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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위기 덮으려고 검찰총장 찍어내는 법무부와 청와대

11월 24일 저녁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에 넘긴다고 전격 발표했다.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작전이 안 먹히자 대놓고 찍어내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의 징계 방침을 보고 받고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추미애가 본격 윤석열 제거 수순에 돌입한 것은 문재인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검찰총장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는 고위 권력자이다. 추미애도 대통령의 ‘부하’인데,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다.

문재인은 조국 비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정권 측의 대형 금융 사기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 특히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에서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을 암시했다. 문재인은 추미애의 저돌적인 스타일을 이용해서 윤석열을 견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조차 안 통하고 월성 핵발전소 감사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동반 사퇴 운운하며 추미애를 압박해 마침내 윤석열 찍어내기에 들어간 듯하다.

무엇보다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부패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이것부터 좌절시키는 것이 다급했을 것이다.

위선자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의 본질은 추미애와 윤석열의 대등한 갈등(경쟁)이 아니라 문재인이 추미애를 시켜서 윤석열을 찍어내기 하는 것이다

왜 추미애의 검찰 인사는 현 정권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에게만 가혹했을까?

추미애가 윤석열 징계와 직무 정지를 발표하자 조국, 황운하, 최강욱, 손혜원 등이 환영했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측 검사들에 의해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징계 사유를 듣고 “혐의가 충격적 …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이라며 “국정 조사”까지 언급했다. 그런데 이낙연도 최근 검찰이 펀드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던 옵티머스에게서 복사기 관련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1월 24일 추미애가 윤석열 징계를 발표하기 직전, 서울중앙지검은 윤석열 장모를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3년 유예 안이라 진정으로 국정원을 약화시키는 법도 아니다).

지금 민주당은 초대 공수처장 임명을 놓고 국민의힘과 물러설 수 없는 갈등을 겪고 있고, 처장 임명에 대한 제1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법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 결국 1년여 간의 행보에서 예상됐듯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권과 유착한 경찰에 힘을 실어 주고, 공수처로 뒷받침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공수처는 검찰·경찰을 컨트롤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윤석열이 정권의 눈 밖에 난 것은 정권이 그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를 보여 준다. 따라서 추미애가 윤석열의 가족까지 뒤지도록 한 것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공수처장이 할 구실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고, 윤석열 찍어내기는 반대로 그 공수처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셈이다.


추미애 法無(법무) 장관?

추미애가 밝힌 징계 사유들은 대부분 앞뒤가 안 맞아 설득력이 없거나 사실 관계가 부정확해, 짜맞춘 것처럼 보인다.

가장 부각된 판사 성향 보고 문건 문제를 보자. 추미애는 올해 2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사건 재판을 앞두고 윤석열이 해당 재판부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은 추미애가 윤석열을 견제하려고 임명한 심재철이었다(이명박을 구속시켰던 한동훈은 원래 그 자리에 있다가 이때 지방으로 좌천당했다).

심재철은 조국이 재판에 넘겨질 무렵, 조국의 유재수 감찰 무마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했다가 동료 검사에게 “네가 검사냐?”라는 말을 들었던 인물이다. 최근 추미애가 윤석열의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법무부 검찰국장 심재철이 검찰에서 돌려받은 법무부 특활비를 허가된 용도와 다르게 썼다는 논란이 일자 법무부가 다급하게 덮었다. 그 뒤로 추미애는 특활비 얘기를 피한다.

따라서 추미애의 말인즉슨, 검찰 조직이 불법으로 판사 동향을 사찰했는데, 그것을 지시한 총장이 자신을 찍어내려는 사람들에게 관련 보고서를 줬다는 것이다. 검찰이 실제로 판사들을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검찰총장을 직무정지시킬 정도의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오히려 옳은 일일 것이다.

이 문제에서 추미애가 울산 사건 재판부 등을 언급한 것은 정권이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매우 위험하게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울산 사건 수사와 재판은 추미애의 수사 방해용 인사 때문에 난관에 빠져 있다고 한다.

추미애가 그동안 해 온 언행이 더더욱 불신을 자아낸다. 본인이 직접 들었다던 검찰총장의 검찰 특활비 유용 의혹,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한동훈 관련 검언 유착 의혹 등에서 추미애의 말은 사실에 부합했던 적이 없다. 두 건 모두 거꾸로 추미애 측 검사들이 기소되고 유용 의혹이 드러났다. 자기 아들의 휴가 미복귀(탈영) 무마 청탁 의혹 문제에서도 추미애는 숱한 거짓말을 했지만, 자신이 승진시킨 검사들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겨우 받아냈다.


