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 시급 8590원에서 겨우 130원 오른 8720원으로, 1.5퍼센트 인상된 것이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이 겨우 2.9퍼센트 인상돼 역대 최악이었는데, 1년 만에 이를 갱신한 것이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안(민주노총 1만 원, 한국노총 9430원)과 사용자 측의 삭감안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임한 공익위원들이 1.5퍼센트 인상률을 제안하고 통과시켰다. 민주노총은 표결에 불참했고, 공익위원 조정안이 나온 후 한국노총조차 반발하며 퇴장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상승률을 1.1퍼센트로 예측한 것을 고려하면, 물가상승률 수준 정도만 올린 것으로 사실상 동결이다.  

그런데 2024년까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점점 확대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상당수는 실질임금이 아예 삭감될 수 있다.

2018년 정부가 상여금·복리수당 등을 최저임금으로 산입하고 그 산입 범위를 확대해 온 탓에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억제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으면 산입범위 확대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민주노총은 이미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2.9퍼센트)로는 복리수당을 20만 원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 3.57퍼센트 삭감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도 나쁜 소식이다. 현재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최저임금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의 기준인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퍼센트’가 최저임금의 80퍼센트 미만이면 최저임금의 80퍼센트가 적용된다.

소득주도 성장 운운하더니 사실상 박근혜 정부 기간과 비슷한 연평균 인상률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경기 악화로 노동자들(특히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처지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통계청 보고를 보면, 올해 1분기에 하위 20퍼센트(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이 특히 감소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소득 감소로 인해 적금 해지, 보험 해약, 대출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협박하며 삭감을 부르짖었다.

정부는 노골적으로 사용자들의 편을 들었다.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기업주들에게는 수백조 원을 턱 하니 지원해 주면서,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임금은 밑바닥에 묶어 두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제와 고용 상황, 노동자의 생활 안정, 현장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줬다”고 평가했다. 도대체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 어떻게 고려됐다는 것인가?

정부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하더니, 그 결과는 최저임금 동결·삭감이다. 노사정 잠정 합의안에도 취약계층 지원책은 추상적인 공문구만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안이 포함된 것도 아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모호한 문구보다 정부와 사측의 실제 행보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 준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을 진지하게 조직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정부·사용자들에 협력하는 방식으로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이익도 결코 방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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