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철도노조가 국토부 앞에서 안전 인력 충원, 철도통합, 합의파기 규탄 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감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0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집결해 차량 시위를 했다. 집회 이후 철도노조 지도부는 국토부 앞에서 농성 투쟁을 시작했다.

4월 2일,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철도노조 간부결의대회 차량 시위 ⓒ출처 철도노조

집회 전날 철도노조는 철도공사, 국토부와 교대제 개편을 위한 인력 충원 협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와 철도공사 사측이 협상 과정에서 철도노조 단체협약 33조 삭제를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 33조는 징계를 이유로 본인 동의 없이 비연고 지역이나 타 직종 전보를 금지한 조항이다.  

노조는 이 조항은 이미 징계 조처를 하고도 추가로 전보까지 보내는 ‘이중 징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조항은 사측이 강제 전보를 무기로 휘둘러 노조 활동과 투쟁을 위축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싸워서 쟁취한 중요한 성과다.

따라서 철도노조가 이 요구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의 단협 33조 폐기 요구는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작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철도노조 활동가들은 국토부의 이런 행태가 투쟁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옳게 지적했다.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2014년에 강제전출 당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강제전출 반대 투쟁 덕분이었지만, 단협 33조 조항이 있어 소송에서 이겼던 것도 요인이었습니다. 사측 말을 안 듣거나 앞으로 파업에 나서면 비연고지로 강제 전출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용해 투쟁을 제약하고 [노동자들이] 납작 엎드리게 만들 심산입니다.”(철도노조 신필용 성북승무지부장)

이처럼 국토부와 사측은 단협 33조를 삭제해 인사권을 강화하고 현장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쉽게 인력 재배치 등을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국토부가 인력 충원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 등 전반적인 ‘효율화 방안’으로 해결하라는 태도였던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단체협약 33조

국토부의 이런 행태는 4조2교대 시행을 위해 필요한 인력 충원을 수용할 의사가 여전히 없음을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인력 충원에 매우 미온적이었다. 2017년 7월부터 공공기관에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됐고, 이를 지키려면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제대로 인력 충원이 된 기관은 없다. 정규직은 생색내기 수준으로 찔끔 충원하거나 비정규직 업무에는 거의 충원을 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교대제를 개편해 노동자들의 조건을 더 악화시킨 경우도 있다.

철도에서도 국토부는 수개월간 끌어 온 협의 과정 내내 인력 충원에 난색을 표하며 강도 높은 인력 효율화 방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철도 수익이 크게 줄자 인력 충원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철도 정원을 대폭 줄이고 인력 충원을 억제해 온 탓에 철도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철도 사상자가 무려 583명에 이른다.

철도공사 역시 인력 충원에 전혀 진지하지 않다. 사측은 애초 매우 부족한 인력 충원안을 내놓더니 이조차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계속 줄였다. 노조가 요구했던 인력 충원안(4600여 명)의 절반도 안 되는 1865명 증원안을 내놓았다가 여기서도 계속 후퇴했다. 올해 초 994명으로 후퇴하더니 최근엔 더 줄였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그러더니 이제 정부와 사측은 단협 개악까지 들이밀며 더한층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축소된 규모로는 철도 노동자들의 오랜 바램인 온전한 4조2교대제를 실현할 수 없다. 노조가 신규 채용 3000명을 포함해 4600여 명의 인력 충원안을 내놓은 것은 4조2교대를 전면 시행하고 더 불규칙한 형태의 교대제도 개선해 야간 노동을 비롯한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규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력 충원을 대폭 줄이면 교대 노동자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시행할 수 있을 뿐이다. 이조차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여러 노동유연화 조처들을 수반하면서 말이다.

단계적 시행으로 인력 충원이 최소화돼 노동강도가 높아지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 교대제 노동자들뿐 아니라 불규칙한 노동을 하는 기관사 등의 교번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도 사라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철도노조 집행부가 길게는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조2교대를 시행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 “노사간 입장을 좁혀 왔다”고 밝힌 것을 보면, 신규 인력 충원 규모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려 했던 듯하다. 조상수 위원장은 “철도노사가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장기화된 쟁의상태를 해소하고자 노사정이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제출[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조차 국토부와 사측이 버텨 무산됐지만 말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 충원 같은 공세적 요구를 성취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사측의 태도를 보면, 노동자들이 양보한다고 요구를 들어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오히려 최근 고위층의 임금 반납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압박을 가할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서 보듯 기존 조건마저 악화시키려 나설 것이다. .

이럴 때 노조가 투쟁을 재개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조상수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쟁의를 재개하기는 여의치 않[다]”고 보고 본격적인 투쟁을 뒤로 미뤄 두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닐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국면은 인력 충원 같은 공공서비스가 대폭 확충돼야 안전도 지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정부는 기업 지원에는 100조 원의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노동자와 서민의 필요와 생계를 지원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재난생계지원금이 고작 7조 원 정도로 정해진 것을 봐도 우선 순위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 준다.

이럴 때 철도노조가 자신의 조건과 더 나은 공공서비스 모두를 위해 투쟁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고, 지지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