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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가을철 가속에도:
중국은 코로나19 종식?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00만 명을 넘고, 사망자도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북반구가 가을로 접어들며 확산 속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일일 확진자 추이는 세번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도 일일 확진자 수가 지난 봄 절정기의 세 갑절로 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일부 나라들은 ‘봉쇄’ 정책을 재가동하고 있다. 2차 경기 하강도 예고되고 있다.

지난 봄만큼 사망자가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 등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각국 지배자들이 기업주들의 이윤을 우선시해 봉쇄 시기를 미루고 있는 만큼, 올 겨울 더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늘고 있다. 백신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봄 이후에나 실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코로나19의 발원지이기도 한 중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줄고 경제도 회복 신호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의기양양한 모양새다. 9월 8일 중국 시진핑 정부는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를 열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봉쇄

정말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사라진 걸까? 아니면 순전한 거짓말일까?

먼저 공정하게 말하자면 중국 정부가 ‘종식’ 선언을 한 적은 없다. 표창대회에서 상을 받은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도 “단계적인 승리”라며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 하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는 자신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 한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불식시키고, 미국 등 서방 지배자들의 무능을 부각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소비를 진작해 정부 투자 확대로 이끌어 온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에도 백서를 발간하며 “큰 전략적 성과를 냈다” 하고 선언한 바 있다. 불과 며칠 뒤 베이징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한 달만에 칭다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중국 내 코로나19가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줬다.

중국 정부의 악명 높은 언론 통제와 통계 조작 이력 등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없다던 기간조차 그 발표를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 실제로 중국 내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기간에도 중국에서 한국, 대만 등지로 입국한 사람들 중 일부가 입국 당시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데, 이는 무증상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한국처럼) 의심 환자로 분류해 추적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려면 방역 인력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중국처럼 큰 나라에선 더더욱) 또 한국처럼 해도 감염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 주기적으로 집단 감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대신에 중국 정부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일정 기간 완전히 ‘봉쇄’하고 전수검사를 벌여 확진자를 찾아내고 격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베이징에서는 인구의 절반인 1000만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고, 칭다오에서는 전체 주민 1100만 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해 확진자를 걸러냈다.

권위주의적 강제

이런 방식에도 엄청난 인력과 물자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인력으로 단기간 내 확산을 진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막강해도 물리적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감염시킬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마스크 사용과 물리적 거리두기로 어느 정도 확산세를 통제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처를 시행하려면 해당 기간에 주민들의 이동을 완전히 통제하고 검사와 격리에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진정한 쟁점은 이런 ‘차단’을 위해 정부가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협조를 이끌어 내는가, 아니면 권위주의적으로 강제하는가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가 식료품이나 각종 필수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해 주민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앞서 76일 동안 봉쇄된 우한에서의 경험이 이를 얼핏 보여 준다.

당시 우한에서는 철도와 항공은 물론이고 모든 대중교통과 심지어 승용차 이용도 금지된 바 있다. 집을 나가서 주거 단지 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금지됐다. 이틀에 한 번 가구 구성원 중 한 명만 외출해서 식료품 등을 구해올 수 있도록 허락됐는데, 공안이 도로 곳곳을 지키며 이를 감시했다. 확진자들은 커플이어도 강제로 분리 수용됐다. 나중에는 일정 규모로 편재된 주민위원회를 통해 식량을 공급했는데, 쓰레기차에 생닭 수백 마리를 실어왔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도 중국에 비하면 한참 낮은 강도이지만 권위주의적 조처들(마녀사냥, 손해배상 소송, 집회 금지 등)을 동원해 감염 확산을 어느 정도 억제해 왔다. 그러면서 K방역을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두 나라 정부가 적어도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는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사실 더 큰 문제는 미국와 유럽의 지배자들이 아예 통제 시도를 포기한 데 있다. 이 덕분에 중국과 한국 정부가 대응을 잘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저널 《랜싯》은 최근 편집자 머리말에서 ‘중국의 코로나 통제 성공’을 높이 평가하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요소를 꼽았는데, 그중 핵심적인 것 하나로 ‘팡창(方舱) 병원’을 지목했다. 팡창 병원은 우한 봉쇄 초기에 체육관과 전시관 등에 설치된 야전병원 형태의 수용 시설이다.

지난 8월 영국의학저널(BMJ)의 편집자도 이 팡창 병원을 언급하며, 확진자를 더는 집에 머물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한 지역에서의 초기 통계를 인용해, 감염자의 70퍼센트 가까이가 집에서 가족에게 감염됐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우한뿐 아니라 대구, 롬바르디아, 뉴욕에서 비슷한 일이 재현된 바 있다.

자가격리

그런데 이는 충격적이게도 아직도(!) 미국과 영국 등 여러 나라 보건 당국이 확진자 상당수를 집에 돌려보낸다는 얘기다.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많으니 당연히 병상은 부족할 테지만, 격리 시설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감염 확산이 멈출 리 없다. 애당초 ‘집단 면역’ 운운하며 방역을 게을리한 정부가, 증상도 거의 없는 환자에게 병원이나 수용시설에 머물러야 한다고 권고하지도 못했을 법하다. 또 격리 시설 마련과 생활 지원을 위해 필요한 재정을 아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한국에서는 거꾸로 이런 나라들의 뒤를 좇아 퇴원 요건을 완화하고 일부는 집에 머무르게 하자는 논의가 ‘전문가들’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 ‘이대로는 오래 못 버틴다’는 게 이유다. 방역보다 기업 이윤을 앞세워 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귀가 솔깃할 만하다. 실제로 정부는 5~6월 확산 이후 퇴원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8~9월 확산 때에는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확진자들이 집에 머물러야 했다.

요컨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통제는 극도로 권위주의적인 강압 조처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근본에서는 시진핑 정부만큼이나 노동계급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고 무능한 서방 지배자들의 실패 덕분에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것뿐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K방역을 자화자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 점에서 시진핑이 정말로 상을 줘야 할 사람이 있다면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경쟁자일 것이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지배자들이 세계 전체를 위태롭게 만든 반면, 이들의 정당성이 흔들리며 그 균열을 뚫고 투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벌어진 반란도 그 일부다. 시진핑 정부의 코로나·경제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실패로 끝나면 노동자들의 불만도 계속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방 지배자들의 무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시진핑 ⓒ출처 중국CC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