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노동자 파업:
“과로사 두렵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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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두렵다”, “국가대표 악덕 기업 롯데”, “이젠 못 참겠다”, “아빠·엄마 하루 종일 기다리는 세 아이들과 저녁 같이 먹고 싶어요”. 롯데택배 파업 농성장에 노동자들이 손 글씨로 쓴 글귀들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소속 롯데택배 노동자들
택배사 매출 규모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롯데택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퍼센트 이상 늘어 16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타 택배사에 견줘 가장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사람 취급 못 받아 가며 일을 해 왔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롯데택배는 최근 수년간 노동자들의 유일한 수입원인 배송 수수료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택배는 물건을 차량에 싣고 내리는 일
작업 시설도 매우 열악하다. 타 택배사들은 대부분 갖추고 있는 자동물류시스템이 없어 노동자들이 일일이 눈으로 주소를 보고 분류를 하고 있으며, 그조차도 추위나 더위, 비를 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건물조차 없는 실정이다. 경남 거제 물류센터의 경우 화장실에는 배수시설이 없이 변기가 설치돼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노동자들은 인간 대접조차 받지 못하면서 일을 해 왔다.
악취
10월 28일 파업 집회 현장인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서로 손을 보여 주며 얼마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 가며 일을 해 왔는지 생생하게 고발했다. 노동자들의 손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여기저기 있었고, 심지어 손가락이 휘어 있었다. 노동자들은 택배 상자가 돌아가는 레일에 안전 장치가 없어, 작업 중 손이 벨트나 쇠로 된 레일 사이에 끼어 살이 움푹 패이고 찢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가락 뼈가 보일 정도로 다쳐 응급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어요.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사측에 기계에 안전 장치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어요. 우리를 인간 취급 안 하는 거죠.”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을 바꾸고 사람 대접을 받으려고 올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에 나섰다.
“저는 물건 까대기
그런데 롯데택배 사측은 노조 활동과 투쟁을 위축시키기 위해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을 위장 폐업하고, 조합원 배송구역의 택배 접수를 중단시키는 등 악랄하게 탄압했다. 노동자들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맞섰다.
“
10월 28일 파업 집회 장소엔 울산, 경남 거제, 경기 성남, 경기 수지, 서울 강동, 서울 송파 등 노조가 설립된 지역들에서 노동자들이 집결했다. 노동자들은 집회 내내 사측에 대한 분노를 담아 연신 “투쟁” 소리를 크게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우리는 열심히 배송했을 뿐입니다. 롯데택배 CEO는 올 상반기 경영능력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예순이 넘은 한 조합원은 손주에게 파업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나은아! 할아비 인간 선언했다.”
인간 선언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통해 삭감된 수수료
사측은 상하차 인건비를 사측이 지원하고 패널티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쟁점인 수수료 원상 회복은 거부하고 있다. 롯데택배 사측은 이윤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거침없이 해 왔는데 말이다. 롯데택배는 늘어나는 물량을 빠르게 처리해 치열한 택배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고 충북 진천의 메가허브터미널, 영남권의 물류통합센터 건립 등 창립 이래 최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택배사들의 온갖 횡포와 노동자 과로사를 뻔히 보면서도 “대책 마련”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민주당은 택배사의 눈치를 보며 알맹이 없는 대책들만 만지작거릴 뿐이다. 여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생활물류법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생활 필수 서비스가 된 택배를 제때 하기 위해 헌신해 왔다. 과로사를 근절하고 임금 인상과 조건 개선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파업은 완전 정당하다. 택배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