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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교도소 내 성소수자 처우 방안, 문재인 정부의 실체 또 드러남

갇혀버린 권리 성소수자들이 교도소에서 안전하게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11월 20일 법무부의 구금 시설 내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 방안(이하 ‘방안)’이 공개되면서 성소수자 수용자의 처우 문제와 법무부의 저급한 인식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안은 법무부가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 그 해 7월에 작성한 것이다. 법무부가 천주교인권위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해 행정심판을 거쳐야만 했다.

공개된 법무부의 방안을 보면, 2019년 7월 기준 교도소에 수감된 성소수자는 53명이다. 성소수자 수감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성소수자 수용자들은 더 많을 것이다.

한국의 교도소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의 교도소가 정원 초과라 수용자 5~8명이 좁은 방에 모여 ‘칼잠’을 자야 한다. 1인당 수용면적은 0.5~0.8평에 불과해 유엔이 정한 최저 기준에도 못 미친다. 교도관 인력도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용자들의 기본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리 없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사회적 천대에 시달리는 성소수자 수용자들의 처우는 더 끔찍하다. 애초 법무부가 이 방안을 마련하게 된 계기(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의 차별 시정 권고)가 한 사례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사람은 트랜스 남성으로, 교도소에 수감될 당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남성이며 유방절제술과 자궁적출술을 받고 호르몬 투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신체 검사 과정에서 “여자 생식기가 보이게 벌려 보라”, “남자아이의 성기가 보인다. 발기를 하나?” 하는 모욕적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이 점은 증거 불충분으로 차별이 인정되진 않았다.) 아무런 상담이나 설명 없이 여성 교도소에 수감됐고 수차례 호르몬 투약을 요구했으나 거부됐다. 또, 맞지도 않는 여성 속옷을 계속 지급받았다.

법무부의 방안은 이 사례와 관련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는 인권위의 권고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 방안에는 자비 부담의 호르몬 투여 허용과 같이 일부 개선책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더 많다. 우선, 이 방안은 성기 수술을 한 경우에만 트랜스젠더로 본다. 그래서 성기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생물학적 성으로 처우(처우 기본 원칙)”하도록 했다.

이는 매우 편협하고 보수적인 관점으로, 여러 이유로 성기 수술을 하지 못한(않은) 많은 트랜스젠더들을 기본적 권리에서 배제한다. 트랜스젠더를 생물학적 성으로 대우하는 것은 트랜스젠더 자신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교도소 내에서 괴롭힘과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예컨대 2005년 한 교도소는 트랜스 여성 수용자가 요구한 호르몬 치료와 여성 속옷 영치·차입을 불허했다.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교도소 근무자에게 빌린 가위로 성기를 절단하기에 이르렀다.

해외에서는 트랜스 여성이 남성 교도소에서 맞아 죽는 일들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래서 일부 서구 나라들에서는 기본적으로 교도소 내에서 트랜스젠더 수용자가 원하는 성별에 적합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의복, 화장, 외관, 시설 배치 등).

게다가 법무부의 방안은 성기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를 ‘여장 남자’나 ‘남장 여자’ 혹은 영어권에서 트랜스젠더를 경멸하는 단어인 쉬메일(Shemale), 히피메일(Hefemale)으로 지칭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보여 준다.

“이중 징벌”

둘째, 이 방안은 성소수자 수용자를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 수용하고, 운동, 접견, 이발, 의료 등 모든 생활에서 ‘단독 동행’하도록 했다. 즉, 성소수자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격리되고 모든 사회적 활동에서 차단된다. 이는 ‘주간에는 일과에 따른 공동 생활을 하고 휴업일과 야간에 독거 수용하는 것(처우상의 독거 수용)’과는 다른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이를 “이중 징벌”이라고 비판해 왔다.

2019년 한 게이 수용자는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며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도소 측이 이를 거절했다. 심지어 자살 시도를 방지한다는 목적 하에 그는 CCTV가 설치된 더 좁은 1.2평 독방으로 옮겨졌다. 그는 당시 인권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며 이렇게 썼다. “제가 지은 죄는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지만 대구 구치소 규정에 성소수자로 분류가 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면 출소하는 날까지 독방에 수용되어야 한다.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

올해 4월 법무부는 문제 많은 이 방안을 일부 수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개정된 지침은 특히 모욕적인 단어를 수정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새로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핵심 문제점은 고수하는 듯하다.

성소수자들은 사회적으로 멸시와 차별을 받고 있고, 교도소는 특히 편견과 혐오가 심한 공간일 수 있다. 성소수자들이 교도소에서 안전하게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교도소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수용자들의 처우가 나아져야 한다. 더불어 교도소 측의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트랜스젠더 수용자인 경우 그가 원하는 성별에 적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안에서 문제가 벌어졌을 때 즉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의 이번 방안은 개선은 미미하고 오히려 문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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