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축되고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자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 지원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노동자·서민들의 고통에 비춰봤을 때 당연한 조처다. 오히려 지원 대상과 금액이 충분치 못한 것이 문제다.

그런데 지원 대상에서 이주민이 배제되고 있다. “경기도민 누구나” 1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외국인은 지원하지 않음”이라고 명시했다. 미등록 이주민, 이주노동자, 난민 등은 물론이고 영주권자나 한국 국적자와 살고 있는 결혼이주민까지 모두 제외했다. 이른바 다문화가정에서는 국적에 따라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가구 단위로 지급하는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은 한국 국적자와 혼인 관계에 있거나 한국 국적인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야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지원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소득 수준과 지원 금액을 산정할 때는 이주민을 가구원 수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는 지원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난민인정자만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는 난민법에 따라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신청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입력하게 돼 있어 난민인정자들은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2014년 ‘서울시민인권배심회의’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에 대한 보육비 미지원은 차별’이라고 평결한 바 있다며, 서울시가 재난 소득 지원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한 것을 비판했다.

2020년 2월 말 기준 합법 체류자격이 있는 경기도 거주 이주민은 약 60만 명이고 서울시는 약 43만 명이다. 미등록 이주민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이주민이 수도권에 살고 있을 텐데, 이들 대부분이 재난 소득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재난 소득 지원에서도 배제된 이주민들 2018년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이윤선

한편, 정부가 소득 하위 70퍼센트에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도 이주민이 지원 대상이 될지 불확실하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선별 지급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보건대 서울시와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고소득자에게까지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별 지급을 하면서 정작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셈이 될 것이다.

이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휴업이나 경제활동 위축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재난 소득 지원이 절실하다. ‘2018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귀화자 등이 취업한 직종은 내국인보다 상용직 비중이 매우 낮고 임시직·일용직 비중이 훨씬 높았다. 서비스업 종사자 비중도 내국인보다 높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에 고용돼 있기 때문에 무급 휴직이나 해고 등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세계적이므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미등록 체류하며 버텨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이미 경제적 조건이 열악했기 때문에 빈곤에 직면할 우려도 크다.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54.4시간 일하면서도 월급여 실수령액 평균은 약 200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경제적 기여

경기도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는 재난 소득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우리도 한국에서 살면서 세금을 다 내고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됐는데 외국인들은 빼고 한국인들만 보장해 주는 거 이해가 안 됩니다.”(수원이주민센터, 경기지역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연대성명서)

그의 말처럼 이주민들은 대부분 노동자로 일하면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규 이주노동자 입국이 지연되자 법무부는 체류 기간이 만료되는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50일 연장해 줬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출국하자 얼마 전에는 기존에 취업을 금지했던 이주민들 일부에 농축산업 계절근로를 허용하기도 했다. 당장 인력 공백이 생길 만큼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IOM 이민정책연구원은 2016년에 이주노동자가 생산 효과 54조 6000억 원, 소비 지출 효과 19조 5000억 원 등 총 74조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 효과〉).

또, 이주민들은 한국에 상당한 세금을 내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2017년 귀속분 기준 소득세 1조 2000억 원을 납부했다. 4대 보험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도 원천징수로 2018년에 700억 원을 냈다. 2018년에 이주노동자에게 지급된 임금은 총 26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40퍼센트가 국내 소비에 쓰였다. 간접세도 상당히 낸 것이다.

정부는 노동력에 대한 필요 때문에 이주민 유입을 늘리면서도 이주민과 그 가족들의 체류, 유지, 재생산에 필요한 비용은 감당하지 않으려 한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를 최대 9년 8개월까지 일할 수 있게 하면서 아예 가족 동반을 금지한 비인간적 조처나 이주민에게 내국인보다 비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 등이 그런 사례다.

재난 소득 지원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 역시 이런 인종차별적 정책의 연장선상인 것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열악한 노동자층이 늘어나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은 건강 상태나 면역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모두의 안전에도 해롭다.

미등록자를 포함해 모든 이주민에게 재난 소득 지원이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