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조지 W 부시의 정책

  임미정

 부시는 9월 11일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과연 그가 흘린 눈물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앨 고어의 세련되고 매끈한 이미지와 달리 부시는 '서민적 이미지'로 포장되곤 했다. 그러나 이것은 부시의 실제 삶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조지 W 부시는 전형적인 기독교계 백인 권력자 집단인 와스프(WASP) 출신이다. 미국판 자립형 사립고인 필립스 아카데미를 졸업한 부시는 가족 중 한 명이 졸업생이면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미국의 사립 대학 제도 덕택에 예일대에 입학했다. 예일대 시절 그는 선민 의식을 가진 상류층 학생의 비밀 결사인 "스컬스 앤 본스"의 회원이었다. 졸업 후 낮은 성적에도 집안의 도움으로 텍사스 주방위군 조종사로 입대했다. 그러나 역시 든든한 "빽"을 써서 베트남전에는 참전하지 않았다. 한때 마약을 복용하다가 경찰에 걸렸지만 아버지의 후광 덕택에 빠져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직을 훔치다

 

 부시는 앨 고어보다 득표수에서 50여만 표나 뒤졌는데도 미국 대선의 불평등한 선거인단 제도와 보수적인 대법원의 판결로 백악관을 훔쳤다.  

 접전지였던 플로리다 주에서 온갖 선거부정이 저질러졌다. 애매하게 디자인한 투표 용지 때문에 앨 고어나 랠프 네이더에게 가야 할 표가 어이없게 우익인 팻 뷰캐넌에게 갔다. 그도 그럴 것이 플로리다 주의 주지사가 바로 부시의 동생 젭 부시였다.

 이에 분노한 2만여 명의 사람들이 부시의 취임식 날인 1월 20일에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날 버지니아에서 올라온 한 교사는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표를 도둑질해서 대통령이 된 자를 반대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나는 플로리다에서 흑인들을 협박하고 투표장을 폐쇄해서 유권자들이 돌아갔다는 이야기에 너무 실망했습니다."

 또 다른 시위자는 말했다. "이 나라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제 손으로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부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집세를 내고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마 딕 체니도 그 중 하나겠죠. 이렇게 평생 엘리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슬픕니다."      

 

진정한 테러리스트

 

 부시가 취임식을 하던 바로 그 시간에 미국과 영국의 폭격기들은 이라크의 가축 사료 창고를 예고도 없이 공격했다.

 부시는 이라크 내부의 친미주의자들을 지원하고 무장하기 위해 무려 9천7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이라크 해방법'을 강력히 지지했다. 그러나 UN의 경제 봉쇄로 지난 12월 한 달에만 무려 1만 1천여 명의 이라크 어린이들이 사망했다.

 부시는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와 아이티 정부를 전복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또, 콜롬비아 정부가 반군 게릴라를 소탕하는 데 13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살인마와 전쟁광들로 들끓는다.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1991년 2차 걸프전에서 20~25만 명을 학살한 장본인이다. 레이건 행정부 때 산디니스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했던 오토 라이치가 국무부의 남미 정책 담당자로 임명됐다. 이 때문에 〈워싱턴 포스트〉는 우익들이 "부시가 레이건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부자들의 친구

 

 부시 집권 이후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은 더 한층 빡빡해진 반면 부자들의 혜택은 늘어났다.  

 부시는 무보험자와 극빈자를 직접 지원하지 않고 감세를 통해 혜택을 주겠다고 떠벌였다. 그러나 막상 감세안의 뚜껑이 열리자 애초에 소득세를 안 내는 연간 소득 2만 3천 달러 미만의 극빈 노동자 가정에는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반면에, 최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은 평균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감세 혜택을 챙겼다. 제시 잭슨 목사는 "노동자들이 감세로 피자 값 정도를 챙길 때 부자들은 요트 한 채 값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오히려 부시는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복지예산을 삭감하려 한다. 재무장관 폴 오닐은 법인소득세와 자본소득세를 폐지하고 노인 계층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연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부시는 교육 예산을 늘렸다고 온갖 생색을 냈지만,예산의 대부분은 부잣집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집중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미국은 해마다 민간 보험회사의 횡포로 1.7초당 1명꼴로 진료를 거부당한다. 그런데도 부시는 환자가 보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보장한 '환자권리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결사 반대했다.

 부시 정부는 농업 관련 기업과 단체들의 로비에 응답해, 학교 급식에 이용되는 모든 쇠고기는 살모넬라균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식품 안전 대책을 거부했다. 대신 농무부는 세균 억제의 방법으로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은 라듐 방사를 권고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폐기했다.

