 잔혹 행위, 말도 안 되는 변명과 헛소리로 우리에게 답했습니다.

8월 총파업 기간에 저는 그 참상을 직접 겪었습니다. 평화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최루가스 세례를 받아야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 때로는 친한 친구들까지 계속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그래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정부에 맞서서가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경찰과 체제가 실패할 때 정의를 위해 일어서는 것은 오직 우리의 몫입니다.

3.

한국인을 비롯해 홍콩 밖에 사는 모든 분들이 우리의 절박한 구조 요청을 들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를 위해 투쟁합니다. 최선을 다해 탄압에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몸부림이 묵살될 순 없습니다.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의 진상을 봐 달라고 호소 드립니다.

어떤 종류의 지지도 감사합니다. 꼭 물질적인, 인도적 지원이 아니어도 됩니다. 지지한다는 한마디 심지어 홍콩의 진실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저희가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번역 김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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