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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일간의 천막 농성 종료:
아쉽게 끝난 서울 초등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투쟁

12월 26일,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소속 초등 시간제 돌봄전담사들과 서울시 교육청과의 협상이 타결됐다. 5월 13일부터 시작돼 226일째 이어 온 서울시 교육청 앞 천막농성도 종료됐다.

이번 협상 타결로 2021학년도부터 휴게시간 30분을 유급으로 부여(통상시급 외로 취급)받고, 방학기간 중 돌봄 운영이나 학교장이 소정근로 시간 외에 근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우선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초과근로를 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핵심 요구인 ‘노동시간 연장’은 끝내 쟁취하지 못했다. “근무 시간이 1시간이라도 연장될 줄 알았다”는 조합원들의 소감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난다.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농성은 서울 교육청을 상대로 시간제 노동자들이 벌인 최초의 투쟁이다. 시간제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지난 7월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가 조직한 3일간의 파업에 많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노동조합 가입도 확대됐다.

또 문재인 정부가 2022년까지 마을돌봄과 초등돌봄으로 20만 명 수용하겠다며 발표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계획이 가지고 있는 저질·쪼개기 돌봄교실의 문제점을 대중적으로 폭로한 투쟁이기도 하다.

이미 전국적으로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전체 돌봄전담사의 80퍼센트를 넘는다. 따라서 서울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이 성과를 낸다면 다른 지역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스스로 다른 시도 교육청에게 압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만큼 ‘시간 연장’ 요구는 교육 당국이 쉽사리 수용할 수 있는 호락호락한 쟁점이 아니었다.

따라서 서울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은 올해 벌어진 학교비정규직 투쟁의 승리 속에서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이 하반기 들어 깊어진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좀 더 투쟁을 밀어붙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당시 민주노총과 민중당, 정의당 등 주요 노동계급 조직들이 조국 사태 국면에서 우파의 부상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방어해야 한다는 진영논리와 차악론에 기울어 투쟁을 전진시킬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이 큰 문제였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전일제와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을 이간질하는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아 왔다. 때문에 시간제 전담사들의 ‘시간 연장’ 투쟁이 전일제 돌봄전담사들의 지지와 연대 속에 건설됐다면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226일간의 투쟁은 향후 서울 시간제 돌봄전담사 투쟁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연대를 확대해 가면서 재도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