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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가 콜센터 노동자 감염 위협을 키운다

가림막 설치한 콜센터 ⓒ출처 수원시

구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벌어진 뒤 노동부가 콜센터 안전 대책을 내놨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부는 전국 콜센터 사업장 감독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사실 직접 방문 감독하는 사업장은 1358곳 중 256곳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000곳 이상은 각 기업이나 기관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직접 감독조차도 10분가량 회사 관리자만 면담하는 수준에 그쳤다.

무엇보다 노동부는 원청이 책임지고 안전 대책을 수행하도록 강력히 강제하고 있지 않다. 대체로 콜센터들은 민간위탁, 하청업체 구조다. 하청업체들은 노동자 안전과 재택근무를 위한 설비 등에 돈을 쓰려하지 않는다. 노동부 대책은 이런 무책임 속에 콜센터 노동자들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상담사의 8시간 모든 업무를 통제하고 평가하여 도급비에 반영하기 때문에 아파도 연차, 반차, 조퇴를 내기가 힘들고 유급 병가가 없어서 장기간 치료를 요할 시 퇴사를 각오해야 합니다.”(3월 19일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지부장 김숙영)

그래서 닭장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내내 비말에 노출되는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집단 감염을 낳았는데도, 재택근무는 소수 사업장에만 도입됐다. 여전히 수많은 콜센터 상담사들이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출근하는 현실이다.

반면, 재택근무를 실시한 사업장들에서는 오히려 노동강도가 올라갔다. 사측이 재택근무 시 더 많은 업무를 떠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사들은 “안 그래도 휴식시간이 적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아예 없어졌다”고 토로한다.

3월 26일 CJ텔레닉스 코로나19 대책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규탄 기자회견 ⓒ출처 희망연대노조

재택 “감옥”

실적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지자체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온라인 쇼핑이 증가해 상담사들의 노동강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한 도서 업체 콜센터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부가 감사한다고 했을 때 사측이 대청소를 하며 부산을 떨었지만, 저희 사업장에는 안 왔어요. 그 이후로는 사측이 예방을 위해 별로 하는 것도 없어요. 재택근무가 실시됐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콜 할당량이 출근에 비해 1.5배입니다. 이걸 못 채우면 집에서 야근을 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죠. 원래도 휴식 시간은 없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아예 쉬는 시간이 없어요. 이게 재택근무인가요? 재택 감옥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사측은 뒤늦게 유증상시 유급휴가를 준다고 했지만, 영업, 실적, 콜수 등 업무 압박은 여전해 업무를 중단할 수 없습니다. 재택근무도 한 달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재택근무를 출퇴근 근무로 변경하겠다고 합니다.”(3월 26일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 기자회견 중)

이 노동자들은 “졸속 정부 대책으로는 감염 확산도, 노동조건 개선도 불가능하다”며 원청 책임 강화, 실적 성과제 폐지, 감독 대상 사업장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3월 마지막 주에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을 벌였다. 노동자들의 요구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아주 기초적인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콜센터 노동의 외주화 남발은 빼곡한 사무실에서 최소한의 휴식, 휴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의 원인”이라는 노동자들의 말처럼 근본적으로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원청이 직접고용해 안전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위탁 콜센터 정규직화 외면한 문재인 정부

정부는 공공부문 민간위탁 콜센터 중 극소수만 직접고용 전환 대상에 포함하려 한다.

정부는 소관 기관이 알아서 공공부문 민간위탁 사업장의 정규직 전환 타당성을 검토하라면서 그 대상이 되는 정규직화 ‘심층논의 필요사무’를 분류하겠다고 했었다.

최근 1차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직접고용 전환 논의를 하기로 한 곳은 겨우 13곳뿐이다. 이 중 콜센터는 6곳으로 극소수다(고용노동부, 국민권익위원회, 기상청, 대구광역시청, 경기도청, 한국도로공사). 각종 지자체, 공공병원 등에 있는 수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은 또다시 배제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민간위탁(3단계 전환 대상) 분야 정규직 전환을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라고 떠넘겼다. 사실상 정규직화 포기 선언이었다. 조금 기다리면 정규직화 차례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은 짓이었다.

이런 정부 방향 속에서 지자체, 공공병원 콜센터들도 스리슬쩍 민간위탁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한 공공병원 콜센터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확진자가 다녀가고 전화가 폭주해서 너무 힘든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까지 지정돼 힘듭니다. 병원은 특히나 생명을 다루는 곳인데 왜 정규직 전환을 안 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3월 19일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들은 정부·공공기관·지자체의 콜센터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에서 배운 바가 있다면 민간위탁 콜센터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