문재인 정부와 단절하지 못하는 노동운동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더 깊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몸부림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 설립을 통해 정권 수사를 막거나 지연시킨 뒤에 내년 서울·부산시장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임해야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재보선 후 급속히 권력 누수가 일어나 레임덕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찍어내기야말로 정권의 부패 의혹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윤석열의 정치적 인기가 차기 대선 후보 1위로까지 올라간 것에서도 드러난다. 그래서 공수처에 대한 지지도 더 떨어졌다. 비록 문재인이 검찰에 대한 대중의 오랜 불신과 증오를 이용해 지지층과 일부 진보 진영 지도자들을 “검찰 개혁” 기치 아래 붙잡아 놓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부패에 대처하는 오만하고 추악한 태도도 개혁 배신의 일부이다. 이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자라고 쌓여서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낳은 것이다. 진보 정당들과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문재인 정부와 단절하기를 두려워하면서 문재인에 대한 실망이 좌경화·급진화하지 못하고 무당파와 윤석열 등으로 분산·파편화되고 있다.

노동계의 대표적 정당인 정의당과 진보당은 조국 국면 때 조국을 옹호한 이후 말은 아끼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은 윤석열 찍어내기용 수사를 환영하거나 공수처의 신속한 설립을 촉구해 왔다. 그러는 사이, 김종철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벌이는 ‘권력 투쟁’에 [노동자] 여러분의 일상은 없다”는 식으로 뜨거운 감자를 회피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공히 이번 윤석열 징계 시도에 대통령이 이제는 개입하라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집권층 부패 수사로 불거진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을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으로 축소시켜 문재인의 책임을 면해 주려는 프레임이 아니길 바란다.

민주주의

진보정당 지도자들은 지난 5~6년간 민주당과의 연대(진보 포퓰리즘인 민중주의) 전략을 추구해 왔다. 그 관성이 현 정부를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결과물로 보고, 이 정부를 지지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을 낳게 한 듯하다. 그래서 이 정부를 적폐 세력에게서 보호하는 것이 운동의 성과(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안정적 정착)를 보전하는 것이자 진보진영의 과제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목적과 수단 모두 문제이다.

지금은 경제 대침체의 지속, 코로나 팬데믹 위기, 기후 위기, 국제 질서의 불안정 속에서 세계적으로 시스템과 정권에 대한 전반적 불만과 분노가 자라는 시대이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이 때문에 오히려 이중의 위기에 빠져 있다. 그것을 안정적이게 할 경제적 토대가 취약해졌다는 것이 하나이고, 그로 인해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본질이 갈수록 드러나 거대한 대중적 불신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이제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에서 멈출 뿐이다. 민주화를 민주당이나 주류 정당들이 진척시켰다고 보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오해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정당이 된 것도 1987년 이래 노동운동이 일당 국가에 타격을 입힌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민주당은 포퓰리즘을 이용하려고 줄타기를 하면서도 실제 정책에서는 자신의 자본가 계급 기반에 더 충실하려고 한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조차 더 진전시킬 이해관계가 더는 없는 것이다. 부패 감싸기를 민주주의 수호 행위라고 호도하는 코미디는 이런 현실의 표현이다.

그래서 진보적 사회 변화와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이들이라면 자본주의 자체에 의문을 던져야 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 수호에 여념없는 현 정부와 집권당(민주당)의 실체를 드러내고 정치적으로 단절해야 한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최근 민주당의 보수화를 많이 비판하며 이전 지도부보다 나아진 듯하지만, 김 대표가 말하는 민주당의 보수화는 그 기반과 실체가 아니라 여론의 눈치를 보며 개혁 공약을 포기하는 행태를 주로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민주당과의 완전한 단절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우파 야당이나 부패하고 억압적인 검찰에 반대하는 것이 왜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부패와 그 부패를 덮으려는 사기극에 눈감는 것으로 연결돼야 하는지 물음을 던져야 한다. “검찰(그리고 핵심 권력기관) 개혁”의 기치 아래 문재인 정부가 실제로 벌이는 일은 부패한 경찰 권력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검찰 안에서 살아 있는 권력의 부패를 수사하던 검사들을 찍어낸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다수의 진보·좌파가 민주당의 부패를 은근히 감싸거나, 공허하고 추상적인 문구나 남발하며 회피하는 것 모두 문제이다. 특히,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태도는 듣기엔 좌파적이거나 급진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문제에서 도망가는 것일 뿐이다. 그동안 좌파 대부분도 미묘하고 까다로운 쟁점들(조국, 윤미향, 펀드 사기, 울산시장 선거 개입, 경찰력 강화 등)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에 초점을 두지 않거나, 쟁점을 회피해 왔다.

노동개악에 반대하자면서 그 정부와 정당의 부패에는 침묵하는 것으로는 대중의 저항과 의식을 고무하기 어렵다. 오히려 부패를 폭로하면서 그것을 둘러싼 지배계급과 국가기관 내 갈등을 투쟁 건설에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코로나 위기로 고통받고, 부패 척결과 공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위선에 분개한 청년들을 누가 대변할 것인가 하는 물음도 책임감 있게 던져 봐야 한다. 청년층의 보수화까지 말한다면 책임 전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