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공장이 지난주부터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핵심 부품 중 하나(와이어링 하니스)를 거의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이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소하리·광주 공장이 2월 10일(월)부터 가동을 멈췄고, 화성 공장은 10일 하루 휴업 뒤 다시 공장을 돌렸다. 부품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한 대라도 더 팔려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말뿐이다.

얼마 전 사측은 설 연휴 기간에 가족과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온 노동자들에게 14일간 출근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강제성 있는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는 쉴 경우 귀국일 기준 14일 근태 무급처리(미출근무급휴무)를 하겠다고 했다.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가능성과 이로 인한 조업 중단 사태를 걱정하면서도, 강제로 쉬게 할 경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책임을 피하려고 한 듯하다. 그러니 휴무를 개인이 판단하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 다녀온 일부 노동자들은 출근해 라인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동료 노동자들은 사측의 무책임한 조처 때문에 전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일해야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일하는 조건을 고려하면 본인과 주변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바이러스 잠복기 동안 충분히 쉴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무려 14일에 이르는 잠복기를 무급으로 쉬어야 한다면 임금 손실이 커 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 영세한 노동자들과 일당직 노동자들은 보름간 생계를 꾸려 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로 감염 우려를 숨기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사측이 노동자에게 14일 동안 무급으로 쉴지, 출근할지 선택하라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조처다. 국가와 사업주는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사측이 출근하지 말라고 권고한 까닭이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노동자들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필요한 일관된 방역 지침을 내려 기업주들이 제멋대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