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국제적 문제임에도 국가적 개별 대응이 얼마나 지배적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도 늘 그랬듯이 갈팡질팡하며 내부적으로 분열된 채 제 앞가림에만 급급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적 위기에 대응할 때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지도에 의지했다.

2007~2009년 국제 금융 위기까지만 해도 조지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분명 그런 지도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구실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을 대체할 역량이 없다.

미국의 유일하게 만만찮은 경쟁국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모순적인 효과를 냈다. 코로나19의 발생지인 후베이성 지방정부들이 초동 대응에 더디고 사태를 은폐하려 한 탓에 중국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

반면, 중국 중앙정부는 뒤늦게라도 감염자 추적과 검사를 바탕으로 봉쇄령을 강경하게 추진해 대유행을 잠재웠다. 중국 중앙정부가 사태를 은폐하는 데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전반적인 대응은 트럼프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의 비정하고 서투른 대응에 비하면 나아 보인다.

중국 공식 선전 기구는 이 차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기에 바쁘다. 한편, 중국은 의료 물자를 전 세계에 수출하여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국제사회 일원인지를 뽐내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와 영국·호주 정부 같은 그 동맹들을 자극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기원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하는 책임 공방으로 이어졌다.

후대 역사가들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돌아보며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자본주의 패권 국가로 등극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달러

미국 패권의 두 가지 토대는 달러와 펜타곤[미국 국방부, 즉 군사력]이다. 현재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달러다.

미국은 여전히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다. 미국의 거대 은행들은 국제 금융시장을 지배하며, 국제 금융시장을 추동하는 것은 달러화 대출이다. 그래서 미국이 제재를 효과적인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는 제재 대상 국가와 그 나라 기업이 신용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 신용은 주로 달러화로 돼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초래한 금융 패닉 모두에서 달러화로의 도피가 두드러졌다. 기업들과 국가들은 수입과 부채 상환에 필요한 달러를 붙잡으려 했다. 이들은 달러를 더 확보하려고 자산을 팔았다. 심지어 매우 안전한 미국 국채 같은 자산까지도 말이다.

이 두 위기 모두에서 미국 국가가 개입해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재무부가 개입하는 형태였다 — 이런 달러를 공급했다. 3월 연방준비제도는 주요 5개국 중앙은행에 제공한 통화 스와프 협정[자국 통화를 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협정]을 9개국 중앙은행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인민은행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요청하지도 제공받지도 않았다. 중국이 달러가 필요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국제 금융 위기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국유 은행에 대출을 크게 늘리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대규모 과잉 투자와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고, 거대 국유 기업과 지방정부가 빚더미에 앉았다.

중국 정부는 서서히 악성 부채를 줄이려 하는 중이다.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일부 서방 정부보다 훨씬 소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낸 이유다.

그러나 이 부채 중에는 달러화 부채도 있고 위안화 부채도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확장을 위해 달러를 빌리는 동시에 수익을 중국으로 가져와 국내적 목적을 위해 위안화로 환전했다.”

2021년이 되면 중국 기업들이 진 1100억 달러 상당의 달러화 부채의 만기가 도래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 기구가 여전히 세계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베이징대 소속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가 말했듯이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몫이 줄어들면서, 미국은 갈수록 세계 중앙은행 구실을 하는 막중한 부담을 떠맡기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