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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진짜 감축될까?

2017년 트럼프 방한 당시 평택 미군 기지에 방문한 문재인과 트럼프 ⓒ출처 청와대

최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17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국방부에 아프가니스탄, 독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촉구해 이런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파들은 “청와대의 반미의식”이 주한미군 감축 얘기가 나오는 데 한몫 했다고 비난한다. 이런 판국에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이 아니라 남북관계에만 매달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두고 반미 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않다. 비록 중국 등을 의식해 대(對)중국 견제 요구에 적극 화답하지는 않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했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에서도 미국의 요구에 계속 타협해 왔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자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를 조정해 왔다. 그래서 과거에 한국 정부가 반대하고 애원했는데도 주한미군을 감축한 바 있다. (물론 반대로 자국 이익에 따라 늘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평소 미국이 해외에서 안보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진다고 불만을 표해 왔고,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 주둔 미군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피력해 왔다. 그리고 그의 이런 주장은 임기 내내 백악관 안팎에서 주요한 논란거리였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

그러나 현재로선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우선 미국 정가에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중국과의 경쟁 등에서 지금 수준의 주한미군 병력 주둔이 미국 지배계급에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미군 철수는 미국을 동아시아에서 밀어내고자 하는 중국 매파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을 두고 중국에 유약하다고 비난해 왔기에,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득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은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흔들곤 했다. 트럼프는 일부 부대의 순환 배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를 더 압박할지 모른다.

그리고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 차원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가 조정될 공산이 있다.

17일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는 미국 국방전략 시행 1년을 맞아 10대 선결과제를 정리한 보고를 냈다. 그러면서 미군 재배치와 재파병 문제를 최우선 사안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고, 인도·태평양에 배치된 미군에 대한 검토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그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화상 포럼에서 “한반도에서 어떤 미군 철수 명령도 내린 적 없다” 하고 말했지만, “전투사령부마다 [해외 미군] 배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검토는 계속하겠다” 하고도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동 전쟁보다 중국·러시아 견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해 왔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긴 해도 역량의 한계가 있어, 나름의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것이다. 국방장관 에스퍼가 중동 등지의 미군 배치를 전환해 태평양 일대의 미군 배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 온 까닭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도 철수하기로 결정된 미군 병력 일부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안보 분담”을 요구하는 것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국방장관 에스퍼도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얘기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많은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은] 자기 지역과 세계의 안보와 안정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역량과 지위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트럼프 정부는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 증대를 고무해 왔다. 또, 동맹국들의 군비 증강을 촉구해 왔다.

그리고 최근 미군의 군사 교리는 “빠른 기동성과 유연성을 보유한 현대화한 미군 재편을 통한 병력 투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VOA〉 7월 21일) 최근 미국 육군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육군의 ‘언제든지 신속하게 파견할 수 있는 유연한 배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1월 10일 미국 육군장관 라이언 매카시의 브루킹스연구소 강연 내용)

국방장관 에스퍼도 21일 포럼에서 “역동적 전력 활용” 개념을 언급하며 전 세계의 전략적 도전에 대응하는 데서 “전략적 유연성”을 더 많이 발휘하기 위해 “전역에 대한 더 많은 순환 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곳에 붙박이로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줄이고 기동군을 늘려 곳곳에서 벌어질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의 갈등에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미국 육군장관은 새로운 신속 유연 배치 전략에서 주한미군은 예외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으리라는 지적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주한미군의] 더 많은 전략적 유연성을 원했다.” 그리고 지금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의 “조정” 논의는 중국군의 첨단 전력 등에 대응해 현지 주둔 미군의 배치와 전략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나오는 얘기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유연성 강화에 따라 주한미군 편제가 바뀔 수 있고, 그 결과로 전체 규모가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어떤 결정은 하든, 그것은 미국의 패권을 위한 조처일 것이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지역 및 지구적인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연합뉴스 7월 22일) 따라서 무엇이 됐든 트럼프 정부의 주한미군 정책은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존재 자체가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이 지역 불안정의 한 요소다. 한반도에 사는 대중에 유일하게 좋은 결정은 미군이 한반도를 영영 떠나는 것이다.


한·미 정부, 코로나19 와중에도 한미연합훈련 강행

미국과 한국 정부는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할 듯하다. 남북관계 악화, 코로나19 확산 위험 등의 우려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못 되는 듯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관련한 세부 훈련 내용을 두고 한·미 간에 견해차가 있다고 하지만, 조만간 8월 훈련 실시가 발표될 듯하다. 다만, “미국 본토 병력의 한반도 대규모 이동 없이” 훈련이 진행될 공산이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군 당국자들은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상반기 연합훈련에 차질이 빚어졌기에 하반기에는 꼭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위해 이번에 한미연합훈련을 꼭 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남북관계 긴장을 푸는 데 역할을 하리라 기대를 모은 통일부 장관 지명자 이인영도 7월 21일 “개인적으로는 [훈련이] 연기됐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전작권 반환과 관련해서 ... [훈련 실시에 대한] 현실적인 요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전작권이 환수된다고 한미동맹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는 한미연합지휘부가 구성될 것이고,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한 전진기지 구실을 계속할 것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내세워 대규모로 군비를 증강하며 한반도와 그 주변의 불안정이 증폭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1954년 이래 이름과 형태를 바꿔 가며 계속돼 왔다. 연합훈련은 한반도에 긴장을 쌓고 심지어 전쟁 위기까지 부르는 주된 문제의 하나였다.

냉전 시절에 이미 팀스피리트훈련은 20만 명 이상의 병력이 모이는 세계 최대 군사 기동훈련이었고, 그 훈련에 핵폭격 모의 훈련이 포함됐다. 그래서 1993년에 이 훈련의 재개는 북핵 문제와 맞물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한미연합훈련은 갈수록 공격적으로 변해 왔다. “대북 선제 타격과 북한 지휘부 제거(참수 작전) 훈련, 미사일 요격 훈련 등 북한 점령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체제 전복’으로 간주하고 훈련 중단을 더욱 강하게 요구했다.”(〈한겨레〉 2019년 3월 10일자)

그리고 미국이 단순히 ‘대북 억제와 방어’를 넘어 미국의 세계 패권을 뒷받침하는 데 한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하라고 요구하면서, 한미연합훈련도 변모해 왔다. 예컨대 올 4월에 한·미·일은 이지스함을 동원해 합동으로 탄도미사일 경보 훈련인 ‘퍼시픽 드래곤 훈련’을 벌였다. 한일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일차적으로 북한, 잠재적으로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겨냥한 훈련에 일본과 함께 참여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긴장을 키우고 역내 불안정 악화에 일조할 뿐이다. 규모를 축소하거나 한반도 바깥에서 진행하는 식으로 한미연합훈련을 “통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즉각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