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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보험료 체납으로 고통 받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

경제 위기 속에서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세계경제 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세계 조선업도 타격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세계 조선 발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퍼센트나 감소했다. 이것은 조선업 상황이 가장 나빴던 2016년 상반기보다도 25퍼센트나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줄어들자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사용자들이 노동자 쥐어짜기를 강화하고 있다.

조선소 사용자들은 비용을 더 절감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였다. 조선소에서 20년을 일했다는 하청 노동자는 “임금이 계속 깎이더니 이제는 새로 들어오는 하청 노동자의 시급이 최저시급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금체불도 만연하다. 원청과 하청 사용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임금체불 노동자는 31만 9000명이었고 체불액은 사상 최대인 1조 5862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제조업에서 발생한 체불액이 3분의 1가량인 것을 보면,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8월 11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대규모 임금체불 규탄, 원청책임 근본 대책 촉구 기자회견’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올해 초 김종훈 진보당 전 국회의원이 밝힌 바로는, 2019년 울산지역 임금체불 피해자가 3년 연속 증가해 2019년 9951명이었고 피해액은 443억 원이나 됐다. 이 중 상당수가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일 것이다.

실제로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매달 임금의 20~30퍼센트가 체불되는 일이 허다하다. 8월 10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2600명이 임금 105억 원을 전액 받지 못하는 대규모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이렇게 쥐어짠 결과, 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은 929억 원이나 됐다. 업계에서는 “비용절감”의 결과라는 칭찬이 나온다. 이 돈의 일부만 사용해도 임금체불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데도 사측은 모르쇠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재인은 조선업의 임금체불이 심각하다며 “정부의 비상한 대책”을 주문했지만, 지금은 일언반구도 없다.

문재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임금체불을 근절하겠다면서 관련 공약도 내놨다. 고액·상습 체불 사업자 처벌을 강화하고, 체불 피해액보다 더 많은 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단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책임 회피

오히려 정부는 하청 노동자들의 고통을 키우는 일을 알고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하청업체 사용자들이 일부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료(고용보험·산재보험·의료보험·국민연금)를 내지 않으면 취하는 체납처분(재산 압류·매각 등의 조처)을 유예하고 있다(국민연금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시행). 이 제도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도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에만 조선업 관련 업체 4300여 개의 고용·산재보험료 체납액 473억 원에 대한 체납처분을 유예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로 사용자들이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임금이 체불돼서 각종 공과금과 카드 값을 못 내고, 신용불량이 돼 은행 대출도 못 받는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온다.

또, 하청업체가 보험료 체납을 해결하지도 않은 채 폐업하거나, 심지어 노동자들이 낸 보험료를 떼먹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동자 몰래 국민연금을 떼먹기도 해서, 뒤늦게 연금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하청업체들에게 이 제도를 활용하도록 권장했다고 한다. 결국 정부와 사용자들이 한통속으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감이 줄면서 올해 말부터 하청 노동자들의 대규모 해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 수천 명이 해고됐고, 3000여 명이 더 해고될 수 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에서도 내년 초 사내하청 노동자 7000명이 해고될 수 있다고 한다.

사용자들은 일감이 많을 때는 하청 노동자들을 뼈빠지게 부려 먹다가 일이 줄자 다 쓴 휴지처럼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더한층의 노동조건 후퇴를 감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책임이 없다.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용자 모두에 맞서 싸워서 고통전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