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배송 중인 쿠팡 노동자 쿠팡은 코로나19로 폭증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플랫폼 노동을 대폭 확대해 왔다 ⓒ이미진

3월 12일 새벽 배송을 하던 쿠팡 비정규직 배송기사가 건물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코로나19로 배송 물량이 폭증해 쉬지도 못하고 밤새 일해야 했다.

쿠팡 기사의 죽음은 코로나19 사태가 노동계급에게 미친 참상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지만 온라인 쇼핑, 물류, 배달 업체들은 폭증한 수요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주들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과로와 감염 위험 속으로 마구 몰아 넣고 있다.

이런 위험에서 플랫폼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저임금, 노동법 사각지대라는 ‘기저질환’을 앓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더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배송업계에 플랫폼 노동이 확대돼 온 탓에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 대책도 없이 과로와 감염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쿠팡은 늘어난 배송량에 기존 노동자들로 감당이 안 되자 자가용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쿠팡 플렉스’를 3배나 늘렸다. 하지만 쿠팡 사측은 쿠팡 플렉서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지급하지 않았다.

2월 24일에는 ‘배달의 민족’ 배달 기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슈퍼 전파자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일자리를 찾는 육아도우미, 가사도우미들이 생계를 잃었다. 회식과 술자리가 줄자 대리기사들도 일거리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그간 기사들을 부려먹은 대리운전 업체들은 나 몰라라 한다.

“한 업체는 ‘안전에 유의하시고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철저히 해 주시길 바란다’는 문자만 하나 보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마스크 쓰고 가라고 하면서 정작 마스크를 주진 않죠. 술 취한 손님들은 마스크를 잘 안 씁니다. 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기사들은 불안감이 큽니다.”(이창배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국장)

라이더유니온,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 등 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조직한 노동조합들은 코로나19 안전 대책을 요구해 왔다. 고객과의 비대면 조치, 마스크와 손 세정제 제공, 자가격리자에게 렌탈비 부과 금지와 최소 2주간의 생계비 지원 등. 노동자들이 요구해 이것들을 대부분 쟁취해냈다. 

대리운전노조는 마스크와 세정제 등 보호구 전면 지급, 생계대책 마련,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요구들은 시급하고 필수적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책임 회피 말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어떻게 노동자를 착취해 왔나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 일자리를 잃거나 감염이 돼도 플랫폼 기업들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 사이를 매개해 줄 뿐 고용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는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해진 임금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구한 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일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을지라도 플랫폼 기업은 다른 고용주들과 다를 바 없이 노동자를 통제·지휘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여러 상벌 제도를 통해 체계적으로 노무 관리를 한다. 예컨대, 배달 기사는 일정 시간 동안 콜을 잡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는다. 콜을 자주 거부한 노동자에게는 일부러 1~2초 정도 콜 알림이 늦게 가도록 해 경쟁에서 밀리도록 하는 불이익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보면 플랫폼 노동자 절반이 ‘일감을 거부하는 일이 잦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리기사와 퀵서비스 노동자는 80~90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카카오 같은 경우 서포터즈 기사라는 시간제 기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출근을 일정 기간 안 하면 짤려요. 그리고 업체들은 기사들에게 ‘마스크 쓰고 가라’, ‘친절하게 응대해라’, ‘복장은 어떻게 해라’ 등등 온갖 통제를 합니다. ‘자유롭다’라는 말은 헛소리죠.”(이창배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국장)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 배달의 민족 배송 기사들 ⓒ이미진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노동이 “일하는 만큼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고소득 직업”이라고 홍보한다. 2월 12일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 민족 기사의 2019년 하반기 평균 소득이 월 379만 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배달 노동자들이 부담하는 오토바이 대여비, 유류비, 통신비, 보험료 등을 제하지 않은 금액이다.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배달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해 쓰는 비용은 월평균 151만 4000원에 달한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보험료를 한 달에 10만~20만 원씩 내야 한다. 최근 콜이 급감했지만 보험료 탕감은 없었다. 그 외에도 노동자가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출근비 등 온갖 비용을 내야 한다. 일하다 사고가 나도 보통은 기사가 책임진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를 보면 플랫폼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라는 응답비율이 36.5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플랫폼 기업들은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덕택에 돈을 아낀다. 이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은 퇴직금, 연차 수당, 연장·휴일·야간근로 수당 등 막대한 돈을 아낄 수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말과 달리, 플랫폼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하거나 더 장시간 노동한다. 장시간 노동은 낮은 수수료로 인한 저임금을 만회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22시간이었다. 하지만 주 6일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리운전, 퀵서비스,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9~13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업주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여러 업체에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러 업체에 등록돼 있다고 해도 해당 기업주에게 이익을 벌어다 주는 근로관계라는 점은 명백하다. 오히려 여러 업체에 등록하는 관행은 플랫폼 기업주들이 조장한 고용 불안정과 관계가 있다.

“원래는 한 업체에 소속돼 있어서 무전기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리운전 수요가 늘어나니까 그렇게 하는 방식이 업체들 입장에서 효율적이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업체들이 연합해서 대리기사들을 공유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업체들은 더 많은 이익을 봅니다.”(이창배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국장)

이처럼 플랫폼 기업들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 왔다.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신흥 기업(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기업에는 플랫폼 기업들인 우아한 형제들, 쿠팡, 위메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요컨대, 플랫폼 노동은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착취하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 “디지털 특수고용인”이다.


노동자성 인정은 한사코 회피하려는 문재인 정부

한국고용정보원 추산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47만~54만 명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의 열악한 현실도 폭로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성 인정만큼은 한사코 피하려 한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에 플랫폼 노동자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플랫폼 협동조합이란 플랫폼 노동자들이 직접 조합을 설립해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대기업의 부당한 저임금, 노동 통제에 맞서 직접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모델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는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플랫폼 대기업에 소속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고용주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한다고 해서 플랫폼 노동자 조건이 나아지리라는 법도 없다. 이미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서 협동조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 할지라도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노동조건을 충분히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방안으로는 표준계약서 도입이 중요한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 체결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 기업주들이 무시해도 처벌하기 힘들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 표준계약서는 수수료 지급 기준,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포함한다. 이는 현재 법적 보호가 전무한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어느 정도 처우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표준계약서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추진하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보는 관점을 전제로 한다.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근본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는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을 여전히 회피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대폭 개선하고, 노동자성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