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인 5월 19일에도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학교 사무’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교육부 발의로 입법예고됐다가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법안은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의 반대를 받으며 3일 만에 중단됐다.

국가가 양질의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 2018년 10월 20일 학교비정규직 초등돌봄노동자대회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두 법안 모두 아동 돌봄을 교육부 소관으로 명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더욱 중요해진 아동 돌봄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교육부 소관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장하고, 노동계급 자녀들이 방치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또, 이런 돌봄 서비스는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것이므로 마땅히 국가가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특별법이 없을 때도 아동 돌봄은 (‘초등 돌봄 교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맡아 주로 학교 안에서 제공돼 왔다. 그런데 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정부는 돌봄이 교육부 소관임을 명시하려 할까?

물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도 돌봄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돌봄을 교육부 소관으로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국가 책임이 강화된다고 할 수 없다. 진정한 문제는 정부의 어느 부처가 돌봄을 맡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양질의 돌봄을 위해 재원을 얼마나 투자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에 돌봄에 대한 재정 투자나 환경 개선,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번 특별법의 진정한 목적은 돌봄 업무의 일부를 정규 교사에게 떠넘기고, 현재 돌봄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를 더 악화시키는 데 있다.  

코로나19와 책임 떠넘기기

최근 코로나19 대확산 속에서 시행된 긴급 돌봄의 책임은 오롯이 학교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져 왔다.

돌봄전담사는 전혀 확충되지 않았고, 초등 돌봄전담사의 80퍼센트 이상이 시간제인 현실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전일제화를 요구해 왔는데도 말이다. 결국 긴급 돌봄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근무 시간을 강제로 변경하거나, 일부 정규 교사들이 돌봄 노동을 떠맡아야 하는 형태로 때워졌다. 긴급 돌봄을 위한 교실도 확충되지 않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도 불가능했다.

이렇게 코로나19 기간에 노동자들의 부담은 커졌지만 정부는 돌봄에 재정 투자는 늘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전에도 문재인 정부는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돌봄을 확대하려 했다. 이전 정부들과 다를 바 없이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정책을 내놓고, 2022년까지 돌봄 서비스를 학교에서 10만 명, 마을에서 10만 명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돌봄 확대에 필요한 노동자 대다수를 이전 정부처럼 시간제로 채용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돌봄 업무의 일부를 초등 정규 교사에게 전가하려 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초등 저학년(1~4학년) 하교 시간을 연장(오후 3시까지)해 온종일 돌봄(저녁 7시까지) 중 일부를 교사들에게 떠넘기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돌봄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며 교사들에게 돌봄의 책임을 떠넘기려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새삼스레 특별법을 만들어 돌봄을 교육부 소관으로 명시하려는 것은 돌봄 확대의 책임을 학교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우려를 살 만하다. 

2018년 4월 온종일 돌봄정책 간담회 ⓒ출처 청와대

이번 특별법의 내용을 살펴봐도 돌봄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독소조항들이 많다.

우선, 특별법은 교육부와 지자체가 온종일 돌봄을 총괄 운영한다고 규정하지만, 정작 돌봄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사항은 조례로 떠넘겼다.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돌봄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온종일 돌봄을 운영하는 지원센터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게 해 뒀다는 점이다. 보호자가 온종일 돌봄의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기초수급자, 한부모, 맞벌이, 다자녀 가족 등을 온종일 돌봄의 우선 대상자로 설정해, 전업주부 등의 가정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돌봄 노동을 전담하는 주체가 교사인지, 돌봄전담사인지 분명치 않아 노동자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게 만들 소지도 충분하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추경 예산 확보를 명분으로 각 부처의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교육 예산은 2조 원가량 깎였고,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 예산도 400억 원 넘게 줄였다. 공공부문에서는 내년 예산 10퍼센트 삭감을 위해 각종 임금을 깎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양질의 돌봄이 더욱 중요해졌는데도 교육 예산을 오히려 줄이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보건대, 특별법이 통과한다 해서 돌봄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정부의 예산 삭감 정책은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돌봄을 교육부 소관으로 분명하게 규정하는 법이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협상해 돌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의 개악적 요소가 분명한 만큼 이런 법에 맞서 싸우는 것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더 유리할 것이다. 

개악 투성이인 특별법에 반대하며 정규직 교사와 돌봄전담사들이 한목소리로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 확대와 처우 개선, 돌봄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며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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