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악화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서민의 고통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월 고용동향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올해 3월 취업자 수가 2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15~64세의 고용은 39만여 명이 줄었다.

통상 취업자가 매해 30만~40만 명씩 늘어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으로 전체 취업자는 50만~60만 명가량 줄어든 것이다.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는 23만 명가량 줄었다. 기업들 다수가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취업자 통계에 포함되지만 무급이나 유급으로 휴직한 사람은 1년 전보다 126만 명이나 급증했다. 취업자 중 7퍼센트가량이 쉬고 있는 것이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도 7.4퍼센트가 줄어 160만 명가량 감소했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3시간으로 1년 전보다 2.8시간이나 줄었다.

이는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실업과 소득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적금과 보험 해약률이 급증하는 것에서 보듯 많은 노동자·서민이 생계난에 허덕이고 있다.

민생고를 보여 주는 대출 신청 폭주 서울 한 은행에 붙은 안내문 ⓒ김종환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고용 충격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 타격이 컸던 서비스업 등에 집중됐었다.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된 항공·공항 산업과 함께, 도·소매업(-16만 8000명), 숙박·음식점업(-10만 9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 명) 등에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런데 앞으로는 수출 제조업 등 한국의 기간산업들로도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4월 1~20일 수출은 27퍼센트 추락했다. 저유가로 인해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53퍼센트 급감했고, 반도체 -14.9퍼센트, 승용차 -28.5퍼센트, 무선통신기기 -30.7퍼센트, 자동차부품 -49.8퍼센트로 상당한 낙폭을 기록했다.

5차 비상경제회의

이 때문에 총선 전 문재인은 고용 안정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4월 22일 열린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정부는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주들을 위해 막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에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40조 원, 기업을 위한 추가 금융지원을 위해 35조 원을 추가했다. 이로써 정부가 이제까지 발표한 기업 지원 규모를 합하면 무려 235조 원에 이른다.

반면 이번 대책에서 노동자 일자리를 위한 예산은 10조 원에 불과하다. 그중에 상당 부분은 구직급여 증액(3.4조 원) 등 실업 증가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야 하는 돈이다.

이제까지 노동운동은 한시적 해고 금지 조처를 도입하고, 기업주의 선의에 기대게 돼 있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바꾸고, 특수고용노동자, 파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소외돼 있는 현실을 개선하라는 요구 등을 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은 이런 노동자들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했다. 한시적 해고 금지 조처는 전혀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해고를 중단하고, 온전한 임금 보장하라 4월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조승진

정부의 지원을 받고서도 노동자를 구조조정 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크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은 “고용 안정이 전제되어야 기업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기간산업에 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일정 비율 이상의 고용 총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동시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고용 총량이 변동할 수 있다고도 해 해고가 가능하게 열어 뒀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기업 지원을 보면 기업 지원과 고용 안정을 연계시키겠다는 정부의 말이 위선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1조 7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두산중공업에 지난번 1조 원에 이어 6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하청 노동자들이 해고 압박을 받고 있고, 두산중공업이 노동자 700명을 해고한 것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데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보호 대책도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무급휴직자 등에게 3개월간 월 5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 노동자 20만~30만 명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가 22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공공·청년 일자리 55만 개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일자리들은 대부분 임금이 100만 원도 되지 않고, 최대 6개월 동안 일하는 초단기 저임금 일자리들이다.

양보 압박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양보하라고 공공연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부는 코로나19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기업들은 “합리적 고용조정 방안을 노사가 함께 제출”해야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는 대신 노동자들은 “전환배치, 순환·무급휴직, 임금 삭감 등”을 해야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유지 협약 사업장”에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고용유지 협약은 사용자가 일정기간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동자가 임금 삭감을 수용하면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정부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결국 고용 유지를 하려면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돈을 지원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계속 반복돼 왔다. 정부는 턱없이 부족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 마련을 명목으로 공무원 인건비 7000억 원을 삭감했다. 얼마 전에는 기업주들의 이윤을 위해 안전을 위협할 화학물질 규제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8년 경제공황 이후 지난 10여 년간 불평등이 심화돼 온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또다시 양보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에게 퍼 주는 막대한 지원을 노동자들을 위해 쓴다면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방어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부의 5차 비상경제회의의 발표에 대해 일부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서도 총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긍정적인 방향성이 있다며 많이 사 주는 평가를 했다. 정부 대책이 노동조건 악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내용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코로나19 노사정 비상협의’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에 힘을 쏟느라 기업 지원에 쏠려 있는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과 투쟁을 삼가서는 안 된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주들과 정부의 노동자 공격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에 맞서 정부·기업주들과의 대화와 타협보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 강화에 강조점을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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