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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자본주의의 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적 계획에 기반한 사회는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혁신을 북돋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 세계를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글은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성명이다. 

코로나19는 이 체제가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 필요조차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 줬다

어떤 종류의 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아니라는 것이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현 체제의 한계를 보여 준다.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대다수의 이해관계에 따른 합리적·민주적 계획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사장들의 체제는 혼돈이 지배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개별 기업이나 정부는 자원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기업들은 필요나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수익성 논리에 기반한 시장을 통해 서로 관계맺는다.

그래서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서로 경쟁하는 수십 개 제약 회사들에 내맡겨져 있다.

자본주의 하에도 계획이라는 요소가 있지만, 그런 계획은 자신의 권력과 부를 보호하려는 소수에 의해 짜여진다.

최초로 핵폭탄을 개발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3개국 출신 13만 명이 협업했다. 그러나 이는 전쟁을 위한, 즉 건설이 아니라 파괴를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슈퍼마켓들은 매장에 상품을 적시에 납품하기 위한 아주 상세하고 엄격한 계획을 세운다.

이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수요가 급등하는데 재고가 떨어졌을 때는 매우 나쁜 방식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2002~2003년에 대유행했다. 만약 당시 사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던 사람들이 지난 18년 동안 연구를 계속했다면 지금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한 걸음 더 다가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 수익이 많이 나는 일로 옮겨갔다.

3월 18일에 이탈리아 기술 회사 두 곳이 3D 프린터로 인공호흡기 밸브를 제작했다. 이탈리아 치아라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밸브 물량이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 기업 중 하나인 이시노바는 인공호흡기 설계도 원본을 보유한 회사들에게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의 자원과 필요를 일치시키는 것을 기반으로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런 사회에는 이윤이라는 장애물은 없을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생산할 수 있는지, 지금 무료로 분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임금을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강력한 민주적 개입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자본주의에서 이뤄진 발전으로 이런 일들이 쉬워졌다.

인터넷과 각종 대중매체가 발달한 덕에 우리는 활동을 더 쉽게 조정하고, 광범한 정보를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의견을 표명하고, 투표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스스로 사회를 조직하기에는 너무 멍청하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대응 국면을 봐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예컨대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개입이 없었는데도 영국 전역에서 상호 부조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2017년에 영국에서 서민 아파트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지역사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구호 물자를 취합하고 분배를 조직했으며, 거처가 필요한 생존자들을 지원했고, 구호 활동을 조율했었다.

이러한 각각의 경우에 평범한 사람들은 필사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필요한 능력, 경험, 연대 의식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는 개별 참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와 역사 전반에 걸쳐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를 조직하고, 자신들을 깔아뭉개려는 체제에 도전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

1917년 러시아, 1979년 이란, 2011년 이집트 등의 사례는 혁명적 운동들로 지배자들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모든 혁명적 운동에서는 사회를 새롭고 계획적으로 운영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1871년 파리코뮌에서 기계공과 금속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평등이 “노동자들의 결속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해방”이며, 그 자체로 “노동자들의 처지를 임금 생활자에서 [함께 사회를 운영하는] 동료로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하고 주장했다.

코뮌은 최저임금제와 가격상한제를 제정했고, 새로운 형태의 의사 결정 방식과 사법제도를 실험했다.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는 파리코뮌을 관찰하며 미래 사회의 조직이 옛 사회에 맞서 저항하는 와중에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활동가들이 식량 보급과 응급 구호를 조직하며 보여 준 조직 능력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은 이윤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를 설계하기 위해 싸울 수도 있다.

이미 코로나19 위기는 노동이 조직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우편통신노조(CWU)[민영화된 최대 공공우편 기업] 로열메일 소속 노동자들이 ‘추가 긴급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의료 지원, 자가 격리 점검, 푸드뱅크 보급품 배달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로열메일이 추가 긴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조직을 개편하고 지역 당국과 조율해야 한다.

지금은 무엇을 언제 배송할지를 주로 우체국장과 배달 비용을 지불하는 회사가 결정한다.

기회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집배 노동자들이 상업적 우편물 배송을 일체 중단하고 필수품과 건강 정보 배송에 집중할 것을 결정하라고 요구할 기회가 생겼다.

이는 서비스를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때만 가능하다.

민주적 계획으로 사회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변화될 수 있다.

우선, 체제의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낭비와 경쟁을 없앨 것이다.

무기처럼 사회에 쓸모없는 재화와 서비스는 생산이 중단될 것이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노동계급 전체 의견을 모아 계획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그런 서비스를 관리하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적 계획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양질의 서비스와 인프라를 구축해, 자녀가 좋은 학교에 갈지 안전한 병원에 갈지 여부가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사회주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사회 최상층에 올라앉아 평범한 다수 대중을 착취하는 사회를 끝장낼 것이다.

자원이 공정하게 분배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게 사는 반면 은행가나 사장들은 물건들, 저택, 요트를 사재기하는 일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이런 경제적·정치적 통제력을 가질 때 자원의 생산·분배에 관해 토론하고 투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생산·분배의]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의사 결정을 내릴 대표자를 작업장 평의회와 지역위원회에서 선출할 수 있다.

더 큰 결정은 전국 혹은 지역 단위 기구에서 내려야 할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줄이거나 예산을 삭감하려는 백만장자·정치인이 아니라 모든 결정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이런 기구를 차지할 것임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체제가 지속되려면, 사회주의 사회와 주요 계획 수립 모두가 국제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를 넘어 더 큰 규모로 계획하는 데에는 명백한 이점이 있다. 첫째, 여권도 없고 국경도 무시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보건의료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자원을 할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적 계획으로] 전 세계의 발견과 혁신을 한데 모을 것이다.

반면,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도 자본주의 경쟁에 따른 제재와 무역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치명적 압박을 강화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억제할 능력을 제약했다.

기후 재앙도 국제적·합리적 계획으로만 막을 수 있다.

[국제적 계획으로] 예컨대 재생가능 에너지를 대규모로 보급하고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지금 같은 근시안적 경쟁과 이윤 추구 체제에서 개별 국가는 이런 행동을 취할 수가 없다.

본질적으로, 사회주의 세계에 대한 [완벽한] 설계도는 없다. 그 사회의 정확한 모습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만 알 것이다.

1917년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는 더 나은 세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과 비슷한 운동들이 자신들의 통치를 무너뜨릴까 겁먹은 자본주의 정부들은 힘을 합쳐 러시아 혁명을 군사적·경제적으로 분쇄했다.

혁명의 잔해 위에서 자라난 스탈린주의 체제는 대다수 대중이 아닌 신생 관료 계급과 국가 관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비민주적으로 경제를 계획했다.

자본주의의 실패가 드러나는 지금, 우리는 당면한 과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체제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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