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이 청와대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특별감찰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중단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청와대를 겨냥하는 건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 이뤄진 당시 울산시장이자 한국당의 울산시장 후보였던 김기현에 대한 비리 혐의 수사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청와대가 경찰 수사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조국 일가 수사로 불거진 청와대·여당과 검찰 사이의 갈등 수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듯하다. 이 갈등에는 몇 가지 쟁점이 섞여 있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권력형 부패 의혹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민정수석실  

유재수에 대한 반부패 특별감찰반의 감찰 중단 지시에 관해서는, 조국 민정수석실 관련자들 사이에서도 현재 진술이 엇갈리는 듯하다. 조국,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3인이 회의로 결정했다는 증언이 있는 반면, 3자 회의는 요식이고 조국이나 백원우의 윗선에서 걸려온 전화로 감찰 중단이 결정됐다는 증언도 있다.

특정 인물의 부패 의혹 수사가 더 심각한 권력형 부패 의혹을 드러내는 패턴이 이번에도 다시 나타난다.

유재수 감찰 무마 건은 그가 이후 검찰 수사는커녕 오히려 민주당을 거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해 간 것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조국 수사와도 연관된) 상상인금융그룹의 골든브릿지증권 인수자 자격(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문제가 유재수의 관할이기도 했다. 상상인의 자금이 조국 일가뿐 아니라 다른 권력층으로도 흘러갔는지가 핵심 의혹으로 보인다.

뒷조사 권한을 이용해 특혜를 감쌌나? 오른쪽부터 민정수석실을 운영한 조국, 백원우, 박형철 ⓒ출처 청와대사진기자단

백원우는 지난해 초 민주당 측의 온라인 여론 공작이 드러난 드루킹 수사에서도 그 이름이 등장한 바 있다. 드루킹이 김경수(사건 당시 의원, 현 경남도지사)에게 추천한 주일대사 후보자를 직접 만난 것이 백원우였다. 백원우의 정권 내 위세를 봤을 때, 실질적인 인사 청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백원우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건에서도 이름이 나온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실무자로 의심받다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파견 시절에는 백원우의 지휘 하에 있었다. 울산시장 수사와 관련해 백원우의 지시 여부, 백원우의 윗선을 증언해 줄 인물이 없어진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12월 4일 오후 김기현 관련 첩보 제보자는 숨진 수사관이 아니라 또다른 ‘민정수석실’ 행정관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행정관에게 제보한 당사자는 현 울산부시장이라고 한다.

물론 숨진 수사관의 죽기 직전 근무처인 서울동부지검이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 압력이 청와대와 검찰 중 어디에서 왔는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 의혹들 중 일부는 지난해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의 입에서 나왔다. 김태우는 감찰반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얻으려다가 실패하자 보복성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폭로의 동기와 그것의 사실 여부는 달리 다룰 수 있다.

당시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관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데 이번에 백원우 이름이 곳곳에서 확인된 것이다. 백원우는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되기 전, 노무현 정부 임기 첫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었다.

그런데 백원우뿐 아니라 여러 핵심 의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노무현 청와대에 근무하며 문재인과 가깝게 지냈다.

유재수 의혹에 등장하는 윤건영(문재인의 복심이라는 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이호철(문재인 최측근), 유재수 본인, 드루킹 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버닝썬 수사 방해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경찰 총경 출신 윤규근도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노무현 주치의 출신 이상호가 운영하는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건에는 양정철(또 다른 문재인 최측근)과 함께 윤규근이 또 등장한다.

결국 노무현 청와대에서 문재인의 측근이었던 인사들이 ‘이너서클’(권력 실세)을 이루고 민정수석실의 뒷조사 권한 등을 이용해 검찰·경찰 일부와 유착해 특혜를 공유하며 권력 농단을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법하다.


