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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의 흑인 살해:
살인 면죄부 결정에 항의 시위 분출하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흑인 여성 살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대배심 결정을 규탄하며 9월 23일 필라델피아 거리로 나온 시위대 ⓒ출처 Joe Piette(플리커)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를 3월에 살해한 경찰관들이 살인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을 규탄하며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분출했다.

9월 23일 켄터키주 루이빌 대배심은 테일러를 살해한 경찰 셋 중 한 명만을 과실로 인해 위험을 초래한 혐의 세 건으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혐의는 테일러 사살의 책임을 묻는 것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사건 당시] 경찰관 브렛 행킨슨이 총을 쏴 이웃 아파트를 파손했다는 혐의다.(행킨슨은 6월에 경찰에서 파면됐다.)

다른 경찰 두 명은 불기소 처분됐다. 그 중 한 명이 쏜 총에 테일러가 죽었는데도 말이다.

켄터키주 법무장관 대니얼 캐머런은 총격에 가담한 이 두 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캐머런은 [사건 당시] 테일러의 남자친구가 경찰관들에 총을 한 발 쐈기 때문에 경찰관들의 무력 사용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3월 경찰은 테일러가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집을 급습하며 총을 도합 32발을 쐈다. 테일러는 6발을 맞았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해서 시위가 분출한 지난 5월부터 살해당한 테일러를 위한 정의 실현을 요구해 왔다.

테일러 가족을 변호한 인권 변호사 벤 크럼프는 이번 평결이 “분노스럽고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크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테일러의 죽음은) 유색인종에 대한 합법적 인종 청소입니다. 증거가 얼마나 많든 상관 없이 저들은 언제나 살해를 법적으로 정당화할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23일, 켄터키주 당국은 경찰들이 테일러의 집에 들이닥치기 전에 노크를 하고 신분을 밝혔다고도 발표했다.

그러나 테일러가 총에 맞은 후 그녀의 남자친구가 911에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총을 쏜 사람들이 경찰관임을 알지 못했다.

통금령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내 입장은 이렇다. 나는 흑인 공동체를 사랑하고, 흑인 공동체를 위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일을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불기소 결정이 발표된 후, 뉴욕·워싱턴 DC·필라델피아·라스베이거스·시카고·포틀랜드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크고 작은 도시 수백 곳에서 시위가 분출했다.

시위대는 “정의 없이 평화 없다”, “그녀의 이름을 외쳐라, 브리오나 테일러” 하고 외쳤고, “브리오나 테일러에 정의를” 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루이빌에는 오후 9시 이후 통행을 금지한 통금령이 내려졌지만 시위대는 분연히 시위를 이어갔다. 23일 밤늦게는 비상사태가 선포돼, 주방위군이 투입됐고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100명 가까이 체포했다.

[시위 진압 도중] 경찰 두 명이 총에 맞자 주정부 당국은 총을 쏜 사람을 즉각 체포했다. 테일러가 사살됐을 때와는 다르게 대응한 것이다.

애틀랜타주에서 경찰은 최루 가스를 쏘아 시위를 진압했고, 덴버에서는 시위대에 자동차가 돌진했다.

포틀랜트에서 경찰은 폭동 상황을 선언했다. 시애틀에서 경찰관이 부상당한 시위대의 머리를 자전거로 밟고 지나가는 장면이 영상[링크]에 찍히기도 했다.

이번 시위에 대한 경찰의 이런 대응을 보면 국가가 누구 편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경찰들 중 누구도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기로 한 이번 결정은 체계적 인종차별이 미국 사회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강력하고 끈질긴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대중 운동이야말로 지금 사람들이 요구하는 급진적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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