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72개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 모여 미국의 이란 전쟁 반대, 한국군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 직후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 반대 집회가 열렸고 국제공동행동도 준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에 연대하고 미국의 이란 전쟁과 한국 정부 파병을 막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번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에는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참여연대,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대표자협의회(민대협), 진보대학생넷, 사회진보연대, 전국학생행진,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여러 단체와 개인들 약 300명이 모였다. 대열의 절반가량이 학생·청년들이었고,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도 여럿 참가했다. 추운 날씨와 인근에서 열린 우익 집회의 소음도 참가자들의 전쟁 반대, 파병 반대 목소리를 꺾지 못했다.

1월 18일 오후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에서 72개의 시민·사회·노동단체 소속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이날 집회는 ‘파병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던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파병 계획을 착착 진척시키는 상황에서 열렸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로, 1월 3일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수장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긴장이 점증하는 중동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 문재인 청와대의 비서실장 노영민은 파병이 사실상 결정됐음을 시사하는 등 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노영민은 16일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파병 논의가 “내부적으로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며, “기업의 안전을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파병을 사실상 결정했음을 밝혔다.

집회의 발언자들은 한목소리로 이 같은 파병 추진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활동가들은 “중동의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대가로 하는 안전과 평화가 가당키나 한가? 파병은 안전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행위일 것”(노동자연대 김지윤 활동가)이며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는 2020년에 새로운 전쟁[에 파병한다면] .... 촛불로 당선됐다는 문재인 정부에 굉장히 부끄러운 역사가 될 것”(피스모모 문아영 대표)이라고 경고했다.

집회는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추진하며 각종 꼼수를 부린다고도 비판했다. 발언자들은 “청해부대의 작전 수역을 바꾸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문아영)이며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연합군에 연락장교를 파견하는 방안, 독자 파병 등 문재인 정부는 모든 파병 검토를 중단해야”(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영아 활동가) 한다고 못박았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파병 추진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을 대표해 발언한 공공운수노조 변희영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제2의, 제3의 노동자 실천을 통해 ... [문재인 정부가] 파병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현장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호르무즈 파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전쟁은 답이 될 수 없다”

참가자들은 참혹함을 낳는 전쟁에 반대해 평화의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자들은 “전쟁은 답이 될 수 없다. 여성·아동 등 민간인이 전쟁을 통해 가장 많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200명 가까운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이영아)다며 “검은 석유와 달러를 위해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진보대학생넷 곽호남 전국대표)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에 나선 예술해방전선 이산 씨는 이라크에 파병됐다 죽은 미군 친구를 추모하는 노래를 불러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쟁 행위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곽 대표는 친동생의 군 입대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국에서] 군대 한 번 보내기도 사람 속이 그렇게 문드러지는데 전쟁터에 [청년들을] 내몰려고 하는 [주한 미국대사] 해리스는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닌가” 하고 발언했다. 

또 김지윤 씨는 “[한국이] 5년 동안 파병 비용으로 쓴 7000억 원, 미국이 중동 전쟁에 쓴 돈 2300조 원을 빚더미에 앉은 청년들을 위해,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비정규직을 위해, 의료와 공공주택을 위해 [사용돼야 하고], 4100만 명이 빈곤 상태인 미국인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발언자들은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에도 적극 반대했다. 변희영 부위원장은 “[미국이 강요하는] 방위비분담금 5조 원이면 노인빈곤율 OECD 1위인 한국의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1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다며 방위비분담금 인상은 “해리스가 앞장선 강도짓”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미대사관을 향한 규탄의 함성을 지르고 구호를 외치며 전쟁 반대의 뜻을 담은 퍼포먼스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쟁 행위가 계속될 때마다 계속 모여 규탄의 행동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이날 집회로 이란 전쟁 반대, 호르무즈해협 파병 반대 운동은 기분 좋은 첫발을 뗐다. 그러나 중동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몸부림과 문재인 정부의 파병 추진도 계속될 것이다. 평화를 염원하고 제국주의 중동 개입에 반대하는 운동 건설도 계속돼야 한다.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집회 참가자들이 “미국의 이란 전쟁행위 반대”, “한국군 파병 반대”등을 외치고 있다 ⓒ조승진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보수・우익들이 집회 주변에 모여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굿굿이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과 파병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조승진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 파병 반대 평화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집회 참가자들이 전쟁 반대의 뜻을 담아 촛불로 만든 ‘NO WAR’ ⓒ조승진
집회 마무리로 참가자들이 전쟁 반대의 뜻을 담아 촛불로 ‘NO WAR’를 만들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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