검·경 충돌로 번지는 “검찰 개혁”

울산시장 선거 개입 건은 김기현 측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별개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듯하다. 김기현은 선거무효소송을 걸겠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지방선거는 울산에서 울산시장뿐 아니라 시의원 선거, 구청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울산과 함께, 부산, 경남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울산에서는 민주당이 한국당에게뿐 아니라 진보 정당들에게도 전통적으로 열세였었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촛불의 여파 속에서, 반성의 여지가 없는 한국당 심판 선거였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기현 측을 무혐의 처분한 것은 검찰이었다. 울산 검찰청이 수사 경찰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혐의라며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즉, 검찰과 경찰이 수사 지휘권과 검찰의 기소 독점권 문제 때문에 서로 대립한 사건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청와대의 제보를 받아 울산시장 김기현과 그 측근들의 비리 건을 수사한 황운하는 경찰 내에서도 강경한 검·경 수사권 조정파다. 그는 아예 검찰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 즉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검찰이 기소권만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수사권 갈등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권력기관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일 뿐이므로, 어느 편의 수사권 강화도 진보가 아니다.)

숨진 전 검찰수사관(전 청와대 특감반원)에게도 청와대·경찰과 검찰 사이의 정면 충돌이 당혹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을 듯하다. 그의 유품(휴대전화)을 두고 경찰과 검찰 간에 노골적으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을 보라. 검찰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기습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가져가자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이런 점을 봐도, 울산시장 수사 건과 일명 “고래고기 사건”이 전혀 무관한 건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고래고기 사건은 울산 경찰이 고래를 불법 포획해 그 고기를 불법 유통시킨 업자들을 적발해 처벌한 사건이다. 그때 경찰이 압수한 냉동 고래고기를 검찰이 업자들에게 돌려줘 버렸고 그것에 수사 책임자 황운하가 반발했다. 사실상 장물을 도둑에게 돌려준 격인데, 이 업자들의 변호사가 울산지검 검사 출신이라서 그랬다는 설이 유력하다.

검찰과 경찰이 경쟁하고 갈등을 일으켰다는 면에서 울산시장 건과 고래고기 건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번 울산시장 수사 청와대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눈엣가시이던 황운하를 수사 표적에 넣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황운하는 최근 경찰을 대변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했으나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바람에 ‘명예퇴직’ 신청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김기현의 부패 여부와 별개로 청와대와 유착한 것이 드러나면 불명예 퇴직해야 할 수도 있다.

검찰은 지금 정권의 권력형 부패 의혹(그중 일부는 경찰과의 유착)이 점차 드러나는 것을 이용해,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게 일부 나눠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검찰 개혁’)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공식정치의 분열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황교안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한 세월호 특별수사를 시작하면서 봉합되는 듯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 왔다.

여권이 검찰 개혁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하자 청와대와 경찰, 검찰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은 박근혜 퇴진 과정에서부터 적폐 청산 수사 때문에 윤석열을 강경하게 비난해 왔다.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도 반대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검찰의 깊어지는 갈등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약화시키려고 ‘검찰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검찰에 힘을 실어 줘 청와대와 검찰을 이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최근의 의혹들이 권력형 부패 게이트로 번져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소하게도 한국당 자체도 내분에 빠져 있다. 회복되지 않는 지지율이 내분의 진정한 쟁점이다.

청와대와 검찰, 경찰이 서로 엮인 권력 다툼과 갈등이 상대방 뒤지기와 부패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이 틈에서 조금씩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부패 의혹이 본격적으로 냄새를 피우기 시작했다. 문재인으로서는 김대중 정부의 옷로비 사건이나 노무현 정부의 대선자금 비리 등을 떠올릴 만하다.

한편, 주류 양당이 부패로 만신창이가 되며 갈등을 벌이면서도,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 고통전가하기 등은 합심해 추진한다면, 문재인 등장 이후 겨우 수습된 정치구조의 안정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 이면에는 미·중 갈등이 한국 자본주의에 가하는 경제적·지정학적 압력이 크고, 주류 양당에게도 뾰족한 해법이 없어서 지배자들은 신경질적이 돼 가고,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대중의 불신과 불만도 커지고 있는 현실이 놓여 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할 줄 아는 좌파적인 계급정치를 발전시켜야 할 때다. 한국당의 부활을 막겠다며 민주당을 (비판을 곁들이긴 하지만) 편드는 온건한 개혁주의로는 오히려 운신의 폭만 좁혀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