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조선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소통과혁신연구소’(소장 정성희)가 주최했고 김정호 씨와 정성희 씨가 각각 중국과 북한에 대해 발제했다. 지정토론자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채만수 소장, 〈마르크스21〉 편집자인 노동자연대 이정구 회원이 참석했다. 
김정호 씨는 홍콩 항쟁을 비난하는 글을 언론에 꾸준히 쓰고 있고, 이날 토론회에서도 중국이 사회주의임을 강조하며 중국 정부를 옹호했다. (그의 발표문 중 일부는 〈민플러스〉의 기사 ‘국가자본주의론 비판 — 〈현실 사회주의 비교와 한국사회 미래 전망〉 토론회 발제문’에서 볼 수 있다.)
반면 채만수 소장과 이정구 회원은 (서로 다른 근거이긴 하지만) ‘중국은 이런저러한 형태의 자본주의’라고 차례대로 비판했다. 다음은 이정구 회원이 김정호 씨의 발제에 대해 지정토론자로서 발표한 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와 채만수 소장은 서로 다른 관점이지만, 비슷한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김정호 동지의 주장에서 실제 구체적 사실을 말한 것이 별로 없고 전부 이론, 주장입니다. 전두환이 “정의사회 구현”이라고 말을 했지만, 실제로 정의사회가 구현되었는가라는 점은 별개이듯, [김정호 동지가 강조한 중국의] 헌법과 실제 사회 성격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니계수[가 중국 불평등을 과장한다고 김정호 동지가] 말씀하시면서 중국의 지니계수가 0.5 가까이 됐다고 하셨는데, 1980년대에는 사실 약 0.3밖에 안 됐거든요. 그 이후 계속 [지니계수와 불평등 모두] 증가해 온 것입니다. 김정호 동지도 인용했고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본질에 대해 말한 내용, 즉 “착취를 소멸하고 양극분화를 없앤 후 최종적으로 공동부유를 달성한다는 것이다”에 비춰 보더라도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니고 오히려 사회주의와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줍니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을 포함해서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김정호 동지는] 말씀하셨지만, 자산을 포함하면 오히려 불평등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중국 연구자에 의하면 농민공이 2억 5000만 명이 있는데, 이들이 베이징, 상하이, 충칭 지역에 아파트를 사려면 당나라 때부터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가 어떻게 사회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까?

피케티 얘기를 보더라도 그렇고, 아까 제시하신 표를 보면 중국 노동자의 전국 평균 임금이 나옵니다. 그런데 중국[공식 통계]에서 노동자로 분류되는 집단은 6000만~8000만 명밖에 안 됩니다. 농민공이 2억 5000만 명인데, 이들까지 다 포함하면, 평균 임금이 그 정도도 안 됩니다. 이런 걸 감안하면 빈부격차는 훨씬 더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씀하시면, 채만수 소장께서 말하셨듯 약간 사기 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로 발표자께서는 중국을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라고 하셨고, 이것이 자신의 표현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규정은 중국의 공식 입장보다 훨씬 더 나아간 이론이 아닌가 싶고, 《자본론》을 다시 쓰셔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입니다. 소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또는 사회주의의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시장경제”고 여기서는 사회주의가 주(主)이고 시장경제는 종(從)입니다. 저는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하는데, 그 근거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김정호 동지는 사실상 중국의 공식입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주종 관계를 변경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객관적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 중국 경제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1978년만 하더라도 국유기업이 80퍼센트고 집체 소유의 기업이 20퍼센트였는데, 지금은 국유기업의 비율이 30퍼센트가 안 되거든요. 그다음에 민간기업 또는 사영기업이 30퍼센트 조금 넘고 합작 또는 합자의 외자기업이 30퍼센트가 조금 넘습니다. 김정호 동지가 말했던 것처럼 국유기업이라는 게 주로 망(網) 산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도, 철도, 가스, 전신, 전기, 텔레콤 같은 통신망 산업 그리고 에너지 산업, 첨단산업, 제철, 철강 등 국가의 기간산업인 만큼, 30퍼센트가 안 되더라도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소유 문제로만 보면, 국유 기업 비중은 굉장히 작고 그 점에서도 [국유 기업을 중국 경제의 핵심 차이로 꼽는] 김정호 동지의 말과 모순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효과는 굉장히 크게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의 경영주들이 중국에 와서는 “국유기업의 비율이 이렇게 낮은데, 어떻게 국가의 영향력이 이렇게 많이 미칠 수 있을까?” 하고 얘기합니다. 국가는 실제로 70퍼센트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 중국의 경제상황이나 경제 메커니즘을 보면 “국가 주도 경제”라는 것이 박정희 시절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시진핑은 박정희를 좋아합니다. 박근혜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심한, 과도한 형태의 모델을 보자면, 1920년대 일본, 1930년대 독일 같은 나치 치하의 경제 모델과도 비슷합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국가의 주도력이 더 강했고, 민간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훨씬 더 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 미국 사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런 사회를 전부 다 사회주의나 사회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김정호 동지는 “주기적 공황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그 사회가 자본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다”라고 했는데, 중국 경제도 그 메커니즘에서 등락을 겪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 또는 1978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약 30년에 걸쳐서 중국은 평균 잡아 경제성장률이 9.8퍼센트라고 말하는데 1989년 톈안문 항쟁 즈음, 1997년 한국에 IMF 왔을 때, 2003년 사스 사태 때, 그리고 2008년의 위기 등에서 등락을 겪었습니다. 중국이 자본주의와 무관하게 자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면, 자본주의 세계 체제와의 관계 없이 자체의 동학으로 꾸준히 성장해야 할 텐데, 실제로는 세계 자본주의와 함께 등락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중국 사회 특히 경제 상황을 결정짓는 주된 요소를 알려면 오히려 중국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의 등락 또는 세계 자본주의와 맺는 관계를 먼저 봐야 합니다.

