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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코로나19·브렉시트 위기 벗어날까?

“취약하고 악독하다.” 약 30년 전 마거릿 대처가 물러난 이래 들어섰던 모든 보수당 정부를 이렇게 묘사할 수 있다. 현재 보리스 존슨 정부를 가장 적절히 묘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취약하고 악독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출처 Number 10(플리커)

이런 진단을 놀랍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존슨은 브렉시트 난맥상을 이용해 총리가 되고, 보수당에서 친(親)유럽연합파를 도려냈으며, 80석 차로 제 1당(과반 의석)이 되지 않았던가.

여느 때였다면 이 정도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정부 때처럼 경제 기상도가 온화할 때였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 상황은 훨씬 혹독하다. 존슨은 두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첫 번째 난제는 유럽연합과 향후 무역 관계를 협상하는 문제다. 둘째는 코로나19 대유행이다.

존슨이 두 난제 모두에서 진땀을 빼는 것은 단지 그의 무능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무능도 한몫한다. 그러나 근저에는 존슨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모순이 있다. 존슨 정부는 “자유 시장”을 숭배하는 전통적 대처주의와, “주권국으로 돌아가기”(〈파이낸셜 타임스〉가 9월에 낸 한 흥미로운 기사에서 쓴 표현이다) 사이에 갇혀 있다.

보수당 내 유럽연합 탈퇴파들은 대체로 과격한 신자유주의자들인데, 이들은 유럽연합이 영국의 세계 시장 접근을 가로막는 보호무역주의 블록이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2016년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글로벌 브리튼” 같은 미사여구들이 나오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같은 대체로 성과 없는 시도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무산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경쟁하고 더 적대적이 되고 있는 세 개의 거대한 무역 블록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 세 블록은 미국, 유럽연합, 중국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국가의 경제 개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존슨 정부가 유럽연합과의 무역 협상에서 ‘제조업 보조금 지급’을 고수하려는 것이 한 가지 두드러진 사례이다. 이것은 보아하니 존슨의 수석 보좌관 도미닉 커밍스가 첨단기술 기업들을 육성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은 보수당 정부가 대처주의와 실제로 결별하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전염병 확산을 늦추고 외출제한령 하에서 노동자와 기업들을 지원하려면 고도의 국가 통제를 단호하게 집행해야 한다.

존슨 정부는 그중 무엇 하나 완수하지 못했다. “자유”라는 미명 하에 보수당은 대유행 초기에 늑장을 부렸고, 너무 늦은 외출제한령을 그나마 너무 일찍 풀었고, 현재 2차 확산에도 우물쭈물 갈팡질팡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정부는 ‘3단계 규제 조처’*를 시행했지만, 내각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재무장관 리시 수낙은 전염병 확산을 저지할 수도 있었을 방역 조처를 앞장서서 반대했다.

존슨은 수낙을 잠재적인 도전자로 여기고 두려워한다. 존슨은 80석 차 과반 의석에 기대지도 못하는 처지다.

존슨은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가 제안한 “서킷 브레이커”*식 전국적 단기 이동제한령으로 보수당을 단결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듯하다. 그러나 보수당 평의원 42명이 방역 조처 강화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편, 존슨의 태만함으로 잉글랜드 북부, 정확히 말하면 한때 “노동당의 붉은 벽”[전통적 표밭]이었다가 지난해 12월 총선 때 존슨으로 돌아섰던 옛 제조업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저술가 린지 핸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썼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붉은 벽’이다. 서쪽의 리버풀에서 동쪽의 뉴캐슬까지 이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지대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북부’를 묶어주는 공통점은, 그리고 이 ‘붉은 벽’이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노동 빈곤 지역의 상태이다.”

정부의 무능 때문에 심지어 북부 지역 보수당 의원들과 노동당 소속 그레이터맨체스터주(州) 주지사 앤디 번햄이 손을 잡고 최고 수준 방역 조처에 반대하고 있다.

두 위기는 상호작용한다. 십중팔구 존슨은 지금도 유럽연합과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싶어할 것이다. 존슨이 10월 16일에 유럽연합에게 “접근법을 근본에서 바꾸라”고 최후통첩을 던진 것은 모두가 예상하던 뻔한 수였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받는 압력 때문에 존슨은 기동의 여지가 적어졌다. 이 협상은 양측 모두가 기고만장하다가 큰코다치게 될지도 모르는 치킨 게임[서로 양보 없이 극한까지 가는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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