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출처 Studio Incendo

홍콩 시민들이 2020년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집회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은 103만 명이 거리에 모였다고 추산했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항쟁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거리로 모인 수많은 시위대는 “요구는 다섯 개, 하나도 빼먹지 마라” 같은 항쟁의 대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홍콩 현지 언론인 〈홍콩 프리 프레스〉는 시위대 사이에서 “폭정에 맞서라, 노동조합에 가입하라”라는 구호도 새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는 투쟁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파업을 벌이기 위해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민간인권전선은 새로 출범한 노조 40여 곳이 집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홍콩 프리 프레스〉는 이날 행진에 참가한 한 건설 노조(건설지반직공총회建築地盤職工總會) 활동가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저희의 목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 그리고 다가오는 입법회 선거에 [직능별 선거인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 셋째, 이 운동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하는 구실을 이용해 … 총파업을 벌이려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홍콩 항쟁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행진 허가를 취소하고 시위대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쐈다. 중국 정부도 시위대를 향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 시위 이틀 전 중국 정규군 ‘인민해방군’은 소셜미디어로 실전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촉발한 이번 항쟁은 현재 6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홍콩 캐리 람 정부는 항쟁에 밀려 10월에 송환법을 철회했지만, 혹심한 국가 탄압 속에서 홍콩 항쟁은 더 광범한 민주주의적 요구를 위한 투쟁으로 발전했다.

이 투쟁은 홍콩의 극심한 불평등과 빈곤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른 투쟁들과도 궤를 같이 한다.

캐리 람 정부와 시진핑 정부는 홍콩 항쟁이 중국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한 거대한 중국 노동계급을 고무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들은 항쟁의 요구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홍콩 운동의 승리를 바라며

캐리 람 정부와 시진핑 정부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면, 운동을 더 도약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계급적 힘을 집단적으로 이용해 지배자들을 타격하고 중국 본토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계급의 경제적 요구를 가지고도 행동에 나서도록 혁명가들이 고무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홍콩 항쟁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좌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홍콩 항쟁이 사회·경제적 요구를 위해 싸우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지를 꺼리거나, 서방의 개입에 기대를 걸면서 중국 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예 등을 돌린다.

그러나 운동의 이러저러한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운동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이 운동은 홍콩의 노동계급이 대거 참가한 운동이다. 사실 앞서 든 이유라면 한국의 1980년대 민주화 운동도 지지하지 않는 종파주의로 귀결되는 것이 일관될 것이다. 그러나 홍콩 운동에 적대적인 일부 좌파는 홍콩 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는 다르다며 홍콩 운동을 비난한다. 이런 ‘선택적 종파주의’는 제국주의간 진영논리가 좌파 안에서 문제임을 보여 준다.

좌파는 운동이 발전할 가능성을 봐야 한다.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나 독립적인 경찰 폭력 조사 위원회 설립 같은 요구가 그 자체로 홍콩의 사회·경제적 모순들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쟁취하는 투쟁에 대중이 나서고 이 과정에서 조직과 자신감, 의식이 성장한다면, 더 근원적 변화를 위한 운동도 발전할 수 있다. 마치 한국에서도 1987년 6월 항쟁에 대거 참가해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이 7·8월부터 거대한 노동조합 투쟁에 나서며 대통령 직선제 이상의 진보적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이 됐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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