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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특고 노동자 대책:
소득 반토막, 보험 적용 제외되는 노동자들

코로나19 위기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타격했고 그중에서도 노동조합 밖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175만 원 남짓 벌던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수입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락했다. 지난 3, 4월에는 반토막이 났다가 2.5단계로 격상된 9월에는 거의 70퍼센트까지 소득이 감소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리운전업체들은 특고 노동자라는 이유로 방역 용품 등을 일체 지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업체들은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출근비 등 기존에 온갖 명목으로 걷어가던 돈은 그대로 가져갔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사고를 대비해 민간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업체들은 이 보험료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왔다. 게다가 여러 업체에서 일감을 받는 노동자들은 업체 수만큼 보험료를 내야 해서 부담이 상당하다. 3업체 일감을 받는 노동자는 보험료를 30만 원 정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불만은 높아져 왔다. 특히 부산지역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악덕 업체로 인해 불만이 높다. 수수료를 30퍼센트나 떼가기 때문이다. 대리비 1만 원을 받으면 수수료 3000원 떼고, 출근비라고 또 3000원 떼서 노동자들 손에 남는 게 없다.

정부의 허술한 특고 노동자 대책 속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대리운전 노동자들 ⓒ이미진

이렇게 노동법과 사회보험에서 배제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사회적으로 부각되자 문재인 정부가 특고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우후죽순 내고 있다. 특고 노동자 긴급고용안정금 지원,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에 관한 입법 추진,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 이륜차 배송·대리운전 표준계약서 도입,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입법 추진,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 추진” 등등.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정부가 내놓는 대책에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조치는 누더기에다 불충분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문재인 정부가 온갖 생색을 내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소득을 만회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특고,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겨우 월 50만 원씩 4개월만 지급했다. 게다가 까다로운 기준과 절차로 인해 대리운전 기사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그중에 2만3천 명만(1차)이 이 지원금을 받은 상황이다.

정부는 전국민고용보험 첫 단추로 특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생색을 냈지만, 실제로는 전면 적용이 아니라 일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단계적으로 대상을 정하겠다고 한다. 또다시 많은 특고 노동자들은 배제될 것이다.

게다가 많은 특고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데에도 여전히 커다란 장벽이 있다. 특히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는지를 따지는 ‘전속성’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전속성 기준을 “폐기하는 게 맞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는 전면적 폐기가 아니라 “직종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역대 민주당 정부들은 매번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가르고 많은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해 왔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생색만 엄청 내고 실제로는 불충분하고 허술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사회보험 혜택도, 노동기본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저런 땜질 처방만 내놓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사측의 “갑질을 차단”해 주겠다며 발표한 특고 지침은 사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거나 계약 외 업무를 강요하는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지침 위반으로 사측을 제재하기가 어렵다. 담당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입증하라고 책임을 떠넘기거나, 노동자가 다른 회사와 계약할 여지가 있었다면 경쟁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로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특고 지침과 유사한 내용의 ‘표준계약서’가 얼마 전 대리운전 분야에도 도입됐다. 대리운전의 경우 대부분 계약서가 없거나 사업주가 입맛대로 만든 위탁계약서가 일반적인데 사업주들은 업계 관행이라며 온갖 비용을 전가하고, 통보조차 없이 마음대로 배차제한(해고)의 칼날을 휘둘러 왔다. 이런 상황에서 표준계약서 도입은 “유령 취급”을 받아 온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부당한 계약에 항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협의 과정에서 정부는 사업주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대리운전보험 중복가입 문제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전속성 없는’ 대리운전기사에 대해서는 산재보험 관련 내용을 제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전속성 유무로 두 개 만드는 촌극도 벌여야 했다.

무엇보다 표준계약서는 강제성이 없어 노동법 위반처럼 처벌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특고지침을 개정하고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고 업체의 갑질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현실에서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열사의 50년 전 외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모든 특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전면 적용하라!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