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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생계난에 내몰리는 항공·공항 노동자들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코로나19의 여파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항공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 여객 수가 80퍼센트 격감했다.

한국 항공업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월 4주차 기준으로 국제선 여객은 전년 대비 96퍼센트, 국내선 여객은 60퍼센트 감소했다. 국적 여객기 374대 중 324대(86.6퍼센트)가 멈춘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항공업 ⓒ조승진

그나마 화물 운송은 전년 3월 대비 3.4퍼센트 감소에 그쳐 대형 항공사들은 최악은 면하고 있다. 화물운송 전용 항공기가 없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먼저 위기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무역 부진으로 화물 운송마저 둔화될 추세라 대형 항공사들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단기간 내 종식되기 어려워 항공산업의 위기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의 항공사들은 매월 9000억 원가량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5조 300억 원이 넘는 상황이다.

커져가는 노동자들의 고통

항공산업의 사용자들은 위기를 맞자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항공사와 관련 사업체 및 공항 노동자들은 대규모 휴직으로 생계난을 겪거나 해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 중 적은 곳은 50퍼센트, 많은 곳은 95퍼센트가량의 노동자들이 휴직 상태다. 유급 휴직이라지만 임금이 기존의 70퍼센트에 불과하고, 이조차 언제 무급 휴직으로 바뀔지 또는 해고로 이어질지 우려가 크다. 최근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의 40퍼센트인 700명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으나 노동자들의 반발로 300여 명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전 직원의 70퍼센트가 최대 6개월간 순환 휴직을 실시할 예정이고,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3~4월 동안 25일간 무급 휴직을 강요받았다.

지상조업사(비행기 운항 전후 지상에서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 기내식 제조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특히 이들은 대체로 항공사들의 자회사나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인데 대부분 무급 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해고도 늘어만 가고 있다. 최근 알려진 사례만 봐도 상당하다.

아시아나KO 무기한 무급휴직 강요, 거부 시 해고 협박.

아시아나KA 95퍼센트 이상 무급휴직 중, 권고사직 강요.

아시아나AH 전 직원 50퍼센트 감축하는 희망퇴직 통보.

이케이맨파워(대한항공 기내 청소 업체) 노동자 400여 명 중 300여 명 정리해고 방침 통보. 현재 100명 해고.

대한한공 기내식센터 협력업체 비정규직 1300여 명 중 1000여 명 무급휴직 또는 해고.

최근 인천광역시 조사를 봐도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 7만 6000여 명 중 2만 5000여 명이 휴직이나 희망퇴직으로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무급휴직자 1만 5390명, 유급휴직자 8750명, 희망퇴직자 1420명)

그런데도 인천공항 공사는 이용객 감소에 맞춰 단계별 ‘셧다운’(시설 폐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셧다운’으로 인천공항 시설 상당 부분이 폐쇄된다면 인천공항 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절박한 호소 외면한 문재인

이처럼 항공업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노동자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이 잘 나갈 때 노동자들에게 그 과실이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항공사들이 흑자를 내고 저비용 항공사들이 해마다 20~30퍼센트씩 매출을 늘리며 고속 성장을 할 때도 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인색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하고도 비정규직 대다수를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제대로 된 처우 개선을 외면했다.

정부의 대처도 별로 다르지 않다. 정부는 위기가 심각한 항공업에 대해 긴급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고용 유지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업주들은 임금의 10~25퍼센트 정도인 부담도 꺼리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보다는 무급 휴직을 강요하거나 해고를 하고 있다.

또,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파견 업체들이라 실질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하청업체들은 해고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은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에는 거의 무용지물인 것이다.

4월 7일 인천공항을 방문한 문재인에게 고용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그래서 지난 4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용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은 묵묵부답하고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정부는 대형 항공사들마저 위기가 심각해지자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데, 기재부와 금융위는 대기업 항공사에 대해서는 기업 지원 조건으로 ‘자구책’ 마련을 조건으로 내걸려 한다. 이는 지금보다 노동자들의 조건과 고용을 더 악화시키는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위기는 노동자들 탓이 아니다. 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는 생계난과 해고 위기에 빠진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영종특별지부’를 출범했다. 항공업 노동자들이 집중된 인천 영종도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생계와 해고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항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한시적 해고 금지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위기에 빠진 항공사와 공항 등 관련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