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며 많은 사람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14조 3000억 원)의 절반 수준(7조 8000억 원)으로 4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렇게 부족한 돈으로 선별해서 지원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원에서 소상공인 구제를 가장 강조했다. 소득이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100만~2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현재 대규모 폐업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충분한 대책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올해 8월에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무려 17만 명이 줄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된 9월에는 그 폭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원망, 배신감의 목소리 월세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폐업한 가게 ⓒ조승진

특히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요구해 온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선별 기준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고생이라고 돈이 덜 드는 것도 아닌데, 미취학 아동들이 포함되고 중고생들은 혜택이 없다는 거 말이 안 됩니다.”

“개인 택시는 받고, 사납금 때문에 쩔쩔매는 법인 택시 기사들은 못 받습니다.”

“지급 기준이 너무 불평등하고 이해가 안 갑니다.”

민주당 대표 이낙연은 “어려운 분들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가난한 사람들 다수는 지원에서 배제됐다. 최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도 이번 재난지원금은 받지 못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야채 값, 과일 값에 추석인데 아이에게 전 하나, 꼬까옷 하나 사 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외라니요. 어떻게 이렇게 각박할 수가 있나요?”(기초생활수급자인 39세 미혼모)

노동자들도 대부분 배제됐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2개월 연장하고,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등을 위해 2차 고용안정지원금을 편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추산으로도 관련 지원을 받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5퍼센트에 불과하다. 95퍼센트가 제외된 것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605명 이스타항공 노동자들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이러니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질 것”이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선별 지원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통신비 2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이런 정책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불만만 사고 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종인은 “국민은 한번 정부 돈에 맛들이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며 선별 지급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했다. 대중의 삶을 천대하는 시장주의 우파의 본질은 가릴래야 가릴 수 없는 것이다.

정의당, 진보당 등이 요구하는 것처럼 예산을 대폭 늘려 재난지원금을 선별이 아닌 보편 지급해야 한다.

우선순위

이제까지 우파 언론들은 재난지원금이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적다는 공격을 해 왔다. 대부분 기업 지원책을 담은 한국판 뉴딜에는 114조 원이 넘는 돈을 쓸 계획이지만 재난지원 예산은 매우 아끼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들도 같은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내야 할 월세와 끼니 걱정에 전전긍긍 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 효과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다. 현재 자본주의의 심각한 구조적 위기 속에 불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몇십만 원 지원한다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서민의 삶을 위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며 재난지원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보편 지급에 반대하며 제한된 재원을 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와 경제 불황으로 인한 노동자·서민의 피해가 광범하다는 현실과 정부가 지원 대상을 관료적으로 선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과소 평가하는 것이다.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봐도 전체 소득 구간에서 근로소득이 줄어들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과 해고 위협을 겪고 있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소득 감소와 폐업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더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과정은 시간과 돈이 들 뿐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이 엄중하고 위태로운 시국에, 거기다가 가난까지 증명해야 한다고요? 그건 정말 아닙니다”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선별 지원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 전제 중 하나는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기업주들에게는 수백조 원에 달하는 금융과 재정 지원을 했다. 향후 5년 동안 300조 원에 달하는 군비를 투입할 계획이기도 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 계획만 철회해도 7조 원을 아낄 수 있다. 재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문제인 것이다. 

기업주·부자가 아니라 노동자·서민을 지원하고, 기업주·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서 위기의 비용을 치르게 하라는 요구는 중요하다. 코로나19와 경제 불황이 심할수록 계급 투쟁을 중시하는 정치가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