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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안전 위협, 노동 강도 강화:
실패한 신규 급식시스템 도입 강행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교육부가 영양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신규 급식 시스템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전면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2월 10일 영양교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모여 교육부의 신규 급식시스템 강행을 규탄했다. 그간 전교조 영양교육특별위원회는 3달에 걸쳐 교육부 앞 1인시위를 하고, 영양(교)사 4000명의 반대 서명도 조직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끝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신규 급식 시스템 강행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김무석

급식 안전

신규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입력 정보 시스템이 부실해 알레르기 정보 등이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다.

아동과 청소년은 스스로 식품 알레르기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학교, 식당 등 가정 외 장소에서 식품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계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은 알레르기 증상 학생들이 증가해 부산시내 모든 학교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식품 알레르기 유병 학생은 전체의 4.14퍼센트인 1만 2917명으로 집계됐다. 그 전년도보다 3000명 증가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급식 대체식단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급식에서 우유가 포함된 카레를 먹고 한 학생이 사망하는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교육부가 알레르기 정보 입력도 부실한 신규 시스템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혹여라도 향후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교육부는 이를 경고하던 영양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인가?

비효율

교육부는 신규 시스템 도입 목표로 급식 재료 생산과 사용량의 체계적 관리를 내세웠다.

물론 급식 재료의 정보와 유통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전국 통합 시스템이 있다면, 급식 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규 시스템을 뜯어보면 이런 “효율화”와 거리가 멀다.

신규 급식 시스템은 식재료의 수요, 생산, 유통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식재료의 일련번호를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영양교사들은 새로운 일련번호 체계가 매우 부실해서 오히려 식재료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신규 급식 시스템에 신설된 식재료 생산지 정보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지 정보를 잘 모르는 영양 교사들에게 입력 업무를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고 비효율적이다. 급식 재료 업체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의미에서 업체가 직접 입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엉터리 시스템 때문에 영양교사들은 불필요한 업무만 엄청 늘어나서 정작 질 좋은 급식을 위한 본업에 집중할 수 없는 지경이다. “3주째 8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하고 “3월 준비는 방학 중에 했지만, (개학 중인) 4월은 식단을 짜낼 수 있을까” 고민되는 상황에서 본업에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육부가 영양(교)사들이 누적한 급식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것도 참말이 아니다. 새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 탓에 노동자들은 그간 누적한 노하우를 모두 잃어버릴 판이다. 신규 영양(교)사나 학교를 이전한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700개의 기본 급식 메뉴도 급식 시스템에서 이용할 수 없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관리?

교육부는 신규 급식 시스템으로 급식 관리를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거듭 급식 비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투명성” 운운은 군색하다.

현재 전체 학교의 90퍼센트가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에서 개발한 학교급식조달시스템(eaT 시스템을) 해서 식재료를 구매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통해 입찰에 참가해 식재료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유령회사를 설립하거나 식품 위생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거듭 일어났다.

2019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업체 1585곳이 원산지 위반, 식품위생 위반, 대리 납품, 제출서류 위·변조, 입찰·계약위반 등으로 적발됐다.

따라서 교육부는 오류투성이 급식 시스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급식 비리를 차단하고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매년 실시하는 급식 만족도 조사로 낮은 식재료비와 적은 조리 인원으로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 급식 노동자들의 가슴에 정기적으로(!) 피멍이 들게 할 것이 아니라 급식 노동자들의 조건도 개선해야 한다.

전북 백영숙 영양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신규 급식 시스템은 당초 교육부가 제기한 도입 목적이나, 사용자 편의를 전혀 달성도 못하고 학생들 건강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 (그래서)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신규 급식 시스템 강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