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11월 3일(현지 시각) 치러질 미국 대선은 불확실한 것 투성이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공화당과 그 당의 사회적 기반 사이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1861~1865년 남북전쟁 이래 공화당은 대자본가들의 정당이었다.

20세기 초, 석유 기업 스탠더드오일 창립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오늘날의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 같은 사람이었다. 록펠러의 손자 넬슨 록펠러는 록펠러 가문에서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할아버지의 야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뉴욕주 주지사를 거쳐 [공화당 정부]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미국 자본주의를 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대자본가들은 루스벨트의 ‘뉴딜’ 개혁을 극구 반대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때나 지금이나 줄곧 친자본 정당이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와 2009~2017년 버락 오바마 정부 모두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강화했다.

공화당도 기업·부유층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마이크 데이비스는 텍사스 석유 사업가 출신인 조지 W 부시의 정부를 두고 “미국석유협회(API)의 정치 담당부”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상위권 기업들의 경영자 중 15명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하지만 그것의 곱절이나 되는 대기업 CEO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을 후원했다고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추산했다.

“〈폭스뉴스〉 회장 루퍼드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민주당의 최대 후원자로 손꼽힌다.”

최상위 기업들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7퍼센트가 바이든을 찍겠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그보다 작은 기업들 사이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 이들은 트럼프가 국제 경쟁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주리라 기대한다.

트럼프는 자기가 ‘슈퍼 부자’라고 과시하고 부풀리지만, 트럼프는 주요 기업가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이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제프리 소넨펠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에 우리 CEO 모임에 트럼프를 데려오려 했다면, 일류 CEO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데려오지 말라. 우리가 보기에 트럼프는 일류 CEO가 아니다.’”

‘아웃사이더’

실제로 트럼프는 자신이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이용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기업 중심 세계화의 피해자가 됐다고 느끼는 일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에 호소했고, 거기에 응한 일부는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대선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대유행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서 받는 압력이 커지면서, 트럼프는 이 전술을 더한층 강화했다. 여러 면에서 이는 1968년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을 당선케 한 “남부 전략”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당시 닉슨은 흑인 평등권 운동과 흑인들의 도심 항쟁에 대한 인종차별적 반발을 이용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남부 백인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오려 했다.

그러면서도 닉슨은 기업주들의 지지를 붙잡아 놓을 수 있었다. 적어도 워터게이트 추문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트럼프는 이런 줄타기에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양극화를 부추기는 언사를 하며 “안티파”를 비난하고 극우 무장 집단들에 호소한 덕분에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백인들 사이에서 기반을 다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면서 대기업들을 겁에 질려 도망치게 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하면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하기를 거부하자 이런 공포는 더 커졌다. 10월 27일에 트럼프는 선거일이 지나고도 개표가 계속되는 것은 “완전히 부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을 비롯한 친기업 로비 단체 8곳은 즉각 성명을 발표해, 개표가 지연되더라도 “참을성”을 발휘하라고 호소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양당 체제는 미국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데에 매우 유용했다. 이 체제를 지키는 것이 트럼프가 기업들에 제공할 그 어떤 떡고물보다도 더 중요하다.

바이든이 설령 부자 증세 공약을 이행하더라도 미국 지배자들의 입장에서는 바이든이 미국 국가의 운전대를 잡는 게 더 안전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과 그 직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소넨펠드는 “공화당이 ‘전문성을 중시하는’ 기업 간부들과 ‘촌구석의 반지성주의적 음모론 지지 집단들’을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당 안에 묶어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공화당이 대자본의 믿을 만한 도구로 기능하는 능력을 약화시킨 것은 어쩌면 트럼프가 남길 커다란 유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