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다수 중앙집행위원들의 반발, 확대되는 산별·단위 노조와 대의원들의 반대에도 노사정 합의 승인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7월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사정 합의가 불발된 데 유감을 표하며 “잠정 합의안은 적지 않은 성과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를 완성시키겠다면서, 특별히 민주노총을 향해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했다. 민주노총 내부 논란을 의식해 김명환 위원장을 측면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명환 위원장 측은 7월 8일 노사정 잠정 합의안을 성과로 포장한 잠정 합의안 해설 자료(이하 ‘해설서’)를 내놓았다. 다수 중집 성원들의 합의안 폐기 주장에도 아랑곳 않고 버젓이 ‘민주노총’의 명의를 걸었다.

해설서는 잠정 합의안에 대한 거센 비판과는 정반대로 “3대 핵심 의제 중심으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진행되었고 그런 방향으로 최종안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취약계층 노동자의 고용 유지, 생계 보장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집중” 반영됐다고 평했다.

그러나 잠정 합의안이 나오기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민주노총은 “공전만 거듭할 뿐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비판했고, 민주노총 중집은 “정부와 사용자의 태도와 입장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강력 규탄”하기로 결정했었다. 잠정 합의안이 여기서 의미 있는 변화를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데도, 김명환 위원장 측은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좌초된 3대 핵심 의제

이번 노사정 잠정 합의안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 보장은커녕, 오히려 임금·조건 악화를 노렸다. 반면, 기업주들에게는 사용자로서의 실질적 책임 부과 없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속한 집행”을 약속했다.

잠정 합의안은 특히 해고 금지와 생계소득 보장, 전국민고용보험제, 상병수당 중 무엇 하나 제대로 명문화한 게 없다. 이는 민주노총이 위기 시기에 해고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지키겠다며 제기한 핵심 의제들이다.

이 의제를 다룬 조항에는 “노력한다”, “의견을 수렴한다”, “논의한다”는 공허한 말이 붙었을 뿐이다. 협상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고, 이런 두루뭉실한 문구로는 정부와 사용자들을 전혀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조합원들도 웬만하면 다 안다. “(해고 금지 등 요구를) 강제할 수 없다면 노사정 합의의 전제가 성립될 수 없다”는 비판이 민주노총 중집 내에서 터져 나온 이유이다.

우선, 잠정 합의안은 해고 금지를 명문화하지 않았다.

물론, 합의안의 전문에는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막상 본문에 가면 이를 이행할 구체적 방안은 없다.

특수고용, 파견·용역·사내하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고용 유지와 생계 안정”을 말했지만, 그조차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활용”하고 “지도”하는 수준에 그쳤다. 아니면 “필요 시 보완책 마련”, “노사 논의 거쳐 방안 마련”이라는 기약 없는 공문구뿐이었다.

그런데도 해설서는 립서비스 수준의 추상적 공문구에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보잘것없는 방안을 과대 포장한다. 민주노총이 요구해 온 해고 금지 명문화, 제도의 획기적 개선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평가에선 언급조차 없거나 ‘이번엔 못 했어도 노사정 합의가 승인되면 이룰 수 있다’는 억측을 내놨다.

둘째, 잠정 합의안은 생계소득 보장하랬더니 되레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가령, 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해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전제하는 것이 뻔한)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에 적극 협력한다”고 명문화했다. 법으로 규정된 휴업수당조차 감액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노사 합의”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무급휴직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병 수당 도입은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는 말로 피해 갔다.

그런데도 해설서는 이런 노동자 조건 악화 조항이 “자본의 개악 요구(임금 양보 등)를 분명하게 저지”하면서 만든 “최소한의 노동계 역할 조항”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들의 더한 희생 합의 요구를 막았다고 자화자찬한 셈인데, 실제로는 최악을 막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후퇴를 정당화한 것이다.

최악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차악에 합의해 주는 게 아니라 거부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임금 삭감과 무급휴직이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고통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등 취약계층 내팽개치기

셋째, 잠정 합의안은 전국민고용보험제는커녕 특수고용 노동자의 보험 적용 문제에서도 후퇴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는 연말까지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데 그쳤다. 핵심 이슈인 누가 비용을 대고 어떻게 운영할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잠정 합의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입법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명시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고용보험 적용에서 제외할 길을 열어 둔 것이다.

