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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투쟁:
“목숨 걸고 가스 안전 지켰는데 자회사 꼼수 웬 말이냐”

한국가스공사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처우 개선, 가스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미화·시설·전산·특수경비·안내·소방·홍보 업무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1200여 명 중 870여 명이 노조(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에 가입해 투쟁하고 있다.

ⓒ출처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한국가스공사 사장 채희봉은 문재인 청와대의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으로 2019년 7월 부임했다.

그전까지 사측은 사장의 잦은 교체와 공석을 핑계로 시간을 질질 끌어 왔다. 2017년 11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가 개최된 후 현재까지, 15차에 이르는 지지부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 사측 위원은 네 번 교체됐고, 사장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노동자들은 청와대에서 온 신임 사장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채희봉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며 면담도 회피했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2018년 하반기 파업에 이어 2019년 하반기 투쟁을 재개했다. 11월에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은 88.3퍼센트로 압도적이었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사측은 직접고용을 공개 경쟁 채용으로 진행하겠다며 맞섰다. 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경쟁 채용은 일부 노동자들을 해고 등 고용 불안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측은 2017년 7월 이후 입사자의 경우 자회사 고용에까지 경쟁 채용을 도입하려 한다.

한편, 사측은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줄이겠다고도 했다. 이는 60세 이상 조합원이 200명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고용을 보장받으려면 자회사를 수용하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고령 친화 직종의 정년을 65세로 권고한 정부 가이드라인조차 무시하면서 말이다.

사측은 가스공사를 위해 온갖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참으면서 헌신적으로 일해 온 노동자들을 내팽개치고 있다. 노조는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정규직 전환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조가 자신들의 투쟁을 지지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그간 정규직 노조는 집행부 내부 논란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을 분명하게 지지하지 않아 왔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전환이 ‘무임승차’이고 ‘시험을 쳐야 한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공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노동을 해 왔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업무를 잘 수행해 왔다. 정부가 ‘부차’ 업무 취급하면서 외주화를 확대한 게 진정한 문제다. 이렇게 공공 서비스를 외주화하면서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용균 노동자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정규직 노조는 가스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간절한 직접고용 전환 염원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호소했다. “똑같은 시험을 거쳐야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그간 비정규직으로 일해 온 노동자들의 노동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노동의 가치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지 말아 주십시오.”(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가 드리는 글)

지금 당장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처우 개선은커녕 고용 안정 방안도 될 수 없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장은 가스공사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가스기공)로 입사했다. 이후 가스기공의 자회사, 즉 가스공사의 손자회사로 소속이 바뀌었다. 김대중 정부가 대대적인 공공부문 민영화를 단행할 때 홍 지부장이 소속된 손자회사는 분리 매각됐고 홍 지부장은 아예 민간 용역회사 소속이 됐다.

이처럼 자회사는 구조조정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

자회사가 비열한 꼼수라는 점은 다른 공기업 사례들에서도 볼 수 있다. 일단 자회사를 수용하면 나중에 원청이 교섭에 나서겠다던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1월 8일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경기지회 간담회에서 방두봉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원청은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수용하면 교섭에 나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회사는 원청과]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원청은 모든 것을 지시하면서 책임은 안 집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도 없고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용철 한국가스공사지부 연구지회 미화 노동자도 이렇게 말했다. “한국잡월드에서 원청은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수용하면] 교섭에 나서겠다고 합의문까지 썼지만 나중에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가스공사] 원청의 말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좋은 자회사’는 없는 것 아닌가요?”

한국가스공사는 매출이 26조 원, 영업이익이 1조 2700억 원에 달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인원을 줄여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이는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태형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경기지회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보수 업무를 하는 시설 노동자들은 배기통에 불꽃 감지기도 달고, 정전기 방지 옷도 입어야 하지만 적은 급여로 많은 곳을 돌다 보니 안전 수칙을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 9월까지 가스공사에서는 화학 물질 누출, 화재, 추락, 산소 결핍 등 안전 사고가 총 39건 발생했고, 34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 조건은 공공 서비스의 질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 대구에 있는 본사지회 시설·미화 노동자들은 시무식이 열리는 1월 2일 오전 기습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1월 13일에도 부분 파업에 나섰다. 같은 날부터 전국 본사 앞 천막농성에도 돌입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는 사측이 제대로 된 직접고용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1월 28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직접고용 전환을 위해 투쟁에 나선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