 또한 부시는 집권하자마자 백악관 안의 국립에이즈정책 사무실을 폐쇄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하룻만에 다시 열었다. 그는 국립보건원(NIH) 산하 암연구소가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 'ddl'의 제조와 판매를 맡은 제약업체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로부터 5퍼센트의 로열티를 받기 위해, 태국에서 값싼 에이즈 모방약을 만들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부시는 취임 첫 날 제3세계에 대한 가족계획 예산을 중지했다. 반면, 올해 미국의 국방예산은 5퍼센트나 늘어난 3천1백5억 달러에 이른다.

 

반노동자적·친자본가적

 

 부시는 작업장에서 반복 동작으로 생기는 건강과 안전을 위한 노동부 규칙을 폐기해 버렸다.  이 규칙 덕분에 매년 60만 명의 노동자들이 부상을 면했다. 그러나 이제 규제 폐지로 타자를 주로 해야 하는 비서직이나 기계 세탁과 같은 반복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작업 과정에서 병을 얻은 핵 발전소 노동자들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부시는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거나 독극물과 일차적인 접촉이 없었다면 병을 얻은 노동자라 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보상금을 안 주려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부시는 노조 활동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다.

 노스웨스트 항공사 정비사들이 파업을 결의하자 부시는 대통령비상위원회를 소집해 파업을 막았다.

 그는 노조가 없는 업체에도 정부 공사 입찰을 허용하도록 규정을 바꾸고 정부 공사를 맡은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 보장 규정도 폐기했다. 또, 노조가 노조비를 정치 자금으로 쓰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부시가 당선되자 금융계의 한 로비스트는 "기나긴 어둠의 장벽이 걷히고 찬란한 태양이 뜨고 있다"고 환영한 바 있다. 부시가 선거 운동과 전당대회에 쓴 돈은 무려 3억 1천1백만 달러였다. 이 중 80퍼센트 이상이 기업이 갖다 바친 돈이다. 단일 기업으로 1백25만 달러를 낸 MBNA 아메리카 은행은 '파산법' 개정을 선물로 받았다. 법 개정으로 카드 값을 갚지 않아도 되는 요건이 강화돼 이 은행은 앉아서 수천만 달러의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부시 행정부는 온통 기업 임원들과 로비스트 출신들이 차지했다. 한 예로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쉐브론 석유회사의 이사이다.

 

환경 파괴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교토 협약을 탈퇴해 부시는 환경운동가들이 뽑은 최고의 적이 됐다. 텍사스 석유 채굴업으로 돈을 모은 집안답게 부시의 에너지·환경 정책은 석유·자동차·석탄 기업들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  

 부통령 딕 체니는 향후 20여 년 동안 약 2천 개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더 짓자고 제안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매주 새로운 화력 발전소를 하나 이상씩 세워야 한다. 딕 체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회사 가운데 하나인 홀리버튼의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정부의 에너지 특별팀을 이끌고 있다

 환경 예산과 농업 예산은 대폭 줄었다. 9퍼센트의 환경 담당 직원이 해고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고 휴스턴의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는데도 부시는 감세 덕분에 생긴 돈으로 채소 요리 강좌를 듣고 방독 마스크를 사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체내에 조금만 쌓여도 방광과 폐에 암을 유발하는 비소의 수도물 잔류 허용치를 규제하자는 요구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무시했다.  

 부시는 몬타나 지역 회색곰과 캘리포니아 사막거북들을 살리려는 계획을 철회해 이 동물들을 멸종 위기에 빠뜨렸다.

 

반인권  

 

 부시는 사형 제도 옹호자로 악명 높다.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 1백53명을 사형시켰다.

 부시는 지능지수가 70도 안 되는 한 정신지체자를 처형하지 말아 달라는 대중적 탄원을 거부했다. 사형수의 97퍼센트가 돈이 부족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부시는 인종 차별로 유명한 밥 존스 대학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운동을 했다. 이 대학은 1971년까지 흑인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후에도 인종적 혼합을 막는다는 이유로 기혼자인 흑인에게만 입학을 허가했다. 지난해 이 대학은 다른 인종끼리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커플의 입학을 거부했다.

 부시는 동성애자에게도 적대적이다. 그는 결혼과 자녀의 입양은 남녀를 위한 것이 돼야 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이성 간에 결혼한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화당원들 중 동성애자와는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부시는 국내외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부시야말로 21세기를 위협하는 "인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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