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윤중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 인터뷰 :
“임금 삭감, 노동자 분열 우정본부에 대한 조합원들 분노가 대단합니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우체국 위탁택배원들의 임금(수수료)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우체국 위탁택배원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는 4월 2일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임금 삭감 저지 투쟁에 나섰다. 윤중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사진)을 만나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과 처우, 향후 투쟁 계획을 들었다.

우체국 위탁택배원의 업무와 처우는 어떤가요?

우체국 위탁택배는 2002년 11월에 도입됐습니다. 집배원들이 배달하는 ‘등기 소포’[우편법 상 우체국 택배를 지칭하는 용어]가 매년 증가하니까 집배원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도심 인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도입됐어요.

[우체국 위탁택배원은] 매년 증가해 2018년 2000명에서 2020년에 약 4000명까지 늘어날 예정입니다. [2018년 10월에]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정규 집배원 2000명 충원을 권고했는데, [우정사업본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정규 집배원 대신 위탁택배원] 750명을 증원하기로 해서 [위탁택배원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요. 현재 우체국 택배의 50퍼센트를 위탁택배원들이 배달해요.

우체국물류지원단에 따르면 저희는 현재 하루 평균 택배 190개를 배송합니다. 보통 아침 5시 30분에 출근해서 하루 11~12시간 정도 일을 합니다. 수수료가 삭감되면 지금의 중노동 구조에서 [줄어든 임금을 벌충하려고 배달 물량을 늘리게 돼] 장시간·중노동 구조로 악화됩니다

우정본부가 저희 월 수입이 494만 원이라고 발표했어요. 동료 노동자들이 ‘[우정본부를] 가만 두지 않겠다’라고 분노했어요. 월 평균 수수료가 400만 원 조금 넘어요. 여기서 차량 임대비, 부가세, 유류비 등 매월 고정비로 120만 원이 나가요. 여기에 [보통의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4대 보험이나 퇴직금, 식비 등을 계산하고 나면 실질 임금은 200만 원 수준이에요.

윤중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 ⓒ출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은 우정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에 1번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직입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로서 받는 차별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위수탁 계약으로 통칭되는 계약서는 말 그대로 노예 계약이에요. [우정본부의 통제를 받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지휘 감독과 통제, 해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2018년 계약 당시, 민원이 발생하면 주의를 준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주의가 4회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거예요. 노동조합이 독소조항이라고 해서 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계약서에도 이와 유사한 조항이 가득해요.

관리자들이 물량 개수나 구역 조정 등으로 장난질도 쳐요. 올해 2월 노조가 있는 부산 해운대우체국의 관리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위탁택배원들이 배달하던 아파트 단지를 집배원들에 넘기는 일방적 구역 조정을 통보했어요. 사측이 강행하자, 저희가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체국장이 손 들었던 사례가 있어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방역 물품이 전혀 보급이 안 돼, 노조에서 2월 6일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날 저녁부터 지급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마스크나 손 소독제가 충분치는 않지만 지급은 되고 있어요. 그런데 확진자나 위험한 건물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은 아직도 안 되고 있어요.

광주우편집중국이 [근무하는 직원의 확진 판정으로] 폐쇄됐었어요. 근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휴업수당 지급 근거가 없어서, 저희가 2월 6일 기자회견을 했어요. 그 뒤 계약서 상 하루 보장 물량 수준에 맞춰 수수료가 휴업수당으로 지급됐어요. 그런데 휴업수당 지급에 대한 원칙이 없어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지급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정본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처우개선은커녕 위탁택배원 임금 삭감안을 내놓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정본부에겐 수수료 체계를 바꿀 천군만마예요. 우정본부는 수수료를 낮춰야 택배시장 경쟁에서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올해 무슨 욕을 먹더라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 해요.

기존 [우체국 택배] 단가는 중량과 부피와 거리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데, 저희가 받는 수수료는 전국 단일 고정 체계로 10킬로그램마다 200원씩 추가돼요. 지금은 [한 달에] 같은 물량을 배송하면 수수료가 비슷해요.

[우정본부는] 이것을 민간 택배회사처럼 차등 수수료 체계로 바꾸려 해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수수료를 낮추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수수료를 높이는 방식이죠. 그런데 저희는 위탁택배원 도입 취지에 따라 95퍼센트 가량이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 있어요. 그래서 비중이 큰 초소형 택배(1~2킬로그램 이하의 택배)의 경우, 현재 수수료가 1166원인데 우정본부의 개편안대로 하면 800원이 돼 임금이 월 60~80만 원 줄어요.

그리고 차등 수수료제를 도입하면 10명이 같은 물량을 배송해도 10명의 수수료가 다 천차만별이 돼요. 200여 개의 복잡한 수수료 체계를 도입해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거죠. [차등 수수료제가 도입되면] 서로 공통 분모가 줄고 서로 좋은 구역을 가지려 싸우게 돼요. 민간 택배회사들은 이것을 악용해서 대리점장들이 구역 조정의 전권을 행사하려 해요. 저희도 우체국물류지원단의 관리팀장들이 자칫 잘못하면 대리점 소장의 역할을 하게 돼 민간 택배회사들을 똑같이 따라가게 된다고 봐요.

4월 9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 ⓒ출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임금 삭감 시도에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서 임명한 책임자가 있는 국가 공공기관에서 수수료를 하루아침에 360원 이상 깎으려고 하는 것에 분노가 상당합니다. 다행히 노동조합에 대한 결의로 수렴되고 있어요. 노조가 없으면 이런 구조적인 싸움은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래서 현장 조직화를 강화하고 있어요. 비조합원들의 가입도 늘고 있어요. 올해 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나뉘어 있던 노조를 통합했는데 2150명 수준에서 벌써 3개월 사이에 2400명 수준으로 늘었어요. 수수료 삭감 시도가 통합의 계기가 됐어요. 지난해 말부터 우정본부가 수수료 개편 얘기를 계속 흘렸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었어요. 노조 통합의 핵심 취지도 우정본부의 수수료 체계 개편에 맞서 노동자들이 더 크게 단결해서 싸우자는 거예요.

저희가 우정본부에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이 불가능하니 6월 말인 재계약 만료를 3개월 더 연장해 달라고 제시했어요. 그런데 우정본부의 답변은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못 하는 건 노조의 사정’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4월 2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월 18일에 우체국 2300명, CJ대한통운 1500명, 총 합쳐서 3800명을 조직하는 상경 투쟁을 계획하고 있어요. 쟁의권이 확보되는 5월 말~6월 초에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고요.

올해 저희한테는 우정본부의 수수료 삭감을 저지하는 투쟁이 있고,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에게는]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투쟁이 있어요. 그래서 시기 집중 공동 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5월 18일에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과 같이 투쟁하는 거예요. 정규직 집배원의 연대도 중요해요. 연대만이 살 길이라고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