[토니 클리프가 국가자본주의를 주장하며 소련 등지에서 가치 법칙이 나타난 것을 지적한 것을 반박하며 김정호 동지는] “사회주의에 있어 상품경제가 존재하는 한 그 기본적 법칙으로서의 가치법칙의 작용 역시 필연적이며, 이 같은 가치법칙이 제대로 작동키 위한 시장경제의 존재도 필연적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김정호 동지는 가치법칙을 유통에서의 등가교환이라고 말하셨는데,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그렇게 표방하신다면 정치경제학의 내용을 더 소상히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법칙은 유통에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물건이 어떠어떠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그 안에 잉여가치가 포함되기 때문에 가치법칙이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반면 진정한 사회주의라면 가치법칙이 적용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는 자본주의 이전 사회, 봉건제, 노예제 사회에서도 가치법칙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한 구체적 노동이 추상적 노동, 즉 사회적 노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치 사회주의에서도 가치법칙이 적용된다고 하시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마르크스주의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점에서 중국의 공식 입장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하는 게 아까 채만수 소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형용 모순”입니다. 한쪽에서는 계획 경제, 한쪽에서는 가치법칙 얘기를 하는데, 가치법칙이나 계획 경제라고 말하는 대상은 그 사회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만약에 계획 경제라면 민주적이건 비민주적이건 간에 계획 당국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가치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라고 한다면, 시장 메커니즘 다시 말해 가격 메커니즘에 의해서 자원 배분을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서로 다른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 것입니까? 시장경제 영역이 아주 부차적으로만 존재할 수는 있을지라도 이 두 가지가 같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고 그것 때문에 실제로는 시장경제로 간 것 아닌가 하는 것으로 봅니다. 전 여기에서 채만수 소장님과도 차이가 있는데, [덩샤오핑 이전] 마오쩌둥 시절에는 과연 중국 사회가 계획 경제였는가 또는 사회주의적 경제였는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약진운동 때 3000만 명이 죽었다는 것은 정말로 비극적인 얘기이고, 마오쩌둥 시절에 대약진 운동이 도시와 농촌을 연결시키고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의 분리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마오쩌둥은 대만·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군사적 압박을 받아 자원들을 군사비에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만약에 미국과 대만이 금문도 등을 통해서 쳐들어오면 내륙 지역에 가서 방어해야 한다고 삼선건설, 즉 내륙지역에 군사시설을 막 지은 거예요. 그 자원은 농민들에게 수탈한 것이거든요. 윈톄진이라고 중국 고위 공직자가 있는데, 그도 문화혁명 때는 하방당해서 농촌을 전전하다가 최근에야 빛을 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쓴 책이 최근에 한국에도 여러 권이 번역됐는데, 그중에 《백년의 급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윈톄진은 마오쩌둥 시절에 급속한 산업화와 공업화는 농민들의 잉여를 착취해서 도시에, 산업에 투여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오쩌둥이나 그 당시 공산당이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냐는 거죠. 계획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방과의 군사적·경제적 경쟁 속에서 그것이 결정됐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공산당의 계획이라는 것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세계 자본주의 속에서 경쟁과 갈등이라고 하는 요소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데, [중국] 헌법 1조를 보면, 노동자 계급이 주도하는 노농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라고 했고, 무산계급 독재가 강화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1949년 신중국 등장 이후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중국 공산당과 중국 체제는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역사였습니다.

우선 1953년에 중화전국총공회(전총), 우리로 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전총을 억압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해방된 이후 우리도 생활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임금 인상, 작업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산업을 통제하고 많이 개입하겠다 하니까 노동자들의 그런 입장을 짓눌렀던 게 1953년에 전총과 공산당 사이의 갈등이었습니다. 그리고 1957년에는 중국 전역에서 파업이 엄청나게 크게 벌어집니다. 그런데 그 파업들을 대부분 인민해방군을 통해서 진압합니다. 그 다음에 1966년에도 소위 문화대혁명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공산당 파벌들의 싸움이었고, 마오쩌둥 자신은 거의 내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내전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후난성 노동자들이 성무련이라고 하는 후난성 무산계급 혁명파 대연합 위원회를 만들어서 “지금 중국 사회는 관료들이 자본가들처럼 지배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펼쳤는데, 이 세력들도 인민해방군에게 진압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989년에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졌고, 2015년에도 광저우시와 선전시에서 노동자들과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NGO에 대해서 시진핑 정부가 싹쓸이 하다시피 진압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등장한 지 7~8년밖에 안 된 1957년에도 중국 공산당 내에서 노동자 계급의 비중은 1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노동계급 독재고 노동계급에 기초한 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노동계급의 규모는 전체 인원 중에서 14퍼센트밖에 안 된 거예요. 이것을 보면 말과 행동, 실제와 이론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민 독재가 아니라 관료들이 인민에 대해 독재를 하는 것입니다.

[토론자 이정구는 홍콩 항쟁에 대한 논평도 준비해 왔지만 시간을 많이 썼다는 사회자의 재촉 때문에 여기서 논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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