이미 2018년에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고용보험위원회가 (적용 제외 “최소화”를 전제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적용을 결정하고 민주노총이 이 안의 적용을 요구해 왔는데, 이번 합의문에서 다시 후퇴시킨 것이다.

그런데도 해설서는 김명환 위원장 측의 후퇴를 은근슬쩍 덮으면서, 김명환 위원장이 노동부 장관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들었다는 말을 들어 정부 입법에 기대를 내비쳤다. “전속성 여부와 상관없(이)” 1차로 100만 명에게 적용하고, 추가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 어디까지나 노동부 장관이 한 말일 뿐이고, 잠정 합의안에 명시된 문구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숱한 약속조차 뒤집은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정부는 7월 8일 특수고용 노동자 다수를 보험적용에서 배제시키는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 특례를 적용하면서, ‘노무제공 계약’을 맺은 경우에 한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상당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사업주와 아무런 계약을 맺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행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중에서도 약 40%가 사업주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게다가 정부 입법안은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별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고용보험 적용이 아니라 “다른 트랙으로 가자”고 주장해 온 사용자 측, 이를 눈치 보며 전속성 기준을 들이밀어 온 문재인 정부의 태도 등을 볼 때, 더한층 후퇴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계급 협력 부추기기  

악마는 디테일에도 있지만 특히 몸통 그 자체에 있다. 잠정 합의안에 여러 차례 강조된 “노사정 연대”라는 말이 그렇다. 노사정 합의가 노리는 정치적 상징 효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조합도 국가적·국민적 위기 극복에 동참해 정부, 사용자와 협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상황에서 확고하게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방향에 서 있다.

민주노총이 비판해 온 것만 봐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막대한 자금을 기업들에게 살포”하는 정책을 폈고, “공공의료 확충하라고 했더니 원격의료 추진”했으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노동개악을 먼저 밀어붙(이고)” 있다.

요컨대, 정부와 기업의 위기 해결 방안은 노동자들의 위기 해결 방향과 전혀 다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이익이 조화될 수 있다는 생각은 공상이다.

“노·사·정 연대”로는 노동자와 취약계층의 고용·생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계급 협력을 부추겨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흐리거나 투쟁에 나서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김명환 위원장 측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설서는 “최종안이 승인 받지 못할 경우 … 이후 협상력은 물론 대 사회적 정치적 위상, 가맹 산하 조직에서 노정 협의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과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이 대폭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명환 위원장을 두둔하고 나선 한석호 씨 등도 “민주노총의 사회적 협상력과 정치력”을 걱정하며 유사한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합의 승인은 협상 파트너들에게 김명환 위원장의 위신을 세워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노동자들의 전반적 조건을 지키는 데서는 해로울 뿐이다.

민주노총의 협상력은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힘을 보여 줄 때 제고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정치적 위상을 높였을 때는 박근혜 퇴진 촛불의 중심에 섰을 때였고, 그 덕분에 조합원 수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협력”하자더니 바로 뒤통수 치는 문재인 정부

지금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사정의 연대와 협력”을 표방한 잠정 합의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노동개악에 나서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오늘내일 하는 가운데, 노동계의 16.5퍼센트 인상안과 사용자 측의 2.1퍼센트 삭감안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 억제를 내비쳐 온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시급하고 절실한 요구를 외면하며 타협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에 기울어져 있을 것이라는 예리한 언론 관측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7월 8일 특수고용 노동자 다수를 고용보험에서 제외하는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특히 독소 조항인 노무제공 계약 체결을 보험 적용 기준으로 삼은 내용은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가 강하게 비판해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지만, 해고·휴업으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7월 6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송옥주 의원도 참여했다. 사실상 집권 민주당의 안인 것이다.

법안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사용자들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효과를 노린다. 이 개악안은 지난해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참여해) 합의했는데, 한정애 의원은 이 점을 부각하며 “사회적 대화의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

요컨대, 지금 문재인 정부는 노동개악(과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압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21대 국회는 노동친화적 개혁이 아니라 친기업적 개악 추진에 열을 올릴 공산이 크다. 정부는 6월 말에 노동법 개악안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 극복”(사실은 기업의 이윤 회복)을 내세우며 더한층의 개악을 재촉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며 타협에 힘 쏟을 때가 아니다. 잠정 합의안을 거부하고 싸워야 할 때다. 잠정 합의안 폐기를 주장한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위원장들이 파업·투쟁을 소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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