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는 이주노동자도 3명이 있었다. ⓒ이미진

4월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안타깝게도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참사는 생명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사용자와 이를 묵인해 온 정부에 책임이 있다. 값싼 가연성 단열재 사용,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안전수칙 위반, 심사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지적됐는데도 정부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점 등이 참사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희생자 중에는 카자흐스탄 이주노동자 2명과 중국 이주노동자 1명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은 참사에 희생돼 왔다. 이번 참사와 비슷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때도 희생자 40명 중 17명이 중국 동포 등 이주노동자였다. 그중에는 일가족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해 7월에도 목동 빗물 펌프장 수몰 사고로 미얀마 노동자 쇠린마웅 씨가 한국인 동료 2명과 함께 사망했다. 20대의 나이에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그는 빗물 펌프장 시공사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가 주요한 산재에 피해자라는 사실은 이주노동자가 노동력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와 정부의 이윤 몰이에 내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라는 사실도 확인시켜 준다.

이주노동자는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 때문에 내국인보다 더 큰 산재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이틀 전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등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주최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고용노동부가 ‘특별상’에 선정됐는데, 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산재가 이유였다.

캠페인단에 따르면 2014년 이래로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와 그에 따른 사망자 수가 모두 느는 추세다. 2014년 6044명이던 재해자는 2019년 7538명으로, 사망자는 85명에서 104명으로 늘었다.

또, 2019년 상반기 산재로 사망한 전체 노동자 465명 중 이주노동자는 42명으로 약 10퍼센트였다. 전체 사고 재해자 약 4만 4331명 중 이주노동자는 3426명으로 7.7퍼센트를 차지했다. 한국의 전체 생산가능인구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퍼센트 미만인 걸 감안하면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하거나 산재로 사망할 확률이 내국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산재 은폐가 빈번해 실제 산재는 더 많을 수 있다. ‘충남 이주노동자 주거환경과 노동조건 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응답자 470명 중 37퍼센트가 최근 3년간 산재를 당해도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는데, 사측이 신청을 막았다는 이유가 27.1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고용허가제나 미등록 체류 등 불안정한 체류 자격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대표적인 정책인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의 허락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없게 한다. 휴업‧폐업, 심각한 임금 체불, 폭행 등의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지만 증명 책임이 이주노동자에게 있어서 사실상 유명무실이다. 또한 정부가 알선하는 사업장에서만 일해야 한다. 허락 없이 사업장을 그만두고 옮기거나 정부 알선 사업장을 계속 거절하면 체류 자격을 잃는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는 아무리 힘들고 위험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어렵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게 되더라도 정부가 새로 알선해 주는 사업장이 안전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도 없다.

4월 26일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 ⓒ조승진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는 4월 26일 ‘202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폭로했다.

“얼마 전 양주시 가죽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는데 이주노동자가 그 사고로 사망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다. 사고 충격으로 노동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다른 안전한 공장으로 옮길 수가 없어서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일하던 태국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이융 프레용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고용노동부는 공장 전체도 아니고 사고가 난 공정만 중지시켰다가 기계 교체 후 열흘 만에 재가동시켰다.

동료를 삼킨 공정이 제대로 개선되지도 않은 현장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일해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

농축산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많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 중 사업자등록이 없는 농업·어업 분야는 산재보험 임의가입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산재를 줄이려면 전반적인 안전 규제 강화와 함께 고용허가제, 미등록자 단속추방 등 이주노동자를 취약한 처지로 내모는 정책들을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